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정부, 안전대책 제시해야
    “소형타워크레인 안전대책 만들면 고공농성 해제, 없으면 끝장 투쟁”
        2019년 06월 04일 11:0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전국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저가의 중국산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의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면 농성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최동주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타워크레인노조) 위원장은 4일 오전 서울 신길동 현대 아이파크 건설 현장 앞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주무부처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단계적으로 안전대책 만들겠다’며 2년 전에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안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정부가 안전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 투쟁은 끝까지 가겠지만, 안전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내놓는다면 즉시 점거농성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노조는 결의대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안전대책을 수립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전날인 3일 오후 5시부터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파업 참가 조합원은 약 1500명으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의 타워크레인 1500대도 함께 멈춰섰다.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도 같은 날 동시에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체 타워크레인 현장의 90%가 중단됐다.

    농성중인 타워크레인 모습(사진=건설노조)

    사진=유하라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사고는 건설노조의 자체 집계만으로 최근 4년 간 30건이나 발생했다. 국내 건설현장에 있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저가의 불량 기계가 대부분인데다, 단시간 교육만으로 소형 크레인 조종 자격을 부여해온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타워크레인노조는 국토부에 지난 2014년부터 꾸준하게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을 요구해왔으나, 국토부 측은 올해 노조와의 간담회에서도 ‘검토 중이다’, ‘확정된 것이 없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노조는 “소형 타워크레인은 명확한 건설기계 등록 제원 조건도 없고, 불법 개조된 장비들이 전국에서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타워크레인과 소형 타워크레인의 차이는 조종석 유무 정도다. 대형 타워크레인과 크기도 똑같다. 그럼에도 대형 타워크레인은 자격증 취득부터 현장 교육까지 최소 1년에서 3년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소형 타워크레인은 3일간 20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리모콘으로 조종이 가능하다. 또 대형 타워크레인의 경우 자격증이 있는 조종사가 지속적으로 크레인을 관리하지만, 소형은 특정 관리자 없이 리모콘 조작이 가능한 사람을 투입하는 식이다. 건설사는 대형 타워크레인보단 소형 타워크레인을 선호한다. 공사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 국내 250대에 불과했던 소형 타워크레인은 이후 1000%에 가깝게 늘어나 1800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을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보고 규제완화 등 특혜를 부여하면서다.

    문제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육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불법 개조가 의심되는 소형 타워크레인까지 무분별하게 사용 허가를 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18년차 타워크레인 기사인 황옥룡 타워크레인노조 조합원은 “정부에서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규제책을 세우지 않아 중국산 고물장비를 짜깁기해서 만든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그런 식의 소형 타워크레인이) 전국 2천대가 넘는다. 규정에 의해 잘 운영되면 상관없지만 불량 소형타워크레인이 굉장히 많아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건설노조가 중국제조 장비인 소형타워크레인 FT-100, FT-120, FT-140 기종의 건설기계 등록 제원표와 형식 신고 도면을 분석한 결과, 여러 장비의 부품을 여기저기 끼워 맞추고, 대형 타워크레인을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불법 개조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정부는 이러한 정황이 확인된 소형 타워크레인을 승인해줬다.

    작업반경이 넓고 크기가 가장 큰 크레인인 FT-140에 FT-100에 사용되는 두께의 와이어로프가 사용됐다. 크레인의 크기에 따라 그 두께도 달라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FT-140에 가장 작은 기계인 FT-100에 사용되는 와이어로프가 사용됐다는 뜻이다. 이로 인한 와이어로프 절단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FT-140은 지난 3월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 신축 현장에서 전도된 소형 타워크레인이다.

    최동주 위원장은 “산업안전공단은 최소한의 수치 계산도 안하고 소형 타워의 도장만 찍어주고 승인만 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기계가 OEM 정도라도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근거도 없이 여기저기서 만들고, 제조사 공장도 없이 1억 주면 1억짜리, 2억 주면 2억짜리 타워크레인을 만들어주는 식”이라며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판단조차 못하고 설계도면 불량조차 알지 못한다. 눈감아주는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질타했다.

    국토부 연구용역보고서도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문제 지적

    대형 타워크레인을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불법 개조하는 사례도 있다. 최대 인양하중 2.9톤 외엔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인데, 정부는 이러한 불법개조 소형 타워크레인까지 모두 사용을 허가해주고 있었다. 단종된 독일사의 대형 타워크레인(최대 인양하중 8톤)을 개조해 2012년부터 현장에 사용됐던 소형 타워크레인은 지난 4월 부산 영도 건설현장의 사고로 이어졌다.

    국토부의 연구용역보고서도 소형 타워크레인의 안전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FT-140L의 최대 인양 하중은 2.9t이고, 정격 하중은 50~63%에 해당하는 1.5∼1.8t이지만, 실제 현장에선 해당 크레인으로 정격하중을 훨씬 웃도는 2.8~3.0t가량의 콘크리트를 운반했다.

    최 위원장은 “현장에서 철근 한 덩어리만 떠도 2.2t이다. 이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들어가 있는 모든 현장이 불법적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소형 타워크레인 자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서 안전대책 만들고, 사용돼서 안 될 장비에 대한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소형 타워크레인 검사 강화, 조종사 교육이수 시간 늘리는 식의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설계도면 자체가 부실하고 오류투성이인데 검사를 강화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라며, 근본적인 대책이라 아니라고 짚었다.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는 건설 노동자 뿐 아니라 공사현장을 지나는 시민들에 대한 인명피해로도 이어진다. 높이 70m이상의 크레인이 건설 현장을 둘러싼 울타리를 벗어나 전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옥룡 조합원은 “저는 가족들에게 타워크레인 현장 근처로는 다니지 말라고 말한다”며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펜스 밖으로 나가면 대형 참사”라고 우려했다. 그는 “드론도 자격증을 따야만 조종할 수 있는데, 소형타워크레인을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운전할 수 있도록 한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대형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일자리 사수를 위해 파업을 벌인다는 비난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황 조합원은 “대형 타워크레인 조종사들도 소형 타워크레인 현장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자리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안전한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타워크레인 일자리가 줄어든 원인은 수치상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축소로 본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도 소형 타워크레인 유입으로 인해 대형 타워크레인 일자리가 줄었다는 객관적 통계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건설현장엔 소형 타워크레인 밑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 안전 문제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 목숨도 위험한 상황”이라며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