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균형인사’의 딜레마 :
    올 5월 육군 중장급 인사
    [기고] 성역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2019년 05월 13일 10: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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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8일에 단행된 국군의 대장급 장성 인사에 따른 중장과 소장의 후속인사가 지난 5월 7일 발표되었다. 최근에 북한이 연이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에 모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라 큰 이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보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단행된 공군과 해병대 그리고 인사수요가 없었던 해군과 달리, 조직규모가 큰 육군의 인사내용은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중장으로 진급한 육군 소장은 모두 5명이다. 이들 중 군단장 진출자는 4명으로 육사와 비육사 각각 2명이다. 현재 육군의 군단장(10)은 육사 7, 비육사 3명으로 나뉜다. 문재인 정부는 (표 1)에서처럼 이전 정부에 비해 비육사 출신의 군단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발탁하는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표 2)를 보면 비육사 출신 군단장의 숫자가 집권 초기보다 오히려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에 단행한 군 인사를 통해 육사 대 비육사 간의 비율이 5대5로 정립된 대장 계급의 구도가 일선 군단장 급에도 계속해서 이어져야 군의 문민통제에 도움이 된다.

    이번 인사에서 국방부는 균형인사를 화두로 내세웠다. 대표사례로 학사사관출신의 첫 중장 배출을 내세우고 있다. 일명 ‘학사장교’로 널리 알려진 ‘학사사관’ 들은 육군의 비주류인 비육사 내부에서도 소수자인 것이 현실이다. 1981년 1기 임관 이후 ‘학사사관’ 출신의 준장 진급은 2010년 12월에 이명박 정부에서 이루어졌으나(3기) 이후에도 보이지 않는 ‘진급상한’의 벽에 막혀 있다가 문재인 정부에 와서야 비로소 소장(9기,11기)과 중장(9기) 배출에 성공했다.

    수도군단장 최진규(학사9), 3군단장 박상근(학군25)

    이처럼 ‘학사사관’ 출신의 군단장 발탁이 국방부의 말대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1회성 깜짝인사가 오히려 균형인사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 이번에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안영호 중장의 경우를 살펴보자.

    안 중장은 소장 진급을 시작으로 세 번 연속으로 서욱 현 육군참모총장이 직전에 거쳐 간 직위로 발령을 받아왔다. 중장까지 진급한 능력 있는 장성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전적으로 우연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군이 균형인사를 강조하지만 육사 선후배 사이의 보직 되물림과 같은 관행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남영신 전 사령관의 지상작전사령관 취임으로 공석이 된 군사안보지원사령관직을 이번 인사에서는 공석으로 놔두고 당분간 참모장 직무대리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 언론에서는 ‘초유의 임명 패싱 사태’로 간주하고  내부 인사의 직무대리에 대해 안보공백을 우려하며 강한 비판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초대 기무사령관이 ‘기무사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조기교체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신중하게 후임자를 결정해서 올 하반기에 임명하겠다는 국방부의 계획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김도윤 기무사 참모장(소장)은 중장 진급 없이 사령관에 취임하여 8개월만 기무사령관직을 수행하고 실제 개혁은 후임 사령관에 의해 추진된 바 있기도 하다.

    다른 언론에서는 직무대리가 국방부장관과 같은 공군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적절하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나 이는 육군 출신이 국방부장관이던 시절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던 비판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다. 3군의 보안방첩부대를 통합하여 만들어진 기무사 체제로 인해 수적으로 우세한 육군 출신의 기득권만 강화되었고 이들을 주축으로 ‘계엄령문건 사건’이 발생했다. 공군 출신의 직무대리체제는 육군이 다수인 안보지원사조직의 일탈을 견제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군수사령관에는 대체로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이 임명되던 관행을 깨고 2순위라고 할 수 있는 국방부 군수관리관 박주경 소장(육사42)가 내정되었다. 박 내정자는 ‘군 전용 승용차 운용개선’을 통해 장성급 장교들의 군전용차량과 운전병의 숫자를 대폭 축소하는 역량을 보여준바 있다. 경쟁자인 군수참모부장이 2016년 12월 세계일보를 통해 보도된 ‘알자회’ 기사에 등장한다는 점도 감안이 되었을 것이다.

    수도방위사령관 김선호, 1군단장 황대일(육사43)

    이번 인사에서도 나타났지만 수도방위사령관이나 1군단장과 같은 직위는 오직 육사 졸업생만이 갈 수 있는 보직이다. 현재 군 내의 균형인사를 제대로 하려면 위와 같은 성역을 모두 없애야만 한다. 수도군단장에 부임한 최초의 ‘학사사관’ 1호 중장인 최진규 군단장이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육군참모차장과 같은 비육사 출신에게는 문호가 닫혀 있는 직위로 다시 한 번 영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참조 : 육군의 전투병과 장교 임관은 생도 과정의 육군사관과 3사관, 후보생 과정의 학군사관(ROTC), 학사사관 그리고 단기간부사관으로 나뉜다.

    이들 중 3사관은 대학 3학년으로 편입학하여 2년간의 생도 과정을 마친 후 4년제 학사로 임관하는 과정이다. 학군사관은 대학생이 3학년부터 2년간 전공과 학군단의 군사교육을 병행이수하고 졸업 후 임관하는 과정이다. 학사사관은 4년제 학사학위자가 임관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간부사관은 1996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부사관이나 병사가 장교로 임관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장교 양성과정이 매우 복잡한 이유는 위관급 장교의 부족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단기교육과정을 남발해왔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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