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장자연 의혹 사건,
    김영희 “조사결과 축소에 참담”
    "검찰 과거사위, 유독 장자연 사건에서만 소수인 검사 의견 채택"
        2019년 05월 21일 03: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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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고 장자연 씨에 대한 성접대 강요와 부실수사 정황을 확인했으나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김영희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총괄팀장은 “조사 결과가 축소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20일 고 장자연 씨에 대한 술접대 강요 의혹 등이 적힌 문건의 내용을 사실로 판단하면서도 ‘장자연 리스트’에 관해선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리스트의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문건을 직접 본 사람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에서다. ‘장자연 리스트’는 장 씨가 숨지기 전에 성접대 요구자들의 명단을 적었다는 문건이다.

    ‘문건’의 내용은 사실이나 ‘리스트’는 없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장 씨의 매니저 유장호 씨와 장씨의 유족 모두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이름만 나열된 명단이 아니라 편지글의 형태였다고 진술했다.

    장자연 리스트와 함께 이 사건의 주요한 의혹인 성폭행 피해 의혹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부족을 이유로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

    다만 과거사위는 ‘조선일보 방 사장’ 관련 수사에 대해서는 “방 사장이 누구인지, 장자연이 피해를 호소한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은 수사 미진”이라고 결론 냈다. <조선일보> 관계자의 수사 무마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검찰 과거사위, 고 장자연 사건에서만
    이례적으로 소수인 검사 의견을 결론 채택해”

    김영희 총괄팀장은 21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조사 결과를 심의하는 과거사위원회가 그동안 조사단원 다수 의견을 존중해 결론으로 발표해왔다. 그런데 아주 이례적으로 고 장자연 사건에서만 유독 소수 의견이었던 검사들 의견을 결론으로 채택했다”, “굉장히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진상조사단은 검사 2명과 교수와 변호사 각 2명씩 4명의 외부단원으로 구성돼있다. 그는 “검사는 자신이 속한 검찰 조직에서 있었던 일을 비판적으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조사단 내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외부단원이 중심이 된다”고 설명도 덧붙였다.

    김 총괄팀장은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와 성폭행 의혹에 관해 조사단 내 외부단원과 검사 간 이견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사위가 장자연 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결론을 낸 것에 대해 “굉장히 잘못됐다. 조사단 다수는 리스트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검사들은 리스트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 주된 근거로 매니저 유 모 씨와 유가족이 (당시 수사 때와 이번 조사단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을 들었다. (유 씨와 유가족 모두) 여전히 서술형으로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름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부인하는 게 아니라 이름을 따로 모아 놓은 리스트라는 게 있느냐, 아니면 서술형으로 있느냐 그 차이일 뿐”이라며 “그런데 (소수인 검사의 의견을 수용한 과거사위는) 마치 장자연 리스트가 아예 없는 것처럼 (발표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성폭행 의혹에 대해 증거부족,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총괄팀장은 “성폭행은 조사단이 기한 연장을 한 이후에 나온 의혹이다. 그 부분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수 있는 사건”이라고 짚었다.

    그는 “외부단원들은 조사단 자체에 강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강제 수사권이 있는 수사 기관이 이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록을 넘기고 검토를 하게 해야 된다는 의견을 줬다”면서 “그러나 검사들은 조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증거가 너무 없다’는 이상한 논리로 (재수사 권고를) 반대를 했다”고 지적했다.

    “성폭행 의혹 재수사, 검찰서 조직적 반대 움직임 있어”

    특히 김 총괄팀장은 성폭행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의 조직적인 노력이 있었다고도 판단했다.

    김 총괄팀장은 “성폭행 의혹 수사 개시 결론이 채택되지 못하도록 검사들이 상당한 노력이 분명히 있었다”면서 “‘검찰이 수사 개시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의견이었는데도 그것조차도 막으려고 했다. 조직적 차원에서 반대가 있지 않았나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들은 기자들과 직접 인터뷰하지 않는다. 전화도 안 받는다. 그런데 유일하게 성폭행 수사,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만 전화 인터뷰도 아니고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 것이 기사로 나왔다. 이렇게 검사가 직접 나선 것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성폭행 의혹이 수사로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대검도 어느 정도 뒤에서 봐준 것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총괄팀장은 장자연 사건 당시 검찰 수사를 ‘수사 미진’이라고 평가한 데에도 다수 의견을 축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수사 검사들이 장자연 씨의 가해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 때문에 다수 의견에선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검사가 ‘직무유기에 해당할 정도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굉장히 강하게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그 표현의 정도를 낮춰서 ‘수사미진’이라는 정도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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