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ILO 핵심협약
    3개 비준 절차 추진키로
    노동계 “법 개정, ILO 권고 기초”
        2019년 05월 22일 0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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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미비준한 ILO 핵심협약 중 3개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는 ‘선입법, 후비준’ 입장을 고수하며 노동계와 대립해왔으나 노사 합의가 어려워지자 ‘선비준, 후입법’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에서 결사의 자유 제87호·제98호, 강제노동 제29호 등 3개의 협약에 대한 비준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헌법상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관계부처와의 협의, 노사 의견수렴 등 관련된 절차를 거쳐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991년 ILO는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ILO의 8개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등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4개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 합의 사안으로 넘기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대가로 한 ‘사용자 공격권’ 등이 거론되는 등 논란이 일었다. 경사노위 내에선 관련해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현재는 공익위원 권고안만 나온 상태다.

    정부는 협약 비준과 함께 법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금년 정기국회에서 3개 협약에 대한 비준 동의안과 관련 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결사의 자유 협약 제87·98호 비준을 위한 법 개정에 대해 “지난 4월 15일 발표된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을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강제노동 협약 제29호와 관련해선 “관계 부처 협의 결과, 주요 쟁점인 우리나라의 보충역 제도가 협약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돼 협약 취지를 최대한 반영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오랜 기간 형성된 법·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많고 어려운 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통상 문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 비준 추진 ‘긍정 평가’···법제도 개선 방향은 ILO 권고에 기초해야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늦게나마 핵심협약 우선 비준 추진으로 돌아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비준동의안과 동시에 제출키로 한 법 개정과 제도개선 내용은 ILO 협약 기본원칙과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에 기초해야 한다. ILO 협약 비준을 명분으로 국회에 제출돼 있는 기존 법안은 폐기해야 마땅하다”며 “이 같은 전제라면 민주노총은 개정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에도 적극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준안을 처리할 국회에 대해서도 “재벌과 사용자단체 편에 서서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입법에 골몰하거나,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를 공전시키는 행태는 그만하라”며 “국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을 받는 즉시 동의하고, 노조할 권리 법 개정에 바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ILO 핵심협약 비준 취지에 맞춰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직권취소 조치를 실행해 정부의 실질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에서 “정부는 ILO 핵심협약 정신에 맞는 비준동의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사용자 단체가 주장해 온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삭제’,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이 포함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현 정부는 물론 여야 어느 정당도 비켜갈 수 없는 문제”라며 “한-EU 자유무역협정에서 노동권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ILO 핵심협약 미비준은 우리경제 불확실성을 키워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는 벌써부터 이견이 첨예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강성귀족노조의 횡포 속에서 ILO 협약 비준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무리한 비준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며 “보완 입법이 선행되는 ‘선입법, 후비준’의 절차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보완입법으로 경총 등이 제안한 ‘사용자 공격권’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공무원, 교원, 소방, 경찰, 해고자, 실업자등 노조할 권리를 확대시키는 만큼 기업의 경영권 보장 확대하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의당은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환영한다면서도, 추후 입법 과정에서 강제노동 금지와 관련한 105조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국제사회와의 오래된 약속을 되돌아 볼 때 만시지탄이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형벌체계와 분단국가의 상황 등을 고려해 강제노동 금지 관련 105조 협약을 비준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며 “정기국회로 예정된 비준동의안 준비 과정에서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결사의 자유 조항 비준과 관련해선 “정부의 행정조치로 이루어진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에 대하여 결자해지의 자세로 직권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이번 비준 추진의 이유가 우리 국민과 노동자의 헌법상의 노동기본권 실현임에도, 국제통상문제나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실무적인 절차 정도로 밝히고 있는 것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정부당국의 협소한 입장과 소극적인 태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후 ILO 협약의 정신과 기준에 부합한 비준동의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는 지체 없는 동의와 관련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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