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대학생에겐
언론·출판의 자유가 없다?
[청년기자] 대학생 짓누르는 ‘위헌 학칙’
    2019년 04월 25일 04: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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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청소년 관련(주체 혹은 주제) 기고 등의 기사에 대해서는 <오재영추모사업회>에서 원고료 일부를 지원 받아 지급한다. 고 오재영 동지가 진보정당의 조직사업에 오래 종사했으며, 진보는 청년·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발언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더 확장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이번 달의 관련 기사들은 정의정책연구소의 청년기자단에서 보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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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경상북도에 있는 A 대학을 다니고 있던 임성현 씨(남. 당시 나이 25)는 교내 독립언론 ‘당나귀’를 창간하려 했다. 임 씨는 학교 측에 창간 허가를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학생단체의 등록을 위해서는 지도교수가 있어야 한다’는 학칙을 내세우며 불허했다. 당나귀 측은 그러한 학칙이 위헌적이며 학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임을 주장하며 협의를 시도했으나, 학교 측은 원칙만을 고수했다.

결국 당나귀는 헌법상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 창간호의 배포를 결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학생처장과의 면담이었다. 당시 학생처장은 임 씨에게 또 한 번 발행하면 징계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임 씨는 “(학생처장의 소환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슨 근거로 교수가 학생에게 협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고,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학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져 이미 사문화된 학칙의 부조리함이 버젓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옭아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생의 민주성을 억압하고 있는 학칙은 A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2018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84개의 4년제 대학 중 70% 남짓의 대학이 위헌적 학칙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76.6%의 대학이 동아리 등 학생단체 조직 시 학교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72.3%의 대학이 간행물 간행 시 지도교수와 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그래프1 참고). 또한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은 등록금심의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등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를 보장하고 있으나, 8.7%의 대학이 학생의 학교운영 관여를 제한하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는 학칙 존재 비중 (자료 출처: 대학알리미, 교육부 국정감사 제출 자료 및 각 대학 홈페이지)

몇몇 대학은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학칙을 가지고 있다. 칼빈대는 ‘지나친 화장 등을 금지’하며, ‘선정적인 느낌의 옷’(광주여대)과 ‘과도한 노출’(한국성서대) 등 복장 제한을 명시한 대학도 있다. 서울기독대는 ‘불건전한 의식화 서적을 읽은 학생을 징계한다’는 내용의 학칙을 가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학칙도 있었다. 건양대는 ‘정치적인 사항은 간행물에 게재할 수 없다’고 규정했고, 한려대는 ‘허가 없이 방송에 출연한 자는 근신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몇몇 대학은 학생 징계와 관련, 문제가 되는 학칙을 명시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13조는 ‘학교의 장은 학생을 징계하려면 그 학생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등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학생의 의견 진술 기회 조항을 명시하지 않거나 학생징계위원회 등에서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는 대학도 18교에 달했다. 또한 징계 결과에 대한 학생의 재심 요청 권한을 명시한 대학은 17교에 불과했다. 정의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준) 남상혁 위원장은 “학생 징계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 규정한 바가 간과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징계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칙 개정의 권리는 학생이 아닌 총장에게

그렇다면 학칙 개정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고등교육법」 상 학칙을 개정할 수 있는 권리는 기본적으로 총장에게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칙 개정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총장 외 구성원에게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총장 외에 대학 구성원에게 학칙개정 제안권을 부여한 대학은 13.6%의 비율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학생의 참여를 명확히 밝힌 곳은 상지대와 한신대 2개 학교뿐이었다.

‘위헌 학칙’의 뿌리는?

이처럼 대학생의 민주성을 억압하는 학칙이 만들어진 시점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었다. 유신을 선포한 박정희 정권은 유신 철폐를 주장하는 대학생의 목소리를 통제하기 위해 1975년 ‘학도호국단’을 부활시켰다. 학도호국단 학칙에는 ‘교내외 10명 이상의 집회, 교내외 광고·인쇄물의 부착 또는 배부 등의 행위를 할 때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학도호국단은 1985년 사라졌지만, 상당수의 대학은 아직도 학도호국단의 학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학칙은 사실상 ‘사문화’되었으나, 학칙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대학의 필요에 따라 부활할 수 있다. 남상혁 위원장은 “현재 남아있는 잘못된 학칙들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하더라도, 언제든 대학 본부 측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칙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위헌 학칙’ 개정하려면?

이처럼 대학생의 민주성을 억압하는 학칙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잘못된 학칙의 개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남상혁 위원장은 “대학생들 스스로가 잘못된 현행 학칙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남상혁 위원장은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낮은 관심도를 지적했다. 남상혁 위원장은 “대학이 빠른 속도로 기업화되면서, 학생들이 더 이상 캠퍼스를 공동체로 여기지 않는다.”라며 “학생사회의 붕괴도 학칙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국가와 학교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현 정부는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맞춰 교육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상혁 위원장은 “정부는 새로운 시대의 교육 공동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의 이러한 기조가 관철된다면, 학교도 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남상혁 위원장은 대학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상혁 위원장은 “대학은 스스로가 진정 진리의 상아탑인지, 아니면 기업의 인재 양성소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마냥 기업의 이해를 쫓는 대학에서는 진정한 학문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당나귀 창간 불허가 논란이 됐던 당시 A 대학의 학생처장은 당시 학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위헌적인 소지가 있는 학칙에 대해서 “시대가 바뀜에 따라 개정의 요구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위헌 소지가 있는 학칙은 지금까지도 개정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내용이다. 헌법이 규정하듯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런데 ‘진리의 상아탑’ 역할을 해야 할 대한민국 대학은 대학생들의 민주성을 억압하는 학칙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대학은 잘못된 학칙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국가인원위원회가 학칙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학칙 개정을 권고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필자소개
한동대 언론정보학과 2학년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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