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영혼의 배설이다!
    [그림책 이야기] 『당신과 함께』(잔디어 글·그림/ 정세경 옮김/ 다림)
        2019년 05월 16일 03: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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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이 사람이 어디 간 거야?

    아침에 일어난 마리는 어리둥절합니다. 남편 조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리는 집안 곳곳을 살피고 문밖으로 나와 봅니다. 저 앞에 걸어가는 조지가 보입니다. 남편 조지는 지팡이를 짚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고 있습니다.

    “조지, 조지! 당신 어디 가요?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도대체 어딜 가는 거예요?”

    하지만 조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마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입니다. 이제 마리도 서둘러 남편 조지를 쫓아 길을 나섭니다.

    마리는 열심히 조지를 뒤따라갑니다. 하지만 홀랜드 파크에서 조지를 놓치고 맙니다. 다행이 공원에는 공작새들이 있습니다. 마리가 공작새들에게 묻습니다.

    “혹시 우리 조지 못 봤니?”

    공작새들이 알려준 곳으로 가 봅니다.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마리는 거대한 공룡의 뼈를 타고 올라가서 광장을 내려다봅니다. 저기 조지가 보입니다. 이제 조지는 브롬턴 로드를 따라 걷고 있습니다. 마리는 생각합니다.

    ‘해러즈 백화점으로 가고 있는 게 분명해!’

    마리의 남편 조지는 정말 해러즈 백화점으로 가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조지는 왜 말도 없이 집을 나선 걸까요? 혹시 마리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하는 건 아닐까요? 런던에 사는 어느 할머니가 집 나간 할아버지를 하루 종일 쫓아다니는 그림책, 『당신과 함께』입니다.

    마리, 조지 그리고 런던

    마리와 조지는 런던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입니다. 어느 날 아침 조지 할아버지가 말없이 집을 나서고 마리 할머니는 그 뒤를 쫓아갑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덕분에 독자들은 런던 구경을 시작합니다. 홀랜드 파크, 자연사 박물관, 브롬턴 로드 그리고 해러즈 백화점…

    재미있는 것은 작가 잔디어가 영국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잔디어는 영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타이완 작가입니다. 아마도 잔디어는 런던을 정말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런던의 이곳저곳을 하나하나 정말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냈으니까요.

    무엇보다 작가 잔디어는 런던의 명소에 사랑의 온기를 담아냈습니다. 주인공 부부인 마리와 조지는 황혼의 나이에도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작가 잔디어는 마리와 조지의 사랑을 두 사람이 좋아하는 런던의 명소를 통해 너무나 애틋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술을 먹고 삽니다!

    사람은 밥을 먹고 삽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 반만 맞는 말입니다. 밥을 먹고 사는 건 사람의 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몸이 전부가 아닙니다. 사람의 몸은 사람의 반입니다. 나머지 반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밥이 아니라 예술을 먹고 삽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면서 아름다운 주인공에게 반합니다.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사랑에 반합니다. 주인공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에 반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 반한다는 뜻은 우리가 행복해진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영혼의 양식을 배불리 먹었다는 뜻입니다.

    삶은 영혼의 배설이다!

    마음이 배가 부르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몸이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음식을 소화해서 배설을 합니다. 마음도 영혼의 양식을 먹으면 소화시켜서 배설을 합니다. 마음도 땀을 흘리고 소변과 대변을 봅니다.

    그림책 『당신과 함께』를 마음의 양식으로 먹은 영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책에서 받은 아름다운 감동을 잘 소화시켜서 아름다운 삶을 배설합니다.

    예컨대 마리와 조지의 사랑에 반한 사람들은 분명 런던 여행을 계획할 것입니다. 마리가 조지를 따라 걸었던 홀랜드 파크에도 가고, 자연사 박물관에도 가고, 브롬턴 로드를 걷고 해러즈 백화점에서 쇼핑도 즐길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림책 『당신과 함께』에 반한 영혼들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뜨겁게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예술이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존 레논의 『imagine』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이루리의 『까만 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듭니다. 예술이 삶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영혼의 허기를 채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사랑으로 채우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 먹는 예술작품이 중요합니다. 오늘 우리의 영혼이 어떤 양식을 먹느냐에 따라 내일 우리의 삶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영혼의 양식을 먹고 있습니까?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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