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고용 약속 어기고 기술 빼낸 후 공장 폐쇄로?
        2006년 07월 11일 01: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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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0월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그룹이 10일 1천여명을 전격적으로 정리해고 예고 통보해 그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4년 10월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그룹은 노동조합과 채권단과의 3자 교섭에서 고용보장과 기술유출방지에 합의했고, 2005년 5월 17일 노사특별합의서에 “2010년까지 30만대 생산체계를 가기 위해 매년 투자하고 2005년에 4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하이그룹은 이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05년 상하이그룹은 쌍용자동차 3명의 대표이사 중 2명을 상하이자동차 사람으로 바꿨고, 핵심인 자금과 기술연구소에 상무를 파견하면서 생산을 뺀 모든 요직은 중국 임원이 내려왔다. 지난 해 10월에는 지난 3년간 흑자를 달성해왔던 소진관 사장마저 쫓아냈다.

    노후한 평택공장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까 쌍용자동차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졌고, 지난해부터 차가 잘 안팔리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구조조정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판매가 더 부진하자 회사는 약속을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자 정리해고의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사실상의 정리해고 통보를 한 것이다.

    설계도면 훔쳐간 상하이그룹의 속셈

    상하이그룹은 쌍용자동차의 기술을 빼내기 위해 S-100 프로젝트(중국현지화)라는 이름으로 2005년 신차 설계도면을 중국으로 가져갔다. 상하이그룹은 한국에서 차를 만들어 중국에서 판매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조립생산 형태로 중국에서 싼 비용으로 차를 생산하기 위해 설계도면을 훔쳐간 것이다.

    이를 뒤늦게 안 노동조합이 작년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현재 쌍용자동차노조는 준비된 자료를 가지고 검찰에 고발하고 산업자원부 앞에서도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상하이그룹은 설계도면을 빼돌린 일이 사회적 물의를 빚자 기술이전 라이센스를 체결해 합법적으로 기술을 이전해가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쌍용자동차의 첨단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면 더 이상 한국공장은 쓸모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하이그룹이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판매부진을 이유로 1천여명을 정리해고하려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강력한 산별노조 출범 전에 정리해고

    현재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식당 납품업체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있다. 집행부도 총사퇴하고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새 위원장이 당선돼 집행부를 꾸릴 때까지 노동조합이 사실상 공백상태에 있어 정리해고에 대응하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7월 5일 산별노조 전환 찬반투표에서 91%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15만이 넘는 막강한 산별노조가 올 10월이면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7월 10일 사실상 정리해고 예고통보를 한 셈이기 때문에 9월 10일경 정리해고 명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상하이그룹 입장에서는 위력적인 산별노조와 맞서기 전에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한 중국의 전략

    인구 13억에 광활한 영토로 자동차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자동차회사를 5개 메이저회사로 통폐합해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 하에 외국 자동차회사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합작회사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외국회사들이 기술이전을 하지 않기 위해 한 물 간 차종을 중국 시장에 투입하고 있어 중국자동차는 많이 성장하고 있지만 핵심부품들을 만들지 못해 한국자동차회사에 비해 3~5년 정도 뒤쳐져있는 상태다.

    중국은 외국 자동차회사의 인수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했으며 영국의 엠지로버 자동차회사와 기술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기술을 국내 공장으로 이전해 중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서쪽으로 갈수록 높은 산이 많은 중국으로서는 RV(레저용) 차량이 매우 유용했고, 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중국에게는 ‘황홀한’ 먹잇감이었다.

    중국이 인수한 반도체 회사 비오이하이디스

    중국은 한국 반도체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지난 2004년 7월 하이닉스에서 떨어져나온 하이디스를 인수했다. 모니터와 브라운관의 핵심부품인 판넬을 만드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비오이그룹은 연구원을 중국에 6개월씩 체류시키면서 기술을 빼가고 한국공장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

    비오이그룹은 한국공장을 중소형을 만드는 3세대 공장으로 전락시켰고, 대형벽걸이TV를 만드는 5세대 공장을 최근 중국에 세워 가동에 들어갔다. 결국 전혀 투자를 하지 않은 하이디스는 매출이 점점 떨어지고 적자를 면치 못했고, 회사는 2005년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나왔다.

    심지어 비오이그룹은 일부 장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려고 시도하다 노조가 열심히 싸워 간신히 막아냈다. 그러나 중국으로 기술이 넘어간 하이디스 공장은 일거리가 없고 계속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노조 간부들 사이에서도 “이러다 문 닫는 거 아니냐”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이미 100여명의 조합원이 퇴사했고, 현재 900여명의 조합원들은 300여명씩 무급순환휴직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하이디스노조 황필상 사무국장은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하면서 기술력을 빼가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외자유치에 ‘미친’ 한국정부

    론스타의 ‘먹튀’에서 확인했듯이 한국정부는 외자유치에 미쳐 국가기간산업을 아무런 생각없이 팔아치웠다. 모그룹인 대우그룹 부도 이후 워크아웃을 거쳐 3년간 흑자를 내고 있던 쌍용자동차를 조흥은행을 비롯한 주채권단이 ‘외자유치’라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헐값에 중국 상하이그룹에 팔아버린 것이다.

    금속노조 김성혁 정책실장은 “당시 노동조합과 많은 학자들이 중국이 국가정책으로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기업인 쌍용자동차를 판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얘기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의 신봉자들은 외자유치만이 살길이라며 우리 주장을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채권단은 중국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더라도 첨단제품은 한국에서 생산하고 기술이 떨어지는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분업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나 하이디스에서 보듯이 중국은 기술을 빼내가 첨단제품을 중국에서 값싼 비용으로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첨단기술을 단번에 이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쌍용자동차 공장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첨단기술의 이전으로 상하이그룹은 조금씩 구조조정을 단행해 쌍용자동차 공장을 축소시키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김성혁 정책실장은 “한국공장을 유지하고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 조합원이 단결해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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