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공무원노조,
    차별 처우는 공정한 것?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조례 추진에 정규직노조 “과도한 혜택” 반발
        2019년 05월 17일 05: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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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상대로 한 ‘정규직 갑질’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다. 공무직 처우 개선을 위한 조례 제정을 두고 서울시 공무원들이 “과도한 혜택”이라며 반발하면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아니고 단순히 처우개선을 위한 조례안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정규직 이기주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의회(민생실천위원회)는 서울시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인 공무직의 차별금지와 처우개선을 위한 ‘서울특별시 공무직 채용 및 복무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조례는 불합리한 차별 처우 금지, 20년 이상 근속자 명예퇴직 수당 지급, 공무직결원이나 신규업무 발생 시 공무직 우선채용, 인사관리위원회에 공무직 노동조합 추천인 포함 등을 골자로 한다.

    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한국노총 서울시공무원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차별적인 처우가 “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홈페이지 관련 내용 일부 캡처

    노조 간판 걸고 차별 정당화하는 한국노총 정규직 노조
    서울시의회 “서울시공무원노조의 편견과 이기주의 우려”

    노조는 지난 9일 정책자료를 내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공무직을 공무원과 사실상 동일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공무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공무직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이어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정도하면 누가 반대하겠나. 그런데 무기계약직인 공무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마치 공무원처럼 대우하겠다면 차원을 달리하는 얘기가 된다”며 “공무원과 같이 엄격한 채용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고, 추상같은 복무관리도 없이 대우만 받겠다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형평에 맞지도 않다”고 했다.

    ‘차별적 처우 금지’ 등 관한 조례안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제29조 차별적 처우의 금지는 공무직에 대해 시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 비해 합리적 이유 없이 보수·복무 등 노동조건에 있어 불리하게 처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원래 차별적 처우라는 개념은 합리적 차별은 용인되지만 불합리한 차별은 허용하지 않는 의미”라며 “자격, 경력 등 능력에 따른 차별적 처우는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조항이 시행되면 기존 공무원 노동자들이 복지시책 전반에서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갈등 발생 소지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제25조 명예퇴직에 관한 조례안도 “공무직에게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공무원 이상의 대우이면서 엄청난 예산부담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삭제를 요구했다.

    노조는 “공무직에 대한 처우개선도 중요하지만 법적 근거 없이 공정성을 해하거나 공직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천공항이나 서울시지하철 등에서 벌어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아니고 정규직과의 차별적인 처우를 개선조차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공무원노조의 이러한 반발은 정규직 이기주의 비판을 받을 만하다. 공무직노조는 물론 서울시의회에서도 정규직노조에 날을 세우는 이유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와 서울시공무원노조의 편견과 이기주의를 우려한다”며 “공무직 조례 제정 추진과 관련해서 서울시의 불통과 복지부동, 서울시공무원노조의 편견과 일방적인 행동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직과 관련해서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 전에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바꿔 말하면 공무원들은 과거에는 계약, 그에 딸린 생계를 빌미로 공무직에게 일을 시켰었다는 말이다. 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이냐”고 질타했다.

    민주노총 공무직 노조 “차별 아닌 연대해 달라”

    처우개선의 당사자인 공무직 노동자가 모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무직지부는 17일 성명을 내고 “정규직과 공무직 차별, 분할이 아니라 노동자 연대의 정신으로 함께 해달라”고 밝혔다.

    공무직 노조는 “서공노는 공무원시험이라는 채용절차를 통해 들어온 자신들과 용역업체 등에서 일하다 전환된 공무직과의 차별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며 “이러한 정규직 노조의 입장에, 공무직 노동자들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도 참담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는 현장노동자들이 공무직이다. 현장의 공무직 노동자가 없다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도로를 보수하고 공원을 가꾸며 쓰레기를 치울 수도 없다”며 “그런데 단지 공무원시험을 통해 채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이 정당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단결해도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고 노동기본권을 실현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노동자의 단결을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서공노는 더 이상 서울시의회가 추진 중인 공무직 조례 제정안에 대한 반대를 멈추고 지지해달라”며 “직장의 평등한 동료 노동자로서, 노동기본권을 함께 쟁취해가는 동지로서 입장을 가져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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