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는 불행의 씨앗
    [행복칼럼]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2019년 05월 08일 01: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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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품 같이 생긴 얼굴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를 얘기하자면 이박삼일도 부족하다. 택시를 타면 기사가 백밀러로 힐끗 쳐다보면서 목적지를 영어로 물어야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여름 지방에 강의하러 갔다가 점심 먹기 위해 검색해 두었던 맛집에 갔다. 손 씻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가 어르신이 엉거주춤하고 계시기에 부축해 드렸다. 얼굴을 쳐다보시더니 “외국인이라 참 친절하시네”라고 말씀하신다. 그냥 웃을 수밖에.

    한창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에는 서양인 같은 외모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다니던 고등학교가 시청 근처였다. 1960년대에는 서울이라 해도 외국인이 많지 않았다. 등하교 하느라 시내를 지날 때 껌 파는 소년이 보자마자 “헬로, 헬로 껌 사요”라며 졸졸 따라왔다. 얼마나 챙피했는지…. 그런가 하면 길 가던 외국인은 나를 보면 고향 사람이라 여겼는지 반색을 하며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남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그때마다 내 얼굴생김새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겪어 보지 않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오죽하면 하루라도 빨리 쌍꺼풀 풀고 코를 낮추어 우리나라 표준의 얼굴이 되고 싶어 성인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겠는가

    세월이 많이 흐른 요즘은 쌍꺼풀 눈과 높은 코가 대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얼굴생김새가 가 우리나라 여성의 로망이 되었나 보다.

    여전히 서양인 같은 외모로 인해 곤혹스런 상황에 처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웃으며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수입품 같아서 외모 면에선 비교가 불가하다는 점이다.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씨의 행복 여행』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행복 관련 책이다.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은 여행에서 얻은 여러 행복 교훈을 제시했는데,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으로 꼽았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하나같이 남들과 비교하지 않을 때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비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행복 비결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비교는 행복의 최대 적이다. 나 역시 비교로 인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처럼 지내던 때가 있었다.

    내가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전반적으로 승진이 빠르기도 했지만 유난히 수간호사가 일찍 되었다. 18년 간호사 경력 중에 자그마치 15년을 수간호사로 지냈다. 그때만 해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대부분 학교 후배였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후반기에 내 밑에서 근무하던 후배들이 하나둘씩 학교로 옮겨갔다. 나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데 후배들은 나를 추월해서 저만큼 앞서 가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좌절감이 깊었고 우울해서 출근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나야말로 비교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던 거다.

    비교(比較)가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것이라면 사회 비교(Social Comparison)는 자신의 신념이나 능력, 태도 등을 타인과 비교하여 이를 토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더 나아가 개인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한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과 비교하여 자신이 취할 행동이나 사고, 신념을 형성하게 된다.

    사회 비교가 행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일본은 핀란드와 비슷한 소득수준인데, 행복 지표에서는 핀란드가 최상위인데 반해, 일본은 중하위권이다. 이유는 딱 한 가지. 핀란드 사람들은 남과 비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과 비슷한 문화권인 우리나라의 행복 지표 또한 경제수준에 비해 낮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고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도 사회 비교 때문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외국으로 이민 간 교민들이 고국을 방문하면서 공통된 반응을 보인다. 이렇게 잘 살 줄 알았으면 이민 안 갔을 텐데….하는 후회에 이어 그런데 왜 사람들 얼굴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지? 하며 의아해 한다.

    우리는 예전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엄청나게 윤택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나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타인을 보는 순간 갑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진다. 남과 비교할 때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인 ‘상대적 박탈감’때문이다.

    사회 비교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백화점에서 손님이 갑질하는 거라든가,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모기업 패밀리의 추태가 물질 만능주의의 대표적인 예다. 그런가 하면 외모를 중요시 여겨 성형 공화국이라는 꼬리표도 달렸다. 예쁘지 않으면 생일 초대도 못 받는다는 초등학생 꼬마의 울음 섞인 하소연은 웃픈 얘기다.

    우리나라에 따라다니는 꼬리표 중의 하나가 분노 공화국인 이유 또한 ‘비교’ 때문이다. 상대를 파트너가 아닌 비교 대상으로 여기면 공격적이고 적대적으로 대하게 된다. 게다가 남과 비교하면 자신에게도 거칠어진다.

    우리나라 사람의 뇌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뇌에 비해 비교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한다. 사회 비교가 너무 심하다는 말이다. 사회적 비교에 있어선 거의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파워를 중요시하고, 뻑 하면 “주민등록증 까보자”라고 모든 걸 나이로 해결하려는 것,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것도 사회 비교 형태 중에 하나다.

    해도 해도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유행도 심하다. 한때는 특정 상표의 검은 점퍼가 중고등학생들을 휩쓸더니 금년 겨울엔 너나 할 것 없이 김밥을 연상케 하는 검은 롱패딩이 유행이어서 온 거리가 마치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로 넘쳐나는 것 같다. 남들과 똑같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사회 비교로 인한 유행 현상이다.

    남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의 자기 자신과 비교를

    사회 비교가 나쁘기만 할까? 사람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알 수 있다. 사회 비교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인식할 수 있다. 사회 비교의 순기능이다.

    문제는 사회 비교가 과도할 때다. 사회 비교가 지나치면 행복감이 사라지며 비극이 시작된다.

    혹자는 상향 비교를 하면 불행해지고, 하향 비교를 하면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아니다. 둘 다 똑같이 행복에 부정적이다.

    위를 보며 느끼는 열등감과 밑을 볼 때 겪는 우월감은 뿌리가 같다. 삶의 기준을 타인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독특한 주례사로 유명한 신영준 박사의 주례사를 보니 결혼생활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나눠서 강조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꼽는 건 바로 비교다.

    비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비, 교 –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거나 – 밖에 없다고 했다.

    만약 비교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단 하나, 어제의 자기 자신이라 하였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비교하기를 말한다.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는 것은 비교가 아니라 반성이고 성찰이다. 자기에 대해 성찰하다 보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수용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면 굳이 남과 비교할 필요를 못 느낀다. 남과의 비교가 아닌 자기 기준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비교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을 부드럽게 대하게 된다.

    인생이란 작더라도 자기만의 봉우리를 알뜰하게 가꾸고, 다른 이웃 봉우리를 인정하고 함께 있는 것이라 말한 소설가 박범신씨의 멘트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외모를 비교 당하지 않아서 좋다고 얘기하는 걸 보니 나 역시 비교에서 자유롭지 않은가 보다. ‘비교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살기가 쉽지 않지만, 성찰과 반성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에 방점을 찍고 살아야겠다.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박노해

    나의 행복은 비교를 모르는 것
    나의 불행은 남과 비교하는 것

    남보다 내가 앞섰다고 미소 지을 때
    불행은 등 뒤에서 검은 미소를 지으니

    이 아득한 우주에 하나뿐인 나는
    오직 하나의 비교만이 있을 뿐

    어제의 나보다 좋아지고 있는가
    어제의 나보다 더 지혜로워지고
    어제보다 더 깊어지고 성숙하고 있는가

    나의 행복은 하나뿐인 잣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나의 불행은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울고 웃는 것

    필자소개
    주혜주
    20년 가까이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병동 간호사 및 수간호사로 재직했고 현재는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정신간호학)로 재직. 저서 및 논문으로 심리 에세이 ‘마음 극장’ “여성은 어떻게 이혼을 결정하는가”“ 체험과 성찰을 통한 의사소통 워크북”(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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