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일본 대북 제재안' 눈감은 속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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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11일 10: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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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실이든 전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북 미사일 발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사일을 쏜 북이나 북과 국제사회의 가교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중국이나 북 미사일을 자신들의 직접적인 안보위협으로 생각하는 일본 모두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기초해 사건을 해석하고 대응한다.

정부의 한 인사가 한국의 보수신문에 대해 ‘어느 나라 언론이냐’고 따져 물은 적이 있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본으로 하는 세계 어느 언론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도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하고 있는 걸 보면 정부 관계자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유엔 대북제재안을 바라보는 두 시각

   
▲ 11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1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신문 중에서 이런 ‘기본’에서 일탈한 신문이 있었다. 조선일보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해하는 조선일보의 방식은 다른 신문들과 많이 달랐다. 대북제재 결의안은 명목상으로는 미국·일본·프랑스 등 7개 국가가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들 7개 국가를 동일한 의사에 기초한 하나의 ‘집단’으로 간주했지만, 중앙일 보·한겨레·한국일보 등은 그 핵심 국가인 ‘일본’에 주목했다.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이 북 미사일에 대해 ‘과잉대응’하는 문제도 하나의 논쟁거리다.

조선일보는 ‘대북 선제공격론’을 내세우는 일본 정부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정부의 항의 표시를 유엔 대북제재안에 자체를 반대하는 행위로 해석했다. 일면 타당한 지적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선 미묘한 차이가 발견된다.

대다수 신문은 우리 나라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선제 공격론을 운운하는 일본의 태도를 곱지 않게 봤다. 반면 조선일보는 미사일을 발사한 북, 국제사회의 ‘망나니’ 북을 제재하는 데에 정부가 반대 입장을 취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한 것 같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현 정부를 ‘친북-좌파’ 정권으로 규정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앙·한겨레·한국, 일본 군국주의 부활 우려

중앙일보와 한겨레, 한국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각각 <정부 ‘과잉 대응’ 강력 항의>와 <정부, 일 대사 불러 반대 표명> <정부, 일에 신중접근 촉구>를 배치했다. 세 기사의 핵심 골자는 이렇다.

   
 ▲ 11일자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정부는 일본이 유엔헌장 제7장을 근거로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강력한 유감과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외교통상부 이규형 제2 차관은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 대사를 불러 ‘일본 측 결의안이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한 것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 한국 국민의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보 전반에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북 조치 결의안을 우리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일본 정부의 설명을 요청했다."

"유엔헌장 7장은 ‘평와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관한 조처’를 39∼51조에 걸쳐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 42조는 경제 및 외교 관계 단절 등 비군사적 제재가 불충분할 경우 유엔 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에 필요한 공군, 해군 또는 육군에 의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의 노력을 적극 지지하며, 한국 정부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여기에 덧붙인 1면 해설기사 <군사 대국화 야심 일본에 빌미 제공>에서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를 동북아에서 군사·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며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8일 농담을 섞어 ‘김정일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라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우려했다.

중앙·한겨레 "일본 과잉대응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일보는 또 사설 <미사일, 일본 과잉 반응도 문제>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일본의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가 북한 문제를 빌미로 또다시 군사력 강화에 나서려 한다면 별개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지금은 북한에 대해 사실상 자위권 확대로 오인되는 어떤 정책도 검토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힌 중앙일보는 "외교적 선택은 제쳐두고 무력사용부터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 일본의 과잉대응이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 <북한, ‘비공식 6자 회담’에 나와야>에서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움직임은 지나친 데가 있다. 일본이 낸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심각한 테러나 불법 군사행동을 한 나라에 대해 취하는 수준의 조처"라며 "강경 기조 위주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보다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근거로 한국일보는 <정부, 일에 신중접근 촉구> 기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의 지지를 받으며 대북 제재를 강력 추진해왔던 일본의 외교에 한국이 제동을 걺에 따라 향후 한일관계와 6자회담 내 한·미·일 공조에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조선, ‘북한 자극 피하기 위해 대북제재안 반대’ 해석

그러나 조선일보는 역시 ‘비딱’했다. 같은 사안을 보도하면서도 내용에 큰 차이를 보였다. 1면 머릿기사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정부, 사실상 반대 표명>에서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7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가가 제출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정부 당국자는 10일 ‘우리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상황에서 특정 결의안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실제 입장은 명백한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그런 뒤 이규형 제2차관이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대북 결의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근거로 "정부가 대북 결의안에 반대함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미·일 공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며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방찬 기간 중 ‘한 목소리’ 대처를 강조했으나, 불협화음은 벌써 표출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앙일보 등의 보도 내용과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도 그 해석과 전망이 크게 다른 것이다. 조선은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전한 이유에 대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북한 미사일 사태를 안보 위협이 아닌 ‘정치 사건’으로 규정하고 남북장관급 회담을 여는 등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는데 이 결의안이 분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배경이라고 전했다.

   
▲  조선일보 7월11일자 사설
 

조선은 사설 <북한은 ‘천천히 죽는 법’에만 매달릴 것인가>에서도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며 체제를 연명해 가겠다는 전략은 남북한 주민 7000만명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인질극"이라며 "그러나 북한의 이런 전략은 이미 머리 끝까지 차버린 물 속에서 대롱 하나 물 밖에 내밀고 숨을 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북한은 이렇게 하루하루 숨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10년이고 20년이고 버텨보겠다는 생각인가. 북한주민들에겐 주린 배를 부둥켜 안고 참으라고 채찍질하고 남한주민 머리에는 방아쇠를 겨누고 협박해가며 이렇게 계속 가보겠다는 것인가"라고 질문한 뒤 북한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조선일보는 "북한은 눈을 떠야 한다. 그래야 살 길이 보인다. 지금 북한이 가는 길은 사는 길이 아니라 천천히 죽는 길일 뿐이다"라고 했다.

경향, 정치권·보수언론 대응 ‘안보상업주의’ 비판

한편 경향신문은 3면 기사 <국민·경제 ‘차분’…정치판만 ‘호들갑’>에서 북 미사일 대응에 대한 국내의 상반된 태도를 다루었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정치권과 보수언론이 안보 논쟁을 달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그러나 "정작 국민들과 경제는 이성적이고 차분하다"고 전한 뒤 정치권과 보수언론의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햇볕정책 이후 쌓인 질적 변화에 대한 몰이해로 풀이하며 지나친 안보상업주의라는 지적을 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경남대 김근식 교수의 말을 인용해 "98년 대포동 1호 발사때나 서해교전때로 지금보다 결코 위험수위가 낮지 않았지만, 현재 위기상황에 대한 일부 평가를 형평성을 잃고 있다"며 "남북관계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의 문제로 몰고가기보다 객관적·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정부가 북한에 분명한 경고를 하면서도 정치권과 언론 모두 압박·봉쇄가 어떤 부정적 파급이 있을지, 사태의 장·단기화에 따른 해법이 무엇인지 잏성적 고민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고려대 김연철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의 말을 덧붙였다.

멈추지 않는 동아일보의 신문발전위 ‘때리기’

동아일보의 지상파 방송과 신문발전위원회 ‘때리기’는 11일에도 계속됐다.

   
 
 

동아는 <KBS, FTA 비판수위 대폭 낮춰/ 정부 입김에 논조 바꿨나>에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KBS와 MBC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판 보도를 편파적이라고 비난한 뒤 KBS가 한미FTA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춘 기획 프로그램을 내보내 정부의 입김 때문에 논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어 "9일 방송된 ‘KBS 스페셜’의 ‘한미 FTA, 위기인가 기회인가’ 편에서는 한미 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입장을 나란히 보도했다"며 "그러나 한달 전인 6월 4일 ‘KBS 스페셜’은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에서 멕시코 경제의 붕괴 원인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적하면서 한미 FTA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고 비교했다.

이 두 프로그램의 내용을 비교한 뒤 동아는 시청자 게시판에 오른 비판적인 글의 내용을 소개했다.

동아는 이 기사와 나란히 <신문발전기금 지원 성인 72%가 "반대">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여론조사회사인 현대리서치가 7, 8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특정 신문에 대한 정부의 기금 지원에 대해 71.8%가 반대했고 찬성은 10.8%에 불과했다고 10일 밝혔다"고 동아는 보도했다.

동아는 또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 의견(77.5%)이 찬성 비율(10.2%)을 크게 앞질렀고, 열린우리당 지지층 중에도 반대하는 사람들(54.9%)이 찬성(20.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 김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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