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섭 체제 한나라당, 과거로의 회귀?
        2006년 07월 11일 10: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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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새 대표에 강재섭 후보가 선출됐다. 대권주자 대리전에서 ‘박심’이 ‘이심’을 눌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재섭, 강창희, 정형근, 전여옥 등 보수 강경 일색의 지도부 구성을 놓고는 한나라당이 과거로 회귀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강재섭 대표의 승리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11일 전당대회 전까지 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후보에 줄곧 처져 있었다. 선거 당일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강 후보는 이 후보에 500표 가량 뒤졌으나, 대의원투표에서 1천표 가량 앞서면서 최종 당선됐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 대의원들의 표가 막판 결집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배후에는 ‘박심’이 있다는 분석이다. 강 대표 본인도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강풍’과 ‘박풍’이 결과적으로 합쳐진 것”이라고 인정했다.

    강재섭 당선의 일등공신은 박근혜? 아니 이명박

       
    ▲ 11일 오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강재섭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번에 선출된 당 대표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다. 때문에 중립적이고 공정한 경선 관리를 할 수 있는지가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번 선거는 대권주자의 대리전으로 치닫고 말았다.

    선거 초반만 해도 강재섭 후보가 박근혜, 이명박 등 특정 대권주자에 가깝지 않다는 평가 속에 이번 전당대회가 대권주자의 대리전으로 갈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친이명박 계열로 불리던 이재오 후보도 이명박 시장과 선긋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거 중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개혁성향의 새 당 대표’를 거론하면서 이재오 후보를 공공연히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 이후 선거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결과적으로 이 전 시장의 지지는 이 후보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강 후보 측이 이 전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대리전’ 공세를 펴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표의 ‘격분’ 소식이 박 대표 측근을 통해 당 안팎에 알려졌다. 그 이후 친박 계열이 강재섭 후보 주위로 급속히 결집했다는 것이 당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전당대회 마지막 정견발표에서도 강재섭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대선주자가 특정후보를 밀고 공천으로 협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재오-이명박 라인을 겨냥하는 한편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해 저를 버렸듯 내년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되겠다”며 강재섭-박근혜 공조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이재오 후보의 정견발표 도중 박근혜 대표가 투표소로 이동하며 언론의 주목을 끈 것도 ‘박심’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로 비춰졌다.

    당내 한 핵심당직자는 “이명박 시장의 섣부른 개입이 이재오 후보가 패한 최대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강재섭 후보가 새 대표에 선출되면서 대권후보 대리전으로 치러진 전당대회는 ‘박심’의 승리로 결판이 나고 말았다.

    5,6공 시절로 회귀? 한나라당 본색 드러냈다

    이번에 선출된 한나라당 새 지도부는 강경 보수로 분류된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이 과거로 회귀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당 대표에 선출된 강재섭 후보는 민정계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서도 "5,6공 세력", "과거인물"로 공격을 받았다.

    3위를 기록한 강창희 후보 역시 민정당 출신으로, 강재섭 후보의 2순위표를 끌어옴으로써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을 본인도 인정하고 있다. ‘독설가’ 전여옥 후보는 대의원투표에서는 낮은 순위를 보였으나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후보에 이어 2위로 선전하며 자력으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한나라당의 보수강경 대표주자인 정형근 의원의 최고위원 진입도 눈길을 끌었다.

    반면 개혁을 표방한 이재오 후보는 당 대표에서 밀려났다. 특히 당내 중도개혁 세력이 결집한 미래모임의 권영세 후보가 당 대표는커녕 최고위원에도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당내 소장파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전당대회를 한나라당 변화의 중요 기점으로 삼아 미래모임을 만들고 단일후보까지 세웠던 당내 중도개혁세력들은 선거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내 소장개혁파 그룹인 수요모임 관계자는 “최악의 결과”라고 푸념했다.

    선거의 결과가 기대치를 훨씬 밑돌면서 가장 먼저 ‘대표선수’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권영세 의원이 개혁 세력으로서 차별성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래모임에서 단일후보를 내지 않고 남경필, 임태희 의원이 따로 출마했으면 어느 한 명이라도 최고위원이 됐을 것이라는 뒤늦은 처방전까지 내놓고 있다.

    한 선거분석가는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대권주자 대리전 양상에 당 밖의 보수단체까지 가세한 색깔론 등 진흙탕 싸움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낮았다”고 분석했다. 당내 주요 인사는 “대의원들이 개혁과 변화를 거부하고 너무 보수로 안정화하려는 것 같다”며 “최근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까지 겹쳐 당내 대의원들은 물론 국민 여론에서도 보수 표심이 결집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전통적인 보수당원들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나라당이 외연을 확장하는 데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당의 핵심당직자 역시 “한나라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다”면서 “강재섭, 정형근, 전여옥 등 신임 지도부 면면을 보면 한나라당이 영남 기반 수구세력의 이미지라는 본색을 되찾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여당의 핵심전략통은 “한나라당이 TK 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한층 강화됐다”면서 “소장 개혁파의 대표주자인 권영세 의원의 탈락은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 11일 오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단으로 선출된 후보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좌측부터 정형근, 이재오, 강재섭, 전여옥, 강창희 후보. 서울=연합뉴스
     

    물론 한나라당 내 소장파의 실험, 혹은 개혁과 수구의 다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시각도 상당하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미래모임은 세력의 양적 차별성만 드러냈지 질적 차별성을 드러내지는 못했다”면서 “차별성을 드러냈다면 승패에 상관없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네는 다 똑같은 색으로 미래모임도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또 “강재섭이 되건, 이재오가 되건 한나라당 내 대권경쟁을 둘러싼 역학 관계만 달라질 뿐 국민들이 먹고 사는 데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노선을 내건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당 대표 선거 후유증, 대선 걸림돌 될까

    이런 진흙탕 싸움을 거치고도 한나라당이 과연 온전할까? 당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불거진 대권후보들 간 앙금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강재섭 새 대표의 중립성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흠이 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한편, ‘박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강 신임 대표가 과연 공정한 경선 관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강재섭 새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한 심판자의 모습을 강조하려 했지만 정치가 또 현실이다 보니 (선거전이) 뒤로 갈수록 많이 변질된 것 같다”면서 “그러나 내 성격이 통합적이고 화합을 중시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앙금이나 후유증은 잘 봉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정한 경선 관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 여론은 강 대표의 선의를 그닥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선거에서 패배한 이재오 후보는 선거 후 연설에서 "한나라당의 변화 개혁을 위해 대리전, 색깔론, 구태정치를 청산하겠다”며 “한나라당의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특정 후보의 대리가 되어서 이 당을 쪼개려 한다면 온몸으로 막을 것”이라며 견제세력을 자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는 향후 당내 분란과 진통을 예고하는 전조로 읽힌다.

    여당의 한 핵심전략통 역시 “이번에 형성된 불신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대선을 앞두고 당내 분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학법 등 향후 정국 가파르게 전개될 것 

    한나라당에 보수 일색의 신임 지도부가 들어섬에 따라 향후 정국도 한층 가파르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사학법으로 국회 파행을 일삼아온 한나라당이 보다 강경하게 사학법 재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재섭 새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사학법 통과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 있고, 강 대표를 측면 지원한 박 대표 역시 사학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핵심 당직자는 “앞으로 여당과의 관계도 좀 험난해지지 않겠냐”면서 “특히 사학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원칙적 입장이 예상되고 이로 인해 생산적 여야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 역시 “강경하게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더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강재섭 대표는 이른바 ‘박심’의 작용으로 당선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국민들의 뜻을 받드는 민생정치는 실종되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대권 정치로 치달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 신임 지도부에 대해 부정적 평가 일색인 것은 아니다. 특히 강 신임 대표에 대해 이념적 성향을 떠나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당 안팎의 의견도 있다. 이들은 강 대표가 당내 개혁이나 사학법 문제 등에 있어 일각의 우려만큼 경직되게 대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강 대표의 선출로 여당이 짐을 던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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