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전청와대 정책실장 "한미FTA 협상 중단" 서명
        2006년 07월 06일 02:20 오후

    Print Friendly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및 정책기획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경제참모로 활동했던 이정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경제학자들의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 성명서에는 또 청와대 노동비서관을 역임했던 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도 참여했다.

    전직 청와대 관료 출신 인사가 한미FTA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3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에 이어 두 번째다.

       
     ▲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이정우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초기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주도한 인물로, 정 전 비서관은 지난 4월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이정우 교수를 마지막으로 (현 정부 내에 있는) 개혁파가 모두 쫓겨났다"고 말한 바 있다. 박태주 교수도 현 정부 초기 청와대 노동개혁 TF팀장을 맡는 등 노동정책 전반을 주도했다.

    이정우 교수와 박태주 교수의 이번 성명서 참여는 현 정부의 집권 기반을 이뤘던 개혁세력이 한미FTA를 계기로 노대통령과 본격적으로 결별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상조, 김성구, 변형윤, 유철규, 이정우 교수 등 전국의 경제학과 대학교수 169명은 6일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경제학자들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국사회의 미래와 국민의 삶의 기본 틀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전례 없이 중대한 국가 전략 사안을 정부가 이처럼 미국의 시간표에 얽매여 졸속으로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다"며 "정부가 어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든, 절차에서나 실질적 내용에서나 한미 FTA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 졌다고 생각하며 이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먼저 협상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의 중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방침의 취소, 미국산 수입 쇠고기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 등 이른바 4대 선결과제의 내막과 실체적 진실에 대해 정부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졸속협상, 비밀협상, 탈법협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한미 FTA가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칠 효과와 충격에 대한 철저한 연구,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면밀한 협상 전략 수립 등의 선행 조건을 갖추지 않았다"며 "졸속 추진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자 정부는 관변학자 몇몇 사람이 작성한, 내용도 중복되는 23개의 연구보고서를 협상 준비의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한국경제와 사회의 운명을 관변학자 몇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이야기"라며 "심지어 정부 내에서 조차도 관련 부처간 체계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FTA 체결 절차 규정’도 지키지 않은 채 협상을 강행하고 있고 국회는 직무를 유기한채 수수방관해왔다고 비난하면서, 현재 협정문 초안도, 협상 과정도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와 같은 절차적 하자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한미FTA가 불러올 가공스런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마치 한미 FTA가 경제 성장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시스템 선진화도 이룰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우리는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장미빛 시나리오가 별로 근거가 없을 뿐더러 실제 효과는 오히려 그 정반대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의 근거로 먼저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를 꼽았다.

    이들은 "정부는 모든 문제는 개방이 덜 되었기 때문이고 한미 FTA로 전면 개방만 하면 경쟁력도 제고하고 양극화를 극복하는 길도 열린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개방 만능론이라는 전략 아닌 전략에 입각한 한미 FTA 추진은 산업, 업종, 기업, 계급 계층, 지역 등 우리 경제의 모든 수준에서 강자가 이기고 약자는 죽어 나가는, 약육 강식의 정글 게임을 작동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노대통령의 ‘서비스산업 입국론’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안이한 충격 요법식 개방 조치는 한국 서비스업의 기반마져 와해시킬 것이다. 전문 서비스업의 특성상 대량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제조업 제품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관세가 매우 낮아 증대 효과가 미약한 반면 대미 수입은 크게 증대하여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하고, 특히 "농업 분야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농업이 붕괴되면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나고 고용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라며 "대책 부족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한미FTA의 특수한 성격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겨눴다.

    이들은 "미국식 FTA는 세계의 여러 다양한 FTA중에서도 매우 특수한 시장근본주의적이며 약소국에 가장 가혹한 패권적 FTA"라고 지적하고, "한미 FTA는 나라의 주권과 이 땅에 사는 민중의 삶의 요구보다 미국 자본의 무한 자유와 무정부적 활동을 더 상위에 두는 ‘미국 자본의 권리 장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한미FTA가 공공서비스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한미 FTA를 통한 미국과 다국적 제약회사 등 국제 자본의 요구가 그간 공공 서비스의 시장화와 사유화를 추구해온 우리 안의 국내 재벌과 자본의 요구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미FTA를 체결하면) 정부는 소비자 후생이 증대된다고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설혹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더라도) 그 혜택은 우리 사회 일부 상층만이 독차지할 것이며 다수 대중은 거기서 배제될 것이다"고 말해, 정부가 그리는 ‘장미빛 미래’를 양극화로 인해 극단적으로 분단된 ‘묵시록’의 풍경으로 묘사했다.

    이들은 끝으로 "한미FTA가 정부의 주장처럼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더없는 기회가 되기는 커녕, 오히려 지난 IMF 위기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고통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 판단한다"면서 정부와 국회에 아래의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1. 정부는 기본적인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하고, 한국경제와 사회에 파괴적 결과를 가져오게 될 한미 FTA 협상의 독단적 추진을 중단하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1.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 초안, 제 1차 본 협상 결과 등 한미 FTA 협상 진행과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공개하라. 국민의 알 권리를 전면 보장하라. 우리는 4대 선결 조건이 한미 FTA와 무관하다고 국민을 기만한 사실에 대해 정부 당국자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1. 국회는 한미 FTA에 대해 지금까지의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직무 유기 자세를 버리고 시급히 통상 절차법을 제정하여 모든 대외협상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 헌법에 명시된 조약 체결권과 비준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라.

    1. 정부는 지금까지의 졸속 추진 방식을 벗어나, 한미 FTA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철저하고 체계적인 조사, 연구 작업을 수행하라.

    1. 정부는 개방만능주의를 버리고, 지속가능한 개방과 산업 선진화, 그리고 개방과 경제주권, 공공성과 사회통합, 문화적 다양성이 같이 갈 수 있는 우리 사회 동반 발전의 대안적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라.

                                                        <서명자 명단(169명)>

    1. 대학 및 연구소 소속 서명자
    강남훈(한신대), 강신성(한남대), 강신욱(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신준(동아대), 권광식(방송대), 김기원(방송대), 김기현(경북대), 김도근(동명정보대), 김삼수(서울산업대), 김상곤(한신대), 김상조(한성대), 김성구(한신대), 김성희(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수행(서울대), 김승석(울산대), 김안국(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양화(부산대), 김애경(대구사회연구소), 김영용(경북대 새정치경제학연구회), 김영철(계명대), 김용원(대구대),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윤자(한신대), 김의동(경상대), 김재훈(대구대), 김정주(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김종한(경성대), 김준(상지대), 김진일(국민대), 김차두(경성대), 김창근(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김태억(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김태연(단국대), 김형기(경북대), 남기곤(한밭대), 노중기(한신대), 류동민(충남대), 류덕위(한밭대), 문종상(한국섬유개발연구원), 민경세(한밭대), 민완기(한남대), 박경(목원대), 박경로(경북대), 박관석(목포대), 박광서(전남대), 박만섭(고려대), 박명훈(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박상수(제주대), 박섭(인제대), 박순성(동국대), 박승호(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정원(상지대), 박영호(한신대), 박종현(진주산업대), 박지웅(영남대), 박진도(충남대), 박태주(한국노동교육원), 박형달(순천대), 배영목(충북대), 배인철(한국도로공사), 백영현(참여사회연구소), 백일(울산과학대), 변형윤(서울사회경제연구소), 서석흥(부경대), 서익진(경남대), 서한석(경원대), 서환주(상지대), 성낙선(한신대), 손명환(충남대), 송원근(진주산업대), 송태복(한남대), 신상기(경원대), 신정완(성공회대), 신조영(대진대), 안진권(대구사회연구소), 안현효(대구대), 양준호(삼성경제연구소), 양희석(경상대), 우명동(성신여대), 우석훈(성공회대 강사), 유태환(목포대), 유철규(성공회대), 윤병선(건국대), 윤석원(중앙대), 윤영삼(부경대), 이강국(Ritsumeikan University), 이규금(목원대), 이기훈(충남대), 이병천(강원대), 이상준(국민대), 이상철(성공회대), 이상호(가톨릭대 강사), 이상호(진보정치연구소), 이세영(한신대), 이영기(동아대), 이영자(가톨릭대), 이용재(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이우진(University of Massachusetts), 이원복(대구대), 이일영(한신대), 이재성(계명대), 이재은(경기대), 이재희(경성대), 이정우(경북대), 이종래(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이종한(한국행정연구원), 이채언(전남대), 이해영(한신대), 임상오(상지대), 임수강(국회의원 보좌관), 장주영(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장지상(경북대), 장상환(경상대), 장하준(University of Cambridge), 전창환(한신대), 전형수(대구대), 정건화(한신대), 정명기(한남대), 정성기(경남대), 정성진(경상대), 정세은(충남대), 정승일(국민대 겸임교수), 정원호(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일용(한국외국어대), 정재호(목원대), 조복현(한밭대), 조석곤(상지대), 조영탁(한밭대), 조원희(국민대), 주무현(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 채장수(경북대 강사), 채종화(부산경상대), 최배근(건국대), 최정규(경북대), 최정식(UNI 한국협의회), 최종민(전북대), 최진배(경성대), 표명주(대구사회연구소), 한기조(동의대), 한성안(영산대), 허민영(경성대), 현용석(한남대), 홍덕기(전남대), 홍장표(부경대), 홍태희(조선대), 홍훈(연세대), 황신준(상지대), 황한식(부산대), 황호선(부경대) 이상 150명

    2. 대학원생(박사과정) 서명자
    강영삼(서울대 대학원), 권은지(서울대 대학원), 김공회(University of London), 김선영(서울대 대학원), 손삼호(서울대 대학원), 심성희(서울대 대학원), 양정승(서울대 대학원), 오승연(University of Massachusetts), 오종석(서울대 대학원), 원도연(고려대 대학원), 이동한(서울대 대학원), 장시복(University of Massachusetts), 전희상(서울대 대학원), 정상준(서울대 대학원), 정재현(고려대 대학원), 정혁(서울대 대학원), 조태희(University of Missouri-Kansas City), 황성하(University of Massachusetts), 현영진(서울대 대학원) 이상 19명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