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훼손 이어
    정부, 대주주 자격 완화 법개정 검토
        2019년 06월 06일 1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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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법 개정 검토를 공식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정부여당은 은산분리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주주 자격요건 강화 등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안 처리 일 년도 안 돼 은산분리 원칙 훼손에 이어 지배구조 원칙까지 훼손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경실련, 금융산업노조, 금융정의연대, 민변,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는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완화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배가 용이하도록 하는 것일 뿐”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한) 은산분리 원칙 훼손 또한 산업자본 즉 재벌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이같이 질타했다.

    사진=참여연대

    정부여당은 지난달 30일 비공개 당정협의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법 개정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키움뱅크·토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탈락과 관련해서도 이를 심사한 외부평가위원회 민간위원 교체 방안까지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당시 원내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법 처리와 관련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은산분리 원칙이 훼손되지 않고, 재벌의 사금고가 될 우려가 없도록 ‘3중 4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대주주 자격요건부터 기존 은행법보다 훨씬 강도 높게 규정했다”며 “대주주 자격요건에 금융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외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까지 추가해 재벌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재벌대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장악해 ‘재벌 사금고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반박이었다. 당정은 지난해 9월 인터넷은행법을 통과시켰다.

    당정이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완화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우려가 8개월 만에 현실화된 것이다.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든 케이뱅크‧카카오뱅크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거나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당정은 인터넷은행 진입 문턱을 낮춰 법 위반 전력이 있는 사업자에 은행업을 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도 “인터넷은행 승인에 대해서만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하자더니 이제는 금융회사의 보편적인 지배원칙까지 완화하자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원칙을 훼손하고 특혜를 제공해야만 존속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 은행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인가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금융회사 동일하게 적용 받는 규제인 대주주 요건을 인터넷은행만 완화하는 것은 특혜”라며 “일자리 만들기 위해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데 인터넷 은행은 일자리 창출도 검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은행 인력 감축 분석도 있다.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일자리와 규제완화를 연동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법까지 개정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구하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왔다.

    추혜선 의원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거나 장기화되고 있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 구하기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불공정경쟁으로 이익을 챙긴 자격 미달의 산업자본에 또 한 번 배타적인 특권을 주는 것”이자 “부정한 산업자본이 은행을 더 쉽게 소유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허권 금융산업노조 위원장도 “함량미달 사업자와 불법 저지른 사업자에게 은행을 맡기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이냐”며 “부적격자에게 은행의 대주주 문을 열어주는 일이 일어난다면 금융위원회 해체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주주 자격요건을 강화하겠다며 인터넷은행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공적자금 3조가 들어간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대주주의 탐욕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라며 “산업자본의 탐욕도 공적질서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 공동대표는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대주주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함께 외쳤던 민주당이 칼을 꽂는 게 아닌가 하는 배신감이 든다”며 “민주당은 이제라도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처럼 함께 대주주 자격요건 완화에 반대해야 한다. 더 이상은 거꾸로 가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당초 인터넷은행은 한국 금융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이 크지 않고 사업할 자본이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대주주 적격성을 완화해 재벌에 인터넷은행을 넘기는 수순으로 갈 것이고 우려하며 인터넷은행법을 반대한 것”이라며 “당시 대주주적격성을 강화하겠다던 민주당은 국민을 속인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은행을 재벌에 넘겨서 재벌 공화국을 넘어 재벌 왕국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목적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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