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C 유전자검사 확대와
유전정보의 상업화 추진
[민중건강과 사회] 과학적 근거 부족, 건강증진에 무익한 규제완화
    2019년 04월 22일 10: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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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11일 제1차 산업 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열고 4개 안건을 첫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 중 하나가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직접의뢰) 유전자검사(이하 DTC)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규제의 적용을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규제프리존법의 변형된 형태이다. [출처: 국무조정실]

국내에서 유전자검사는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했고, 비의료기관인 유전자검사기관에서는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2015년 12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50조 제3항이 개정되면서 2016년 6월 30일부터 의료기관의 의뢰 없이도 비의료기관인 유전자검사기관에서 유전자검사를 직접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개인이 직접 본인의 유전자검사를 유전자검사기관에 의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DTC 유전자검사라고 한다. 다만 검사를 할 수 있는 항목이 웰니스 7개 항목(탈모, 피부노화 등)과 질병예방 5개(콜레스테롤, 혈압, 혈당 등)에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비의료기관인 마크로젠은 질병 관련 유전자 검사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목적의 연구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마크로젠은 위의 12가지 항목 이외에 13개 질환(관상동맥질환, 심방세동, 고혈압, 2형당뇨, 뇌졸중, 골관절염, 전립선암,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황반변성, 파킨슨병)에 대해 추가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마크로젠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최대 2년간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샌드박스와는 별개로, 보건복지부는 유전자검사서비스 인증제를 시행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수행하기로 했다. 이 시범사업은 기존과 같은 웰니스 항목 내에서 검사 허용 항목들을 확대하려는 것이었고, 이와 관련한 첫 회의를 2월 14일에 개최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선 11일에 산업통상자원부가 갑자기 마크로젠에 대해 질병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웰니스보다는 질병 유전자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던 기업들은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마크로젠의 뒤를 따라 실증특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번 유전자검사 규제완화가 갖는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유전자 검사기관의 인증제 도입 또는 시설 정도관리 방침조차 마련이 되어 있지 않다. 둘째, 유전자검사 자체의 유용성이 거의 없다. 셋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유전자 결정론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넷째, 개인 유전정보 유출위험에 대한 관리방침 또한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도관리 및 표준화 문제 해결 않고 진행되는 DTC 규제완화

개인의 질병 위험도 예측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유전자 검사에서 정확성은 매우 중요하고, 따라서 각 기관별로 표준화된 검사 방법, 정도관리 기법 및 설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한내과학회에서는 엄밀한 유전자 연관성이 있다고 한들, 건강한 사람에게서 미래의 질병을 예측하기 위해 검사를 하는 경우에는 엄격한 정도관리 및 유전자 검사의 적절성 심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Strachan & Read, 2003)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유전자검사기관 인증제 도입을 놓고 작년 5월에 토론회가 열렸으며 그 필요성에 다들 동의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9월까지 인증기준 등을 검토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실증특례로 유전자 검사가 허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증특례의 목적은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인데, 해당 기관의 평가 및 인증의 토대도 마련하지 않은 채 검사의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계획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학적 설명력이 부족한 유전자 검사

미국에서 DTC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23andMe는 2013년 11월 미국 FDA(이하 FDA)로부터 질병 위험도 예측 서비스 중단 명령을 받게 되었다. 유전자를 통한 질병예측의 정확성과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 3년 반 만에 해당 서비스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 검사가 허용된 새로운 10개의 질환들은 특정 유전적 변이가 개별 질병의 위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비교적 명확하게 알려진 질환들이다.

반면 마크로젠이 이번 실증 특례를 통해 유전자 검사를 허가받은 질환들은 황반변성과 파킨슨병을 제외하면 모두 23andMe의 항목들과 다르다. 특정 유전자와의 연관성이 모호한 각종 암,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이다. 오히려 과거에 23andMe에서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FDA의 서비스 중단 명령 이후 삭제된 항목들이 더 많다.

23andMe와 마크로젠의 질병예측 서비스 항목 비교

작년 4월에 있었던 DTC 검사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의 이종극 교수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제시한 DTC 허용 고려 근거수준을 살펴보면, ‘위험도(Odds ratio)>1.2’라고 되어 있다. 위험도 1.2라는 값은 정상인 100명 가운데서도 특정 돌연변이가 10명 발견되었고, 환자 집단에서도 12명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을 때 그 사람이 미래에 해당 질병에 걸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뿐 아니라 ‘관련 논문 3편’, ‘해외 3개국에서 허용 중’ 등의 모호한 기준을 보면 특정 유전자와 질병 간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은 뒷전이고 그저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이다. 유전자검사 기업들의 시장 진입만을 촉진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그렇다면 질병이 아닌 ‘웰니스’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의 효용성은 어떤가? 현재 DTC로 검사가 이루어지는 혈압, 비만 등의 항목은 해당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하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허용하려는 항목 대부분이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하는 질병이다. 몇 개 유전자로는 질병 발생의 극히 일부분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들이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업체에서 어떤 유전자를 선택했는지에 따라서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 시범사업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는 검사 항목만을 지정하고, 어떤 유전자를 검사할지는 기업이 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업체 간 검사 결과가 지금보다 훨씬 더 달라져 그저 점치기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 결정론의 확산 우려: 유전자가 질병의 전부는 아니다

만성질환 발생에 있어서 실제 유전자의 역할은 얼마나 될까? 2016년 미국에서 발표된 공공보건 연구를 살펴보자(Rappaport, 2016). 이 연구는 유럽의 일란성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9개의 암을 포함한 28가지의 만성질환의 발생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추측해 본 것이다.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완전히 동일하고 생활환경도 상당 부분 공유한다. 직업이나 식생활 등의 차이만 있을 것이다. 이때 쌍둥이 중 한 명만이 특정 질환에 걸렸다고 하자. 유전자와 공유하는 생활환경 외 또 다른 요인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쌍둥이 사이의 질병 일치도가 낮다면 그 질환은 유전자가 아닌,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훨씬 더 크게 받는다는 의미이다.

아래의 그래프에는 각 질환에 있어서 유전자 요인의 기여도(%)를 표시했다. 점이 왼쪽에 위치할수록 기여도가 낮은 것이다. 그런데 유전자의 영향만을 분리해서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쌍둥이들이 공유하고 있던 몇 가지 생활환경 요인도 같이 포함되었다. 따라서 유전자 단독의 영향은 여기 나타난 것보다 더 작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 연구들로부터 추측한 28개 질환의 모집단기인위험도(Population attributable fractions, PAFs) [출처: Rappaport, S. M. (2016). Genetic factors are not the major causes of chronic diseases. PloS one, 11(4), e0154387.]

그 결과를 보면 가장 높은 기여도를 가진 질병인 천식도 50%가 안 된다. 위에서 말한 이유로, 유전자만의 영향은 이보다 작을 것이다. 암에 대해서는 그나마 가장 높은 암이 남성 전립선암으로 20% 이내이다. 몇 가지의 환경만 다르고 다른 조건이 동일한 쌍둥이에서조차 질환의 절반 이상이 발현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만성질환의 발생에 있어서 유전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게다가 검사를 통해 결정적인 원인 유전자를 발견한다 한들 현재로써는 큰 의미가 없다. 유전자를 발견하는 것과 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 기술로는 원인 유전자 자체를 제거할 수는 없다. 검진을 더 자주 하는 것, 의심 증상이 발생했을 때 진단을 빠르게 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가령 백혈병 위험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미리 골수이식을 받고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듯 유전자 검사가 곧 질병 예방과 질병 치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종 위험물질 등 환경적 요인에 대한 일상적인 노출을 통제하는 것,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의료접근성을 제고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DTC 유전자검사를 성급하게 도입하고 허용하는 것은 유전자 결정론의 확산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마치 유전자 몇 개만 검사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식의 광고와 함께 각종 건강관리 상품, 건강검진 상품 등이 난립할 것이다. 실제로 FDA는 DTC 검사가 건강검진과 병원 방문을 포함한 전통적인 건강관리 평가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주의를 준 바 있다.

유전자 검사와 건강행위는 별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에도, 그 결과가 사람들의 건강행위에 변화를 주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2016년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DNA 기반의 질병위험 정보를 받은 사람들의 건강행위(금연, 약물 복용, 절주, 자외선 차단, 식이 변화, 운동, 검진 참여)에 얼마나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식이변화에 있어서만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고 나머지 건강행위는 모두 변화가 없었다(Gray et al., 2017).

23andMe와 Pathway Genomics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또 다른 연구 논문을 보아도 결과는 비슷하다. 유전자 검사 결과 특정 암에 대해 위험도가 높게 나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6개월 뒤의 건강행위 변화를 조사했다. 그런데 식이변화나 운동, 암 선별검사 등에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위험군 또는 저위험군의 사람들에 비해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즉 유전자 검사가 곧 건강행위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Hollands et al., 2016).

건강행위에 변화가 일어난다 해도, 그에 수반되는 비용 증가는 대개 불필요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DTC 유전자 검사는 그 자체로도 비싸지만, 해당 검사는 각종 건강관리 서비스, 건강식품, 추가적인 건강검진 등으로 이어진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치 점보는 수준인 유전자 검사로 인해 시민들은 건강염려에 시달리며 효과도 불분명한 건강관리에 비용을 들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건강관리 비용 외에 의료비의 상승도 야기할 것이다. 유전자검사에 이어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검사의 비용이 그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큰 낭비이다.

건강증진에 무익한 DTC 유전자검사 규제완화를 중단하라

문재인 정부가 4차산업혁명의 도구로 신약, 의료기기 등을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경제성장의 잠재력도 없고 고용창출효과 또한 매우 미미할 것임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정부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을 시장으로 진입시키는 것으로도 모자라,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대책도 없이 유전자 검사를 도입하려고 한다. 규제가 풀린 유전자검사는 실질적인 건강 증진 효과는 없이 민간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에만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7월 25일 글로벌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23andMe에 3억 달러의 투자를 하고 4년간 독점적으로 23andMe의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2018년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마크로젠은 개인들의 유전자 정보와 생활정보를 수집‧분석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구축된 빅데이터가 제약산업,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에 이용될 것은 너무나 뻔하다. 더 나아가 유전정보가 민간보험에 넘어가 보험 계약, 보험금 책정 심사 등에 이용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유전자 결정론을 확산시키고 의료비 상승만을 불러오며, 개인 건강정보의 무분별한 수집을 야기할 유전자 검사를 성급히 도입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참고문헌>

대한내과학회지 : 제 74 권 부록 2 호 2008 유전자검사의 현황과 오남용 문제점 (Strachan, T., & Read, A. P. (2003). Human molecular genetics. Garland science. Edition, Kapitel, 13, 418.)

Rappaport, S. M. (2016). Genetic factors are not the major causes of chronic diseases. PloS one, 11(4), e0154387.

Gray, S. W., Gollust, S. E., Carere, D. A., Chen, C. A., Cronin, A., Kalia, S. S., … & Green, R. C. (2017). Personal genomic testing for cancer risk: results from the impact of personal genomics study.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35(6), 636.

Hollands, G. J., French, D. P., Griffin, S. J., Prevost, A. T., Sutton, S., King, S., & Marteau, T. M. (2016). The impact of communicating genetic risks of disease on risk-reducing health behaviour: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BMJ, 352, i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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