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 보장이 특정노조에 대한 혜택?
By tathata
    2006년 07월 03일 04: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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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연맹의 대공장 사업장들이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을 결정함에 따라 ‘산별교섭’을 앞으로 어떻게 정착시키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산별교섭과 관련한 어떠한 정책이나 제도를 위한 준비조차 하고 있지 않아 사안의 절박성에 비해 안이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사관계 로드맵 속에는 산별교섭은 물론 산별노조에 대한 어떠한 명문 규정도 담겨져 있지 않다. 이는 로드맵 자체가 기업별 노사관계에 기반을 두고 짜여졌기 때문이다.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것도 기업별 노조 체제 하에서의 교섭창구 문제로만 국한돼 있다.

기업별 노조에 갇힌 로드맵

노동계는 로드맵 논의 속에 산별교섭과 산별협약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산별시대에 걸맞는 노사관계 법체계가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별교섭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물론 산별협약의 산업적, 지역적 구속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조합원의 2분의 1이상이 적용받는 산별협약을 체결할 될 경우, 해당 산업 전체 노동자가 산별협약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산별노조의 교섭요구에 해당 기업 사용자들은 사용자단체를 구성하여 응해야 한다는 법조항을 신설할 것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산별교섭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원칙을 가지고 있지 못해 법제도 마련은 손도 못 대고 있는 형편이다. 김성중 노동부 차관은 금속연맹의 산별전환 총회를 앞두고 “자발적인 산별노조 선택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정부가 이를 위한 법 제도를 바꾸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산별노조로 전환하더라도 현행대로 법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정부, “특정노조에게만 혜택 부여할 수 없다”

   
 ⓒ매일노동뉴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 또한 결사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단체를 구성하라고 강제할 수 없지 않느냐”며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산별교섭이나 산별협약 등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가 ‘특정노조’에게만 혜택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노사자율’이라는 명분으로 손을 놓고 있겠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산별교섭과 관련한 논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기대에 그치고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의 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산별노조와 관련한 어떠한 방안이나 계획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민주노총이 주요하게 산별관련 내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논의는 진척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로드맵의 복수노조 창구 문제는 기업별 노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경영계는 산별교섭에 대해 관심 자체를 두고 있지 않고, 한국노총 또한 이미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금지에 한정하여 의제를 좁혀나가겠다고 밝혀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산별교섭 법제화를 요구하더라도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산별노조 시대를 맞았지만 이에 대한 법체계는 여전히 기업별 노조 체계에 머물러 있고, 정부와 사용자측은 바꿀 의지가 전혀 없다. 그래서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로드맵을 손질하여 산별노조의 ‘새 옷’에 걸맞는 제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 “산별교섭 보장없는 복수노조는 혼란 불가피”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산별교섭에 대한 법적 보장 없이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산별노조는 껍데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이 창구단일화를 이유로 산별노조 지회의 노동자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교섭을 회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정부가 사용자단체 구성을 강제할 수 없다는 주장과 관련,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당연히 산별노조에게도 적용이 된다”며 “사용자가 산별노조를 노조로 인정한다면 산별노조의 교섭요구에 당연히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재와 같이 기업별 노조에게 우선적으로 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은 기업별 노사관계를 우위에 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산별협약의 산업적, 지역적 효력 확대 또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양극화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프랑스는 노조 조직률이 8%대에 불과하지만, 산별협약 적용률이 80~90%대에 이르고 있다.

“정부, 기업외부로 노사갈등 눈 열어야”

은수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기라고 말했다. 은 연구위원은 “산별교섭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정부는 이제 노사관계의 갈등을 기업내부와 외부 사이에서 어디로 정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 연구위원은 기업 내부와 외부 사이에서 정부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교섭비용을 수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노사관계 갈등을 기업 외부를 향해서도 열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예컨대 산별협약 가운데 특정이슈에 대한 구속력을 최저임금처럼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도 노동시장을 통한 양극화를 완화하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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