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더 특별한 김포도시철도 파업
    [기고] 누가 더 아슬아슬하게 운영하는지 내기 하나?
        2019년 05월 21일 10: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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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일하며 모 노조에 가입한 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는 동안 한 번도 평범한 파업을 본 적이 없다. 날씨가 가물어도 문제, 해당 노동자가 임금이 좀 높아도 문제, 사측이 해결 의지가 없어 투쟁이 길어져도 문제라고 했다…. 작년 11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한 김포도시철도지부가 파업을 앞둔 지금, 이곳의 파업은 조금 더 특별해 보인다.

    김포도시철도 운영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주)는 2018년 1월 설립했다. 같은 해 4월 경력직을 채용했다. 신규 도시철도 노선 개통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맨 처음 노조에 가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만났을 때, 나는 임금 수준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도시철도사업장과 비교는커녕 전국의 모든 경전철사업장에서 최하였다. 찾아온 노동자들은 임금을 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보다 회사를 사기죄로 고소할 수 없느냐를 먼저 물었다.

    사연은 이렇다. 노동자들은 김포골드라인운영(주) 채용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내고 합격자 통보를 들었다. 이후 전 직장에서 정말 이직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 회사로 전화를 했다. 채용공고 상의 연봉에 수당이 추가로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회사는 누군가에게 연봉을 불분명하게, 누군가에게는 연봉을 부풀려서 이야기했다.

    노동자들은 아직 김포골드라인운영(주)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도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인데 기본연봉 이외에 수당이 좀 있겠지’, ‘상여금은 있겠지’. 입사를 결정하고 교육을 2주간 받고 난 후 그제야 회사는 연봉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적혀있는 연봉은 전화상으로 회사가 답한 것과 달랐다. 하지만 몇 주가 흘렀다. 전 직장으로 돌아가기엔 늦었다. 그 후에도 회사의 ‘사기’는 계속됐다. 타 도시철도 운영회사에 다니는 관제 직원에게 회사는 일정 정도의 연봉을 약속했는데, 정작 왔더니 400만 원 가량 연봉 차이가 났다.

    김포도시철도 전동차 모습과 안전개통 관련 기자회견 모습(박스안)

    그런 회사가 있다. 임금을 보면, 아니 뭔가 이상한 회사의 운영을 보면 다른 것도 최악일 것이 예상되는 회사. 김포골드라인운영(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임금만 최하가 아니라 인력 규모도 전국에서 최하다. 회사는 타 경전철 회사에는 열차에 태우다 1년 후 다 빼버린 열차안전원(자동운전인 경전철은 운전자가 필요 없다. 그러나 열차에 타고 있다가 비상조치를 하는 ‘열차안전원’이 있다.)을 포함해 전체 인원이 전국에서 최하‘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동일한 조건을 따지기 위해 열차안전원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인력 규모가 최하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누가 더 적은 수로 아슬아슬 운영하고 있는지 내기 하나?’하는 자괴감이 든다.

    거리에서 선전전을 하며 7월 개통을 손꼽아 기다리는 김포 시민들을 만나며 안전에 대한 우려는 현실감이 더해진다. ‘이 사람들이 탈 텐데. 이렇게 개통하면 안 되는데. 사고가 나면 안 되는데…’ 김포도시철도는 자동운전이라 운전자(기관사)는 불필요하지만, 열차, 설비, 역사, 터널 등의 유지보수까지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 다 ‘사람’이 해야 한다. 기계가 많은 것들을 하지만 그 기계를 유지‧보수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일례로 김포도시철도는 전기-기계-PSD(스크린도어)를 담당하는 3명이 한 조로 일하는 유지‧보수시스템이다. 전기 담당자가 휴가를 가거나 교육을 가면 전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기계, PSD 담당자가 전기 관련 일을 해야 한다. 회사는 많은 분야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라고 한다.

    전기를 예로 들었지만 전기에서 문제가 생기면 도시철도는 바로 운행 중단이다. 전국 궤도사업장에서 오로지 전기만을 수년 동안 담당하던 사람들이 숱하게 감전사를 당했다. 최근 서울지하철 5호선은 단전으로 1시간 동안 열차 운행이 멈췄다. 한국의 어느 사업장에서도 이런 위험한 유지‧보수시스템은 없다. 김포시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것인가?

    김포시는 김포도시철도를 5년간 운영할 회사를 입찰 공고했고, 많은 회사 중에 서울교통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매년 적정 운영비를 230억이라고 시의회에 보고했지만, 김포골드라인운영(주)의 연 운영비는 170억이다. 연 6억이 아니라 60억의 차이가 있다. 서울교통공사(애초 계약자, 김포골드라인운영(주) 모회사)는 5년간 역사 내 임대 수익, 광고 수익 등으로 94억을 자체적으로 벌 수 있다는 전략을 김포시에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회사가 관련 사업을 하는 업체와 맺은 액수는 5년간 고작 6억 2천만 원이다. 나머지 88억은 어딘가에서 벌어들여야 한다. 그러나 도시철도에서 도대체 무엇을 해서 수입을 만든단 말인가? 또 김포시는 세금을 절약했다고 마냥 칭찬받을 상황인가!

    전국 최저의 노동조건, 최저의 운영비는 철도안전 문제로 바로 이어진다. 열차 운영은 매우 정직한 분야다. 어디서든 구멍이 나면 장애, 사고가 반드시 일어나게 된다. 원인 없는 장애, 사고는 없다. 그리고 작은 장애, 사고는 큰 사고의 예고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일단 7월 27일 개통부터 하자고 한다. 김포시나 일부 김포 시민들은 요행을 바라는 거 같다. 하지만 잘 되리라는 ‘바람’으로 김포도시철도가 정상 개통, 정상 운행되지 않는다. 낮에 김포시에서 만난 김포 시민은 작년 11월에 개통 예정이었다가 연기되었기 때문에 안전이고 뭐고 개통부터 해야 한다고 한다. 반면 당산역에서 길게 늘어서서 김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김포 시민들은 개통도 좋지만 안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김포도시철도의 개통으로 땅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안전하게 출퇴근하기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 중에 김포도시철도는 누구의 것이어야 할까?

    5월 들어서 벌써 6명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단 하나, 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원래 낮은 임금 알고 오지 않았냐고 이야기한다. 김포 시민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한다. 중이 떠나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 사실은 김포도시철도가 전국 최악의 도시철도회사라는 사실이다. 현재 조합원들이 다 나가고 나면 누군가는 또 전국 최하의 임금을 받고 더 많은 업무를 할 것이다. 아니 더 이상의 조합원이 이직한다면 김포도시철도에서 현재 진행 중인 영업시운전은 중단되고 7월 개통은 철도안전법상 어렵다. 이것은 파국이다.

    모든 노조가 투쟁을 하지는 않는다. 파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노조가 수두룩하다. 뭔가 지킬 것이 있는 사람들이, 절박할 때 그 어려운 ‘파업’을 한다. 우리 조합원에게 현재의 임금, 현재의 휴가, 현재의 인력구조는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아니다. 파업이 아니라 사직서를 쓰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하고,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이다. 만일 우리 조합원들이 파업을 한다면 그것은 희망이라는 시그널이다. ‘사직’하여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이 곳 김포도시철도에서 개통과 운행을 함께 하겠다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의 파업은 멈춤이 아니라 ‘전진’이다. 그것이 김포도시철도노조의 파업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이다.

    김포시와 김포시민들에게 묻고 싶다. 여전히 당신에게 김포도시철도노조의 파업은 ‘악’인가?

    * 필자는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서 서울, 인천, 부산 등 도시철도, 수도권 경전철에 있는 노조를 담당하고 있다.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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