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강도·무료노동 확대
    집배원, 이틀 새 3명 사망
    "인력증원 없이 초과근무 줄인다면 무료노동은 확대될 수밖에 없어"
        2019년 05월 14일 03: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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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인 우정사업본부에서 이틀 동안 3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이 중 2명은 전형적인 과로사 유형인 심정지가 사망 원인이다. 최근 경영적자를 핑계로 집배 인력 증원 계획을 철회하고 무료노동을 강제해온 탓이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와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주52시간 정책과 경영 위기를 핑계로 꾸준하게 집배원들의 노동강도와 무료노동을 늘려왔다”고 비판했다.

    사진=곽노충

    지난 12, 13일에 걸쳐 집배원 3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앞서 4월에도 집배원 2명이 심장마비와 뇌출혈로 사망한 바 있다. 이번에 사망한 집배원 2명은 심정지, 다른 1명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특히 공주우체국 상시집배원(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심정지로 사망한 A씨의 나이는 고작 34살이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A씨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며 관리자의 각종 갑질에 고통을 호소해왔다고 한다.

    특히 공주우체국이 있는 충청 지역은 2017년 집배원 과로사 문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실태조사가 이뤄졌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노동부는 “근로기준 분야에서 특별한 법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장시간 근로 등 근로조건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시간 노동 사업장은 맞지만 무료노동 등에 관한 위법 사항은 없다는 뜻이다. 노조는 “당시 노동부가 충청지역 포함 전국에 만연한 무료노동에 대해 눈감아 준 것이 오늘의 비극적인 사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현장에서의 거듭된 죽음을 방치하는 것은 살인이나 다름없다”며 “이러한 죽음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배원의 장시간, 중노동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노동조건개선기획추진단’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이다. 임금노동자 연평균 노동시간(2,052시간)과 비교하면 하루 8시간 노동 기준 평균 87일을 더 일한 셈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뇌심혈관 질환 등으로 사망한 집배원은 25명이다. 2010년 이후 최대수치다. 이들 중엔 근무 중 교통사고(6명)보다 과로사의 전형적 유형인 뇌심혈관(7명)으로 사망한 수가 더 많다. 노조는 무료노동 확대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정부의 주52시간 정책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했으나, 인력증원 없이 노동시간만 줄여왔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노동시간으로 분류하지 않아 수당으로도 책정되지 않는 이른바 ‘무료노동’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무료노동 확대는 실제 노동시간이 잡히지 않아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인력증원 없이 초과근무 줄인다···결국 무료노동 확대로

    주52시간제 때문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우정사업본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월 초과근무를 22시간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떠른 인력충원은 없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경영악화 극복 방안으로 또 다시 인건비 절감안을 내놨다. 집배인력 1000명 증원을 보류하고 집배원 상시출장여비도 줄이기로 했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는 초과근무 예산을 반토막냈다. 인력증원 없이 초과근무를 줄인다면 무료노동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경영위기를 핑계로 집배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준식 위원장은 “(정부와 우정사업본부는) 과로사 중단을 위한 인력중심의 대책 내놔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이 본래 법안의 취지에 맞게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와 대책을 노동조합과 함께 세워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소하 의원도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9년간 과로사로 사망한 집배원이 무려 82명이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임에도 우정사업본부는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우정사업본부는 비용절감 운운하며 지키지 않고 있는 인력 2천명 증원 약속을 당장 이행하고,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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