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사체’로 명칭 변경,
    정세현 "미국 지시한 것"
    미사일 규정 UN제재 대상되면 북미 대화 이어가기 어렵다는 미국 판단
        2019년 05월 07일 1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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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한 가운데, 한미 양국 모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발사 직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분 후 ‘단거리 발사체’라고 발표 내용을 바꿨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7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미사일이라고 성격 규정을 해 UN제재를 시작해놓으면,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내기 어렵다. 그러니까 미국이 그걸 계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으로서는 판이 깨지는 게, 특히 트럼프로서는 좀 곤란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1년 가까이 해왔던 공든 탑이 무너지는 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사 안보 문제는 정확한 진실은 따로 있다. 결국은 해석의 문제”라며 “그 해석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지는 것인데, 미국에선 (북미 협상 때문에 미사일이어도) 미사일이라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 군에서 미사일이라고 발표를 했다가 40분 후에 다시 발사체라고 한 것을 보면 미국에서 (발사체라고 하라고) 바로 지시가 내려온 것”이라며 “백악관의 움직임을 보면 어떻게든지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내려고 하는데 한국이 생각 없이 불쑥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화면 캡처

    북한의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사실상 미국에 향한 대화 제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전 장관은 “이런 일을 벌여놓으면 ‘회담을 빨리하자’는 식으로 미국이 받아들여서 물밑 접촉을 제기해올 것이라는 계산까지 하고 (북한이) 지금 일을 벌인 것”이라며 “한데 북한의 계산이 지금 비교적 맞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가 여러 가지 채널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북한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정치권에선 북한이 쏜 것이 미사일인지, 발사체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선 북한을 ‘강도’라고 표현하며 “문재인 정부가 굴종적 대북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외교·안보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겨냥하는데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애써 축소해 주는 모습을 보여 마치 강도가 휘두른 칼을 요리용이라 해줄 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셈법과 굴종적 대북정책에 군과 당국이 휘둘리고 있다”며 “진실 은폐와 왜곡, 압력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촌극이자 행태”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미국을 상대로 벌인 일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느냐”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입 닫으라고 지시하니까 아베도 가만히 있지 않나. 그렇게 교통 정리가 되고 있는데, 그동안에 한미동맹 그렇게 강조했던 사람들이 이번엔 ‘미국한테 왜 따지지 못하느냐’고 하는 거 보면 이해가 안 된다”고 이같이 말했다.

    보수야당이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 문제를 확대해석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쏜 게) 미사일이라고 해도 이게 UN안보리 가서 제재를 불러올 만큼의 사거리가 아니다”라며 “거리가 한 1,000km 정도 2,000km 나오면 (UN 안보리)의장 비난 성명 정도는 나올 수 있지만, 이번 것은 200km, 300km밖에 안 된다. 의장 성명감도 아니다”고 짚었다.

    이어 “북한에 200km, 300km짜리 미사일은 수백 개, 수천 개 있고, 이번엔 방향도 남쪽으로 쏘지도 않았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은 “청와대에서는 작년 9.19 군사 분야 합의서를 위반한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그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며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자기네 영해 안에서 쏘고 떨어진 것을 가지고 남쪽에서 난리를 친다는 게 제3국에서 볼 때는 ‘한국 자기네들은 내부에서 훈련도 하고 미사일도 쏘면서 북한에는 왜 저렇게 시비를 거나’하는 식의 비난이 나올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의 비난 공세에 대해선 다른 야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자기들이 집권할 때 이런 일이 있을 때 ‘정부와 미국의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 하던 얘기를 벌써 잊었나.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외교·안보라인 교체 주장에 대해서도 “너무 앞서나간 이야기”라며 “만약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더라도 외교안보라인의 책임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북한은 형식적으로도 우리와 관계가 있지만 대미외교를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 거다.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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