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문제로 한미 FTA 깨질 수 있다"
        2006년 07월 07일 04: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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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한미FTA 2차 협상 사전 브리핑에 앞서 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2차 협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당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이날 통외통위 회의는 비공개로 열 예정이었으나, 대다수 의원들의 강력한 항의로 1시간여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 보고와 의원 질의를 공개하고 협상 전략 상 민감한 내용만 오후 비공개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오전 공개 회의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상품, 섬유, 농산물 양허안의 일괄 교환’ 등 2차 협상에 대한 우리 쪽 전략을 보고했다. 이에 통외통위 의원들은 한미FTA 반대 여론, 상품·섬유·농산물 양허안 일괄 교환 추진,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인정 등 정부의 한미FTA 졸속 추진과 2차 협상 대응방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려를 밝혔다.

    국민 90.5%가 반대하는 한미FTA 추진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90.5%가 한미FTA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며 정부의 준비 부족을 나무랐다. 같은 당 장영달 의원 역시 “국민들로부터 너무 이해를 못 받고 있어서 과연 이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대단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종권 의원은 “이해관계 당사자가 양해가 안 된 상태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FTA의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 가능한 설명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김현종 본부장은 “졸속추진에 대해 협상가들이 조심하고 있다”면서 “시한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고 결과를 좋게 내기 위해 시간 더 필요하면 더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거듭 “결과 위주로 할 것”이라면서도 “아세안과는 9개월에 끝냈고 스위스, 노르웨이는 6개월, 미국·호주는 11개월만에 FTA를 체결했다며 한미FTA 협상 기간이 짧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장영달 의원의 “한·칠레 FTA는 4년이 걸렸고 미국과 스위스는 2년을 끌다가 결국 안 하기로 했는데 꼭 1년 안에 해야 하나”, 한나라당 진영 의원의 “우리 입장에서 한미 FTA가 그렇게 절박한 게 아니지 않냐”는 거듭된 질문이 이어졌다.

    김 본부장은 “협상은 우리의 입장을 반영시키는 것이고 만약 우리 입장이 반영 안 되면 한일 FTA처럼 중단되고 미국, 태국 FTA가 깨졌듯이 깨지는 것”이라면서 “시한에 쫓겨 결과를 희생시키는 것은 안 한다”고 못 박았다. 또한 “미국 의회가 기간을 연장시킬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안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 "농산물 피해 크지 않아, 쌀은 제외"

    2차 협상에서 상품·섬유·농산물 양허안 일괄 교환 추진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한화갑 의원은 “유·불리한 분야를 일괄타결한다는 데 불리한 부분인 농산물을 일괄 타결하면 손해난 부분만 계속 손해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갑 의원 역시 “일괄 협상을 하면 국가적 이익이 될지는 모르지만 농산물이 가장 피해를 많이 본다”며 “전략을 잘못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농산물, 섬유, 상품 분야를 별도로 교환하면 우리의 약점이 나타날 수 있어 묶어서 동시 추진한다”며 비공개 회의에서 더 자세한 전략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농업 분야 협상은 소고기와 곡물에 집중돼 있다”면서 국내 농산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음을 강조했다. 특히 소고기의 경우 한우의 가격이 4배 이상 비쌈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차별화’로 36% 시장점유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용갑 의원이 “쌀을 제외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미국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으로 안다”며 정부 입장을 물었다. 임종석 의원 역시 “쌀을 제외시킨다고 했는데 그 입장을 지킬 수 있냐”고 재차 확인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미국의 농업지역인 캘리포니아, 알칸사 주 국회의원들은 쌀 포함 입장을 비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쌀 협상 이후 국정조사를 받아봐서 그 민감성을 알고 있고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1차 협상 때 한미FTA를 깨고 싶으면 쌀을 포함시키면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문제는 경제 그 이상, 안되면 FTA 깰 수도

    박진 의원은 “미국에서는 한미FTA 협상에서 개성공단은 아예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다”면서 “개성공단 원산지 예외인정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은 협상 전략 상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개성공단 문제로 FTA가 무산될 경우 누구의 책임을 물을 것이냐”고 따졌다.

    김용갑 의원 역시 “개성공단 문제는 정치적 의미가 커서 미국이 안 받아들인다”면서 “개성공단 문제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다른 분야에 어려움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실익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은 개성공단 문제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어렵다는 표현을 해왔다는데 전략적 차원에서 답한 것일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우리 측이) 요구를 안 할 수는 없고 최선을 다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듭된 질문에 김 본부장은 “개성공단 문제로 FTA가 깨질 수도 있고 안 깨질 수도 있다”면서 “개성공단 문제는 경제, 통상에 정치적인 플러스 알파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경제학자들의 한미FTA 입장 발표와 관련 박진 의원은 “한미FTA 협상에 대해 현 정부에 몸담았던 청와대 경제비서관, 정책실장 등이 나서서 반대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한 목소리가 아닌데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것이냐”고 비난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를 나간 사람들이 입장을 밝힌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반대의 기초로 멕시코를 예를 드는데, 실제 멕시코는 대미 무역흑자 1억불에서 FTA 체결 이후 235억불로 증가했으며 일자리도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913만개 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도 ‘어떻게 1994년 멕시코와 2006년 대한민국이 같나’ 하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김 본부장은 덤핑 관세, 투기자본에 대한 세이프가드의 필요성 등을 “우리가 상당히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분야”라고 밝혔다. 반면 의료분야에서는 약재비의 건강보험 등재 기준, 신약품 가격 결정 매커니즘이 미국 쪽에서 관심을 표명해 이슈가 될 것이고 지적재산권은 미국 뿐 아니라 우리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혀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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