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팝나무의 이름 유래와 관찰 단상
    [푸른솔의 식물생태] 꽃 피는 모습이 '쌀밥' 연상돼
        2019년 05월 16일 01: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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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팝나무란?

    이팝나무<Chionanthus retusus Lindl. & Paxton(1852)>는 낙엽 활엽수로 높이 20여m까지 자란다. 중국, 타이완, 일본에 분포하고 한반도에는 남부 일부지역과 서해안의 일부 섬에서 드물게 자생한다. 5월~6월에 흰색으로 꽃을 피운다. 꽃이 드물어지는 이 계절에 개화하는 이팝나무는 꽃의 모습이 풍성하여 최근에는 전국에서 가로수로 널리 식재하고 있다.

    2019/5/5/ 경남 양산

    이팝나무의 이름 유래기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 정태현(鄭台鉉; 1882~1971)과 일본인 이시도야 츠토무(石戶谷勉; 1891~1958)가 공저한 『조선삼림수목감요』(1923)에서 자생지 중의 하나인 전남 지역 방언 ‘니팝나무’를 채록한 것에서 유래한다. 『조선식물향명집』(1937)에서 ‘이팝나무’로 개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인데, 이팝은 쌀밥에 대한 방언이므로 이팝나무는 꽃이 피는 모양이 쌀밥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유래한 이름이다.

    정태현 도봉섭·이덕봉·이휘재, 『조선식물향명집』(조선박물연구회, 1937), 133쪽

    조선어학회가 편찬한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1936)은 쌀밥(米飯)에 대한 당시 우리말 표현이 ‘이밥’이고 방언이 ‘이팝’이라고 기록하였고, 이시도야 츠토무(石戶谷勉)가 저술한 『조선거수노수명목지』(1919)는 그 명칭을 ‘白飯木’(백반목: 쌀밥나무)이라고 기록했는데, 이러한 점들은 위와 같은 유래를 뒷받침한다. 일본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부정적이었고 조선에 대한 나름의 애정(?)을 가졌지만, 한글 구사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던 이시도야 츠토무(石戶谷勉)다운 표현법인 듯하다.

    일설에는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기 때문에 이팝나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으나, 한자어가 지방 방언에서 유래한 이름에 어원인 경우는 그 예가 매우 드물고, 그러한 유래를 뒷받침할 자료나 음운학적으로 뒷받침할 근거도 없기 때문에 일종의 민간어원설로 보인다.

    속명 Chionanthus는 그리스어 chion(눈)과 anthos(꽃)의 합성어로 나무에 흰색 꽃이 마치 눈이 내린 것 같다고 하여 유래된 이름으로 물푸레나무과 이팝나무속 식물을 지칭한다. 중소명 retusus는 미세하게 오목한 모양(微凹形)을 의미한다.

    중국명 流苏树(liu su shu)는 流蘇(유소)가 수레와 말·가마·장막·비단 깃발 따위의 위에 장식용으로 매달아 늘어뜨리는 술을 의미하는데 유소를 닮은 나무라는 뜻으로 화관이 길게 늘어지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명 히토시바타고(ヒトツバタゴ: 一葉タゴ)는 단엽을 가진 타고(タゴ)라는 뜻인데 타고(タゴ)는 토네리코(トネリコ: 물푸레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물푸레나무가 복엽을 가지는데 비하여 단엽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팝나무에 대한 관찰

    (1) 이팝나무가 풍매화?

    2016/5/12/ 경기도; 이팝나무의 수꽃그루의 수꽃의 모습

    이팝나무의 가로수 식재가 늘어나고 곳곳에서 꽃가루를 날리는 주범으로 민원이 꽤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꽃의 구조를 보면 수술이 화관(꽃부리)으로 둘러 쌓여있기 때문에 꽃가루를 밖으로 바람에 날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실제로 식재된 개체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어린 나무들이 꽃을 만개하고 있을 때 몇 그루의 나무를 흔들어 보아도 꽃가루를 날리는 개체는 없었다. 이팝나무의 개화 시기가 송화가루나 버드나무류(Salix)의 씨앗이 산포되는 때와 일치하는 것 때문에 낳은 오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 이팝나무의 성(sexuality)?

    2018/5/22/ 경기도; 이팝나무 암꽃그루(?)의 암꽃(?)의 모습

    우리나라에 출간된 식물도감은 대개 이팝나무의 성에 대해서 대개 암수딴그루(dioecious)로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국립수목원에서 관할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Nature)에서도 암수딴그루와 기록하고 있다. 암수딴그루 즉, 암꽃이 피는 암그루와 수꽃이 피는 수그루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암꽃그루의 암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술이 있다. 암꽃의 수술을 잘라 내부를 살펴보면 수술에서 꽃가루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임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다면 암꽃은 단순히 암꽃이 아니라 양성화(androgynous; bisexual)로 이해된다. 결국 이팝나무는 국내 식물도감의 기재와 달리 수꽃양성화딴그루(adrodiecious)로 여겨진다. 수꽃이 피는 수꽃그루와 양성화가 피는 양성화 그루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3) 이팝나무의 수분(pollination)?

    2016/5/12/ 경기도; 이팝나무의 꽃이 개화한 모습

    2018/5/22/ 경기도; 이팝나무가 수정하여 열매를 맺은 모습 ​

    이팝나무 주위에 앉아 한참을 관찰해도 매개하는 곤충을 볼 수가 없다. 심지어 개미가 나무를 올라가는지를 살펴도 보이지가 않았다. 풍매화로 바람 따라 꽃가루가 날려 수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매개곤충도 보이지 않는데 열매는 곧 잘 맺는다. 그러면 양성화(bisexual)가 자가수분(self-pollination)를 통하여 열매를 맺는 것을 아닐까? 그러한 가설이 맞는지 내년 봄에는 다시 꼼꼼히 살펴보리라 다짐해본다.

    글을 마치며

    이시도야 츠토무(石戶谷勉)가 저술한 『조선거수노수명목지』(1919)는 옛사람들이 이팝나무를 당산목(堂山木) 또는 신목(神木)으로 신성시하는 나무라고 기록하였다. 옛적에는 나무의 꽃피는 모습으로 그해 벼농사의 풍년과 흉년 여부를 짐작하고 치성을 드리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고 믿어 신목으로 받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팝나무는 한반도에서 드물게 자생하고 번식도 까다로워서 삽목이 어려우며 종자는 이중 휴면을 하기 때문에 발아도 어렵다고들 하는데, 용케도 가로수로 식재하는 것이 성공해서 요즘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이 되었다. 아무쪼록 잘못된 오해를 받지 않기를, 지나치게 소비용으로 소진되지 않고 옛사람들이 이팝나무와 맺었던 관계에서 가졌던 자연을 소중하고 여기는 마음과 생각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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