•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구두쇠 재정'이 문제다!
    정부, 국민 위해 돈 좀 더 써야 된다
        2019년 06월 06일 1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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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하여 향후 재정운용을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해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밝혔다. 이 회의는 차년도 예산안 및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되는 재정분야 최고위급 논의기구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동 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 기재부는 암묵적으로 상당히 엄격한 재정수지 준칙에 입각해 예산을 수립해왔으며,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재정건전성을 갖춘 나라로 평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제기구 권고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 60% 정도를 재정건전성과 불건전성 기준으로 삼는데, 우리는 적극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며 홍 부총리가 제시한 40%의 근거를 따져 물었다. 적극적 재정지출 확대를 추구하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 기재부가 적극 응하지 않자 문 대통령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권규호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이 과감한 재정정책을 강조한 16일에 “단기재정 투입으로는 구조적 저성장세를 탈출하기 어려우며, 재정에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노욱 재정정책실장 또한 지난 5월 13일, 서울신문 시론으로 경기대응성 지출은 부적절하며, 재정건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재정확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체로 전통적 주류경제학적 시각에서 재정건전성이 우려되는 경기대응성 단기적 지출과 확대재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또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국가)재정이란 기본적으로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돈을 걷어 그 돈을 쓰는 것, 즉, 정부의 경제활동을 말한다. 재정은 ①공공재 공급, ②경제안정과 성장 기반 마련. ③각종 공공서비스(교육․의료 등) 공급 및 소득분배 개선 등 3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대응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2번째, 고용 확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자영업자 대책 등 사회안정망 강화라는 3번째 측면의 재정역할을 말한 것이다.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수준과 재정확대 적절성에 대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통상 재정건전성 수준은 GDP 대비 국가채무 혹은 일반정부채무(OECD국가비교) 비율을 활용한다.

    한국 국가채무비율은 ‘18년 39.5%(708.2조원) 수준이며, ’19년 39.4%(추정), ‘20년 40.2%(추정)로 ’20년 정도에 40%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일본을 제외한 OECD 31개국 일반정부채무 비율 평균은 ’17년 기준 78.7%로 나타난다. 반면 한국은 ‘17년 42.5% 수준으로 세계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정부의 부채비율이 대단히 낮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유럽 주요 국가들을 보면, 스웨덴은 ‘18년 57.2%로 최근 60%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다. 덴마크는 ’17년 48.9% 수준. 노르웨이는 지난 7년간 꾸준히 증가하여 ‘18년 45.5% 수준이다. 반면, 프랑스는 최근 국가지출을 늘리며 ’17년 124.3%, 독일은 최근 채무를 줄여 ‘17년 71.5% 수준으로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전체로 볼 때, 45%~7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재정건전성의 국제기준을 보면, EU 60%, IMF 65~70%로, 기재부 주장 40%(‘16재정건전화법안 45% 역시)는 국제기준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 미국․일본이 채무비율이 높은 것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는데, 두 나라 제외 OECD 31개국 평균인 78.7%로 여전히 한국의 채무비율 수준이 36%p 이상 낮게 나타난다.

    또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재정확대를 반대하는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선진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도래 시점에 채무비율이 높지 않았다는 것인데, ’95년 진입 독일은 ’96년에 57.2%, ‘97년 진입 미국 86.1%, ’02년 진입 영국 45.4%, ‘04년 진입 이탈리아․프랑스는 각각 114.7%․80.6%로 지금보단 낮지만, 45~80%대 비교적 높은 채무 수준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저성장 등 각종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타 국가들이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빚을 내서라도 지출을 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경제수준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10대 경제강국의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너무)‘작은 정부(정부지출비율 ’16년 32.3% 세계최하수준)’+(너무)높은 재정건전성」 2가지 지표로만 보아도 정부지출도 적은데, 빚도 별로 지지 않는 즉,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방기하는 한국은 ‘구두쇠 재정’ 국가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재정확대를 하겠다고 하나 ①지속적인 보수적 세입추계와 초과세입(‘18년 약26조원), ②증세계획 전무, ③6조원에 불과한 추경, ④바뀌지 않는 기재부의 작은 정부론과 엄격한 재정건전성론 등은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정부는 하루 빨리 구두쇠 재정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확대재정운용(지출․채무관리)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지나친 재정건전성은 결국 적재적소, 적시에 효과적 재정투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국민행복을 위한 다양한 재정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 국민행복 재정건전성 수준은 세계적 기준과 추세를 고려할 때 45%(GDP5%p↑ 약90조원 확대재정)→50%(GDP10%p 약180조원 확대재정)→60%(GDP 20%p 약360조원 확대재정) 수준으로 단계적 완화를 검토해야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경제적으로 상당히 보수의 입장을 취하는 IMF의 2019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 나온 얘기를 인용한다. “한국은 추가적인 경기 활성화를 위한 상당한 재정적 여지를 갖고 있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기적으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필자소개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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