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맹 매년 같은 요구…정부 의지부족에 '핑퐁'
By tathata
    2006년 07월 11일 06: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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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연맹이 ‘대정부 8대 요구안’을 발표하며 11일 1만여명이 서울 대학로에 모여 상경집회를 개최하는 등 총력투쟁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관련 대책을 타 부처에 미루거나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건설연맹이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비슷한 내용으로 계속 제기돼 온 것이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건설 노동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현재 타워기사노조, 포항건설노조,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전남동부 · 경남서부 · 여수지역 건설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있지만, 임금인상을 제외하고 근로조건 개선안의 요구내용은 매년 거의 동일하다.

현안해결은 외면, 노동자만 줄줄이 구속

   
 ▲ 건설산업연맹은 11일 ‘대정부 8대요구안’을 발표했다.
 

건설연맹은 “정부는 건설산업의 구조적인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방치하면서,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에는 검찰과 경찰을 동원한 탄압으로 일관해 왔다”고 비난했다.

실제 최근 건설노동자의 구속현황은 압도적으로 많아, 지난 6월 대구경북건설노조의 파업에 조합원 24명을 구속하고, 50명을 불구속했으며, 30여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내렸다. 정부가 건설노동자의 현안 문제는 외면하면서, 노동자 파업에만 칼을 빼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건설연맹은 11일 오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단계 하도급 근절 · 시공참여자제도 폐지 ▲내국인 보호대책 없는 무분별한 외국인력 도입 반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건설현장 노동시간 단축 ▲건설현장 안전보건 대책 마련 ▲덤프, 레미콘 수급 조절 · 타워 건설기계 등록 등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다단계 하도급 근절과 시공참여자제도 폐지는 건설연맹이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해온 내용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의 하도급 제한 규정을 두고 “발주자가 공사의 품질이나 시공상의 능률을 높이기” 위한 경우나,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중 전문공사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1회의 하도급을 허용하고 있다. 기본원칙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이 정하는 주요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 할 수 없”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관행화된 불법 다단계 근절, 건교부 의지가 필수

하지만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은 ‘관행처럼’ 만연돼 있어 이같은 규정은 유명무실하다. 건설연맹의 한 조합원은 “피라미드 구조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노동자는 이중, 삼중의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이는 건설산업의 만악의 근원이며, 건설노동자 투쟁의 가장 오래된 요구이자 주요한 요구”라고 말했다.

정부도 다단계 하도급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고는 있다. 김영한 건설교통부 건설경제팀 서기관은 “건설현장의 다단계를 근절하기 위해 ‘불법 다단계 신고센터’를 지방 국토관리청에 신설하여 근로자들이 다단계 실태를 신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에는 건설업체의 하도급 정보전산망 시스템을 구축하여 원도급과 하도급의 실태를 신고토록 하여 정부가 관리할 계획”이라며 “불성실하게 신고하거나 위법 부당한 다단계는 처분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또 “시공참여자제도가 다단계 구조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키로 했다.

건교부가 제시한 다단계 근절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경우, 건설산업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신고와 원 · 하도급 업체간의 발주와 도급 관계 정보망 구축이 전제조건이지만,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단속하는 것은 건교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법으로는 엄연히 다단계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건교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전례에 비추어 본다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요구된다고도 할 수 있다.

타워크레인 건설기계 등록, 건교부  ·노동부 미루기

   
 ▲ 타워크레인노조 조합원이 지난 5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롯데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건설산업연맹)
 

건설연맹은 또 타워크레인을 건설기계로 등록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타워크레인은 ‘건설기계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의 유해위험기구로 분류돼 정기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노후 · 부실장비로 산업재해의 유험에 노출돼 있다. 오희택 건설운송노조 정책부장은 “수십년된 녹슨 타워크레인도 페인트칠만 새로 하면 새 기계로 둔갑한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의 건설기계 등록에 대해 정부는 소관부처와 협의할 사항이라며 미루고 있다. 건교부는 “노동부와 협의할 사항”이라고 했으며, 노동부는 “건교부의 의지만 있다면 건설기계 등록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의 건설기계 등록은 지난 2001년부터 제기돼 왔으나, 정부 부처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 유입, “불법체류가 문제”?

최근 건설현장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급속하게 유입해 들어와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건설연맹은 “건축현장의 50%이상을 외국인력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건설노동자의 임금 하락, 취업을 둘러싼 갈등 심화, 재외동포들의 체불과 산재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연맹은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 대책 없이 추진되는 외국인력 도입정책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건설노동자의 고충을 이해한다”면서도, 원인진단마저 ‘헛다리’를 짚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국동포에 대한 ‘방문취업’ 허용 등으로 내국인 노동자와 경쟁 관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했지만, “건설연맹의 우려는 사실 불법체류 노동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체류 노동자가 건설노동자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며 “노조가 불법체류 단속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적절한 수준의 외국인 노동자 노동시장 유입과 내국인 노동자 보호를 주장하고 있는 건설연맹은 갑자기 ‘불법체류 노동자를 단속해 달라’는 법무부의 제안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명선 건설연맹 정책부장은 “법무부는 황당한 논리와 안이한 사태인식으로 건설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내외국인 노동자 간의 갈등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건설산업의 근로감독 안전대책 뒷전

   
▲ 대구경북건설노조가 지난 6월 파업 결의 집회를 하고 있다.
 

노동부도 건설산업의 근로기준법 준수 감독과 건설노동자의 안전관리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 쟁취, 일요일 휴무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 준수는 물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강화, 산재은폐 근절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건설노조는 현재 하루 8시간 근무를 요구하며 3,500여명이 파업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건설업종만 별도로 안전대책을 마련하게 되면 업무의 효율성이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안전대책 수립 의지가 사실상 없음을 드러냈다.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은 “건설노동자의 분노는 ‘민중봉기’ 수준”이라며 “‘차라리 죽어라’는 노동자의 절규가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늘로 뻗어가는 아파트와 고층빌딩의 높이만큼 건설노동자의 분노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모르쇠’로 눈과 귀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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