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 법안’ 통과···
학교, 아직 변하지 않았다
[청년기자] 인터뷰 :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양지혜 대표를 만나다
    2019년 04월 23일 0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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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청소년 관련(주체 혹은 주제) 기고 등의 기사에 대해서는 <오재영추모사업회>에서 원고료 일부를 지원 받아 지급한다. 고 오재영 동지가 진보정당의 조직사업에 오래 종사했으며, 진보는 청년·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발언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더 확장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이번 달의 관련 기사들은 정의정책연구소의 청년기자단에서 보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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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정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학교 교원만 해당한다. 그 때문에 재단 이사장과 가까운 직원이나 친인척 회계 담당자 등에 대해서는 상식에 못 미치는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후속 입법 처리가 빠른 시일 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3월 28일 사립학교 교원들의 징계를 국공립과 같은 수준으로 적용하자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일명 스쿨 미투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28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되었다. 국공립학교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사립학교 교원은 계속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낮은 수위의 징계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이로써 사립학교 교원은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아래 <표1> 참조)과 동일한 수위로 징계 되고, 성폭력 등 4대 비위는 감경 없이 엄중 조치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교육 분야 담당의 송경원 연구위원은 “사립학교에 성평등 문화가 정착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라며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 결과를 반겼다. 반면 정당들의 큰 관심이 없어 법안 처리가 늦어졌던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밝혔다.

표1. 국공립 교원 징계기준, 교육부령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28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이제 사립학교 교원들도 같은 징계 기준이 적용된다.

스쿨 미투 법안은 통과되었지만,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넘어 학내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를 고발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스쿨 미투 피해 당사자를 위한 지원 사업들을 진행하고 스쿨 미투 집회를 기획했던 단체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의 양지혜 대표를 만나보았다.

스쿨 미투 운동과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하 청페모)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지혜입니다. 저희는 2019년 2월 전국 스쿨 미투 집회를 진행하였고, 전국전인 스쿨 미투 지원 체계 형성과 청소년 당사자들을 위한 스쿨 미투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청페모는 어떻게 결성되었나요?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집회 자유발언대에 모인 여성 청소년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이에요. 그동안 학교에서 겪었던 성폭력이나 성차별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그때를 계기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해보자.” “청소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처음엔 가족 모임 같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됐었고 나중에는 집회도 직접 열고 캠페인도 진행했죠. 지금에 와서는 세상을 바꾸는 여러 가지 기획을 시도하는 프로젝트팀이 되었어요.

Q. 스쿨 미투 집회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요?

청페모에서 기자단 활동을 하며 직접 페미니즘에 대해 취재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스쿨 미투 고발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들의 경험이 우리와 너무나 닮아있고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지금 담장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밖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를 비롯해 모임의 몇 사람들이 모여 페미니즘, 학생 인권을 주제로 집회를 제안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고 함께 해주셨어요.

지난 3월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지혜 대표는 법안 통과를 앞두고 “이제 말뿐인 제재강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법 개정을 위해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 및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

Q. 지난 28일에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느리지만 너무도 소중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사립학교 학생들은 정부와 교육청에 신뢰와 희망을 걸고 학내 성폭력을 고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공립학교에서도 가해교사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넘어, 학내 성폭력에 대한 교육청 감사와 수사체계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자에게 묻는 방식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해요.

Q. 이번 법안 처리 과정 어떻게 보셨나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국회의 무능력이에요. 스쿨 미투 고발은 2018년 한 해를 가장 뜨겁게 만들었던 사회분야 이슈입니다. 그중에서도 사립학교법 개정은 스쿨 미투 고발 이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왔던 의제였죠. 국민들이 필요성을 거듭 절감해왔음에도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법 개정을 위한 의지는 없다시피 했습니다. 결국에는 1년이 지나서야 사립학교법 개정을 간신히 얻어냈죠. 청소년이 참정권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여전히 국회는 선거권 연령 인하를 비롯한 선거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 청소년들이 고발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선거권 연령 인하, 학생인권법 제정 등 다양한 입법 과제가 남아 있어요. 앞으로는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합니다.

Q.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 관련 후속 입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립학교법은 결국 학내 민주화를 위한 요구안이었어요.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식의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전의 질문에서 제기되었듯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공백이 가지는 아쉬움을 메꾸기 위한 후속 입법 처리도 중요해요.

Q. 지금까지 스쿨 미투 관련 정부 대응에 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

“두 달 만에 신속하게 해야 할 조치를 열 달 만에 했다.”라고 하겠습니다. 그것도 스쿨 미투 피해자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고발자들은 지금도 계속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죠. 지금 상황이 몇몇 학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닐 거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실 거예요. 대한민국 교육 현장 전반이 문제입니다. 고발된 학교보다 이루어지지 못한 학교가 더 많을 거예요. 스쿨 미투 이후 용기를 얻은 여학생들의 많은 증언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교육현장에 성폭력이 얼마나 일상적인가에 대한 문제를 인식한다면 전수조사를 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은혜 장관은 작년 10월에도, 올해 2월에도 “현장의(교사의) 반발감이 심하다.”, “너무 초중고 숫자가 많다.”라는 이유로 미루고만 있어요. 저는 묻고 싶습니다.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겨서 불쾌감을 느끼는 교사에 대한 배려가 피해 학생의 생존권 보다 앞설 수 있는 것인가요? 그동안 교사들이 얼마나 폭력을 저지르기 쉬운 입장에 있었는가. 그동안 여학생들이 얼마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느냐는 관점으로 보아야 해요.

Q.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만으로는 재단이사장과 가까운 직원이나 친인척 회계담당자에게 상식에 못 미치는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교원뿐만 아니라 교직원까지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법조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재단 이사장의 경우 사립학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권력을 쥐고 있죠. 어떤 사립학교에서는 성추행을 저질렀던 교사가 처벌을 면피받고 지금 이사장으로 재학중이기도 해요. 안전한 학교를 위해 사각지대를 없애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문제가 참 심각한데, 그런 의미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교육 확대에 대한 견해를 묻고 싶어요.

작년 2월에 이미 페미니즘 교육 촉구 관련 청원이 20만을 돌파했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거기에 “통합 인권교육을 하겠다.” 정도의 답변을 해주셨고요.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제 입장은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그동안 학내에서의 성교육은 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이었다는 건데요. 학교에서의 성교육 표준안을 보면 데이트의 폭력의 원인에 대해 ‘여성이 비용 지불을 하지 않아서’라는 등의 성 인지적 관점이 결여된 내용이 많아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의무교육 시스템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겁니다. 페미니즘 교육이란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인데, 현재의 의무교육 시스템 안에서는 그것이 존재하기 힘들어요. 진정한 페미니즘 교육은 학교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교육이 되어야 해요. 수행평가로 점수를 매기는 식의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페미니즘적 교육’또는 ‘페미니즘적 전환’이라는 단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걸 배우는 것은 학생만이 아니어야 하고요, 교사가 먼저 배워야 합니다. 그런 취지로 저희는 교원에 대한 페미니즘 교육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어요.

스쿨 미투 2차 가해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

Q. 스쿨 미투 가해 교사들의 현재 징계상황은 어떤가요?

더불어민주당 박혜원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중·고교 성희롱·성폭력 피해사례 33건 중 교원 중징계는 1건(직권면직)밖에 없다고 해요. (아래 <표2> 참조)

특히 사립학교 같은 경우에는 가해교사 처벌에 미온적인 태도입니다. 용화여고, 충북여중의 경우 징계처분을 받은 교사들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거쳐 징계처분이 취소되는 사례가 있었고, 서울에서는 가해 교사의 성추행 혐의가 인정 안 된 채 검찰로 송치된다거나 하는 등 혐의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있죠

그리고 최근 서원재단 소속의 사립학교에서는 직위 해제된 교사들이 다시 복직된 사례, 가해 교사들이 큰 제재 없이 남중 남고로 전근을 가게 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실상 징계라고 볼 수 없는 처우죠. 앞의 사례 같은 경우는 문제의 원인이 가해교사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닌 여학생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식으로 소비되고 있어요.

Q. 스쿨 미투 고발자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어떤가요?

고발자마다 내용이 다른데요. 용화여고 같은 경우에는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동의하고 공감하지만, 내부에서는 남학생들 대학 못 가게 하려고 한다는 시선, 선생님들 인생 망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습니다. 되려 가해교사가 고발자를 비꼬고 조롱하는 상황도 있어요. 남학생 무리로부터의 비방, 고발자를 색출하려는 시도 그리고 부산에서는 미투를 조롱하는 내용의 설문지를 돌리기도 했어요. 실상 고발자가 말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에 처해있는 것이죠. 학교는 정치적 말하기가 금지된 공간이에요. 대자보를 붙이면 바로 교장실에 불려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래도 학생, 여성, 소수자들이 말하기 힘든 환경이에요.

Q. 스쿨 미투 2차 가해 사례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죠.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학내 성폭력을 하나의 개별 사건으로 보기 때문에 2차 가해가 반복되고 있어요. 스쿨 미투 고발이 다른 미투 고발과 차이점이 있는 이유는 이것이 특정인에 대한 고발을 넘어 학내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를 고발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학내 문화가 성폭력을 용인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초점은 개별 가해 교사가 아닌 학내 문화 변화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지금 상황은 인식의 전환도 없고 심지어 가해교사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학교는 사건을 인계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축소 은폐에만 급급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2차 가해가 당연하고, 학교 현장의 대처 매뉴얼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봐요.

Q.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 이전의)낮은 징계수위와의 연관성도 빼놓을 수 없겠어요.

네, 징계수위가 현재 너무나 낮고. 성희롱 발언이 문제라는 것에 대해 학교에서 합의해 주지 않고 있어요. 지금 상황은 문제 제기하기도 너무 어렵고 심각성을 학내구성원들이 이해하기 힘들어요. 그저 장난, 호의, 사제 간의 정으로 포장 되고 있죠. 그리고 실제 이런 경우는 낮은 수위의 처벌이 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사건의 심각성,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기 보다는 ‘이 사람의 생계가 끊길 것이다.’, ‘연금을 못 받게 될 것이다.’라는 등의 가해자의 처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되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쿨 미투 운동의 전망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요.

현재 청소년상담센터가 분명히 있지만,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스쿨 미투 피해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핫라인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5월 중 개설을 목표로 시민단체와 청페모가 협업해서 스쿨 미투 핫라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전국적인 지원단위 구성을 고민 중이고, 교육 현황 전반을 바꾸는 기획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유엔에 다녀왔는데요. 대한민국의 스쿨 미투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쟁점 질의 목록에 선정되는 성과를 얻었고, 정부는 5월 중 유엔 측에 답변해야 합니다. 그 답변을 토대로 저희는 정부의 스쿨 미투 대책이 왜 실효성이 없는지 입장을 내고, 근본적인 요구를 관철하는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Q. 최근 논의 되는 선거연령 하향이 스쿨 미투 운동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청소년은 수동적이고 말할 수 없는 존재, 어른의 말에 따라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에요. 저는 이것이 학내에서 스쿨 미투 고발을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학생이 말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요. 학생이 말할 수 있는 시민. 결정권을 나눠 가지는 시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해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사립학교법 개정안, 입시제도 개혁 등 청소년의 삶에 중요한 의제들이 국회에서 힘을 얻지 못하고 있어요. 청소년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시민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은 이제 구시대적이라는 변화를 만들어낼 거예요. 청소년은 지킴 받는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필자소개
정의당 정책위원회 차장 asdf59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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