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스트트랙 추진 첩첩산중
    오신환, 공수처법 “반대”···또 내홍 격화
    박주현 “오신환 몽니, 결국 보수통합 가는 수순”
        2019년 04월 24일 01: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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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제 개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위한 패스트트랙 추진이 첩첩산중이다.

    여야4당 의원총회 추인 절차를 간신히 넘겼으나 이번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법안 자체에 대한 이견과 함께 바른미래당의 정치적 내홍까지 겹치면서 최종관문인 본회의까지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전날인 23일 오전 10시 동시에 의총을 열고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의결했다. 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무난하게 의총을 통과했지만 바른미래당은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극렬하게 대립하면서 찬성 12, 반대 11로 아슬아슬하게 의결할 수 있었다.

    합의안이 각 당 의총을 통과했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개특위라는 다음 관문을 넘기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문제는 공수처법을 의결하는 사개특위다. 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재적 위원 5분의 3이상의 동의, 즉 총 18명의 위원 중 11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오신환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게 되면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은 물 건너가게 된다. 사개특위 소속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의원은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분열을 막고 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누더기 공수처 법안을 위해 당의 분열에 눈감으며 저의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적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박스 안은 오신환 의원

    당 지도부는 오 의원의 사·보임을 검토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후 “당을 대표해서 나간 사개특위 위원은 당의 입장을 의결에 반영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며 “‘내 소신이 있어서 반대를 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당에서 나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한 걸로 보인다”며, 오 의원을 사·보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의원총회에서 아주 어렵게 추인을 받았는데 이걸 헌신짝처럼 내버릴 순 없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사·보임 절차 강행 시 ‘분당’까지 언급하며 맞서고 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절대로 사보임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고 표결을 했는데 (당 지도부가 이제 와서 오신환 의원을 사보임하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당이 이 상태로 존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모든 것을 다 원점으로 돌리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준석 같은 당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오신환 의원을 물리적으로 빼내고 (공수처법에) 찬성하는 사람 집어넣겠다는 것은 거의 교과서에 나올 정치파동”이라고 표현했다.

    오 의원의 반대는 법안 그 자체의 이견보단, 당내 역학관계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보인다.

    여야4당 패스트트랙 협의를 지속해온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바른미래당의 정치적 내홍, 그러한 것들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신환 의원의 개인적 소신은 물론 존중하지만, 이렇게까지 판을 흔들 분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선거제 개혁안과 사법개혁안이 미흡한 것은 절차 추진 중에 보완해 나가면 되는 것임을 (오신환 의원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몽니를 부리는 것은 결국 보수통합으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은 여야4당 간 합의를 존중하여 마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당내 역학관계를 내세운 보수통합회귀세력이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의 역사적 기회를 망쳐버리는 것을 국민과 역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하며 전날부터 국회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들어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가 오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해선 안 된다며 강도 높게 항의했다.

    문 의장은 “(이렇게)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 관행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를 사·보임 허가 의사로 해석한 권성동·이은재 의원 등은 문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 증세로 병원에 이송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문희상 국회의장 항의방문

    이에 대해 권미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은 점거농성 과정에서 고함을 지르고, 어지러운 자리를 피해보고자 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가로막기까지 했다고 한다”며 “우리 정치가 이렇게 심각하게 퇴행해도 되는 것인가. 마치 국회선진화법 이전 정치권의 폭력적 모습을 보는 기분”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즉각 국회의장실 점거행위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국회 사무처, 국회의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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