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운전학원 강사들,
학원 소유주 개인농장에서 강제노역
"최수군 회장님, 감은 직접 따 드세요"···머슴 취급
    2019년 05월 20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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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성산운전학원 노사 갈등, 그 진실은?···노조 혐오와 불신이 원인

성산자동차운전학원(성산운전학원)의 소유주인 최수군 회장이 운전강사를 자신의 농장과 산에 보내 십년 넘게 강제노역을 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노동자를 머슴, 하인, 소유물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감 따고 풀 베고 미장까지 하는 성산운전학원 강사들

봄, 가을 학원 비수기가 되면 성산운전학원에서 일하는 일부 강사들은 충청북도 영동과 전라북도 무주로 떠난다. 두 곳에는 성산운전학원 대표인 최수군 회장이 개인 소유한 땅이 있다. 강사들은 그 곳에 가서 짧게는 당일치기, 길게는 3박4일까지 풀을 베고 나무를 심고 감을 따는 등의 일을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자동차운전학원지부 성산자동차운전학원지회(노조) 조합원 30여명은 지난 4월 고용노동부에 최수군 회장을 집단 고발했다. 노조는 입사 당시 작성한 근로계약서나 채용 공고 등엔 최수군 회장 사유지에 가서 일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최수군 회장이 지위를 이용해 강사들에게 강제노역을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사들은 무주와 영동에 있는 최수군 회장의 사유지를 ‘회장님의 농장’이라고 표현했다. 강사 ㄱ씨는 4년 동안 매해 두 번씩 6~7차례는 그 곳에 다녀왔고 강사 ㄴ씨도 다녀온 경험이 있다.

일정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강사 2명이 제초기, 기름통 등 농장 일을 위한 장비를 챙겨 출발해 오전 10시 정도에 무주나 영동에 도착하면 바로 일을 시작했다. 가을이면 감을 따고, 봄에는 풀을 베고 나무를 심는 일을 했다. 최수군 회장이 성산운전학원과 함께 운영하는 노원자동차학원의 강사 2~3명도 매번 함께했다.

최수군 회장 농장에 가서 일하는 강사들 모습(이하 사진=성산지회)

ㄱ씨는 하루 동안 감 100박스를 딴 적도 있다. 8그루 정도 되는 커다란 감나무에 4~5명의 강사가 매달려 온종일 감만 땄다. 작업은 ‘작업반장’으로 불리는 한 강사가 누군가에게 “감 100박스를 채워서 가져오라”, “최상급 감은 분류해 20박스를 만들어라”, “감나무에 거름을 줘라” 등의 지시를 받고 다른 강사들에게 다시 이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사들은 감나무에 거름을 주고 감을 따고 또 딴 감의 상태를 확인해 ‘최상급 감’을 분류하는 일까지 했다. 그렇게 분류된 최상급 감은 최수군 회장의 집으로 갔다.

풀을 베고 나무를 심는 일도 했다. ㄴ씨 말에 따르면, 최수군 회장이 소유한 무주의 한 산은 밀림처럼 풀이 무성했다. 따로 관리하는 사람을 두지 않고 지금까지 강사들이 일 년에 한 두 번씩 와서 관리해왔다고 한다. 강사들은 키만큼 자란 풀을 제초기를 이용해 베어내고, 나무가 있는 쪽 풀은 낫을 썼다. ㄴ씨와 함께 간 ㄱ씨는 낫질을 하다가 제 무릎을 찍어 근처 병원에 가서 무릎을 꿰매는 일도 있었다. 곡괭이를 이용해 땅을 파고 나무도 심었다. 이렇게 낮에는 최수군 회장의 ‘농장’에서 풀을 베고 나무를 심고 밤엔 찜질방에서 눈을 붙이는 일을 3박 4일 내내 반복했다.

농장 일에 대한 수당도 따로 받지 못했다. 운전 교육 일정 대신 농장 일을 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학원은 강사들에게 그해 최저시급을 주고 있다. ㄴ씨는 “이 마을에 있는 사람 구하면 되지 왜 우리한테 이러느냐”고 했더니, 다른 강사 하는 말이 “그러면 인당 20만원은 줘야 하는데, 우리는 최저시급주면서 일 시킬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강사 강제노역은 10년 전부터 이어져왔다고 한다.

학원은 강사들에게 시험장 공사 일까지 시켰다. 운전면허시험 제도가 바뀌면 굴삭기나 덤프트럭 기사를 불러 학원 내 시험장 땅을 평평하게 밀고 새로운 코스를 만드는 공사를 해야 한다. 성산운전학원은 굴삭기, 덤프트럭 기사가 하는 일 외에 모든 공사 일에 따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강사들이 하도록 했다. 강사 5~6명은 일주일부터 길게는 보름까지 공사를 하는 내내 본업인 운전 강습을 하지 못하고 공사 일에만 매달렸다. 복수의 강사들은 “다른 학원에서도 사소한 일을 ‘도와 달라’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인부처럼 부리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욱 성산운전학원지회장은 “굴삭기나 덤프트럭 기사들은 당연히 오는데, 코스 경계석을 부수고, 돌이나 흙을 나르고, 망치질, 삽질, 미장까지 사람 손을 하는 일은 전부 강사들을 시켰다. 우리가 흔히 보는 보도블록 공사를 강사들을 시킨 거다. 강사 5~6명 공사에 투입해서 일손이 모자라면 더 투입을 하는 식이었다. 그 막노동만 하는 강사는 추가 수당도 없이 보름 이상 그것만 했다”고 말했다.

학원 내 시험장 공사에 동원된 강사들 모습

거부하면 잘린다?

강사들은 학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었을까.

ㄱ씨는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학원 측은 번번이 “다른 사람도 갈 사람이 없다”며 회유하고 설득했다. 강사들은 학원의 지시를 거부했을 때 받을 불이익을 걱정했다. 그는 “회사 다니면 뭐 하나 밉보이면 뭐라고 안할 것도 뭐라고 하고 그런 것 있지 않나”라며 “(강사들의 경우엔) 배차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고…. (예를 들어) 오토(교육 일정)를 주지 않고 가르치기 힘든 1종(교육일정)만 준다든가”라고 했다.

ㄴ씨는 인터뷰에서 성산운전학원의 ‘억압적 분위기’, ‘거부하면 버티기 힘들 것 같은’ 등의 표현을 거듭해 사용했다. 특정 관리자가 강사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언어 폭행을 해온 게 큰 탓이었다. 이 관리자는 수강생이 있는 자리에서도 강사들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퍼붓고 언성을 높였다. ㄱ씨는 “매일같이 학원이 쩌렁쩌렁하도록 소리 지르고 시끄러웠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안 간다’고 해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라고 말했다. 해당 관리자는 학원에서 퇴직한 상태다.

해고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ㄴ씨는 “농장 일을 다녀오라고 했을 때 ‘운전학원 강사가 지방에 내려가서 그 일을 왜 해야 하나’ 했는데, 그러면서도 ‘안 간다고 하면 학원을 관둬야 하는 건가’ 생각부터 들었다. 회사 분위기가 그랬다. 안가면 관둘 생각해야 하는 분위기라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학원에서 “안가면 자른다”고 강사들에게 협박을 한 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학원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손쉽게 해고해왔는지를 보고 들어온 강사들이 학원의 지시를 거역하기란 힘든 일이다.

학원은 수강생들이 쓰는 강습 평가 설문지로 강사들의 생계를 쥐고 흔들었다. 매주 결산을 내서 불친절 강사를 뽑아 게시판에 공개하고 해당 강사에겐 매번 시말서를 쓰게 했다. 이 시말서는 추후 해고의 근거가 됐다. 김인욱 지회장은 “물론 (최수군 회장의 농장에) 가고 말고는 개인이 선택하는 거지만, 강사들이 겁을 먹고 (농장 일을) 가는 것은 맞다”며 “2017년도 전까지만 해도 어떤 트집 잡아서라도 하루 저녁에 10~20명 일 그만두게 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고 말했다.

ㄴ씨는 “김문철 사장이 오긴 전에 있었던 사장이 강사들 이름도 다 외울 만큼 열심히 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학원에서 안 보이더라. 나중에 들어보니 최수군 회장에게 ‘시험장 공사 일은 업체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강사들한테 공사 일을 시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회장님 지시로?

강사들은 공통적으로 최수군 회장의 지시로 강제노역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정황이나 증언도 여럿이다.

강사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팀장, 대리 등 하급 관리자다. 그럼에도 강사들은 강제노역이 최수군 회장의 지시 없인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ㄴ씨는 “최수군 회장이 ‘특정 강사가 누구를 보내라’고 하진 않았겠지만 ‘농장에 강사를 보내라’고 한 것은 회장의 지시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ㄱ씨도 “땅 주인인 회장이 가만히 있었는데 사장이 회장 소유의 농장에 가서 일을 하라고 할 순 없지 않나. 회장의 지시가 없으면 강사들은 그 땅에 들어갈 수도 없다. 사장이 강사들한테 시켰다고 주장하더라도 사장 역시 회장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ㄱ씨는 하급 관리자에게 “회장님의 지시니 다녀오라”는 말을 직접 듣기도 했다.

회장이 농장에 있는 강사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있다. ㄱ씨는 (농장에 갔을 때) 노원에서 온 작업반장은 일을 하면서도 회장한테 (전화로) 직접 지시를 받았다. 반장이 ‘회장이 거름을 주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지시했다”고 말했다.

구청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최수군 회장이 CCTV로 농장에서 일하는 강사들을 지켜본다는 증언도 나왔다. ㄴ씨는 “노원운전학원에 온 강사들이 CCTV 연결하면서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 일하는 거, 쉬는 거, 회장이 그 CCTV로 본다’고 하더라. 어디로 연결이 된 CCTV인지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회장이 본다’는 말은 확실히 들었다”고 말했다.

학원은 여전히 ‘학원을 곧 폐업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퍼뜨리고 있다. 학원 부지를 지키기 위해 추운 겨울 날 시위에 나가고, 회장 개인이 소유한 산에서 들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해 온 강사들이다. 그런 이들을 비수기엔 해고해버리고 노조를 만드니 ‘폐업’이라는 위협을 한다. 성산운전학원의 사용자인 최수군 회장에게는 노조를 인정하라고 하기에 앞서, 노동자도 ‘당신과 동등한 위치의 인간’이라는 점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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