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대법원 "재택위탁집배원은 ‘노동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인정, 고용계약 형식보다 실질적인 관계 중시해야
        2019년 04월 23일 05: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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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특수고용노동자인 재택위탁집배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재택위탁집배원 유모 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집배원 승소인 원심 판결을 23일 확정했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 모습(사진=이중원님 페이스북)

    재택위탁집배원은 매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집배원에게 우편물을 건네받아 담당구역에서 우편배달 업무를 해왔으나, 우정사업본부와 위탁계약을 맺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됐다.

    1998년 IMF 구조조정이후 시범 실시를 하고 공식적으로는 2002년 운영규정이 만들어진 재택위탁집배원은 아파트 1,000세대 이상인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며 2013년 4월부터는 일방적으로 임금에서 사업소득세까지 징수하기 시작했다. 2018년 7월 기준, 재택집배원 수는 264명이다.

    재택위탁집배원들은 “정부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단시간 근로자이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우정사업본부의 지휘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인정된다”며, 집배원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우편배달 업무 관련 정보를 알리는 정도를 넘어 구체적인 업무처리 방식 등을 지시했고, 획일적 업무 수행을 위해 정해진 복장을 입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해진 장소에서 배달하도록 했다”며 “정기·비정기적 교육과 현지점검, 근무상황부와 인계인수부 등을 통해 업무처리 과정이나 결과, 근태를 관리·감독했고 우정사업본부의 다른 근로자들인 상시위탁집배원 등과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해왔다”며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데에 고용계약의 형식보단, 실질적인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재택위탁집배원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은 외근을 하는 형태라고 해 근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자성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제기한 재택위탁집배원 5명의 법률대리인인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신선아 변호사는 “재택위탁 특수고용 노동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건”이라며 “모범사용자가 되어야 할 국가가 무려 20년간 개인사업자로 위장하여 노동법을 부당하게 잠탈해 오던 것을 바로잡았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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