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
범국본 “공공병원 전환 논의 시작해야”
원희룡 “조건부 허가, 녹지측 손배소송 고려한 차선”
    2019년 04월 18일 02: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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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의 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녹지병원 투자자인 녹지그룹 측은 제주도의 결정에 소송으로 맞설 것으로 보여 향후 난타전이 예상된다. 당초 ‘영리병원 철회’라는 다수 제주도민의 뜻을 거스르고 무리하게 허가 결정을 내린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전날인 17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병원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현행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의 기한을 넘겨서도 개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없었다고 판단하고 의료법 제64조에 따라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녹지병원 청문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제주도는 녹지병원이 현행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 90일을 지키지 않아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청문 주재자는 청문조서와 의견서 등을 지난 12일 제출, 제주도는 이를 검토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는 “녹지 측은 외국인을 주된 고객으로 하겠다고 사업계획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내국인 진료’ 여부는 개원에 있어서 반드시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를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모순되는 태도로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허가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던 제주도민 공론화위원회에서의 결과가 ‘불허 권고’였음에도 이를 거스르고 ‘외국인진료 조건부 개설허가’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 경제활성화가 그 주요 이유다.

제주도는 녹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시했다고 주장하지만, 녹지 측이 내놓은 자료는 다르다. 청문 당시 녹지 측은 제주도 측이 녹지 측에 먼저 내국인 진료를 포함한 영리병원 설립을 강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원 지사도 시인하고 있다. 원 지사는 1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15년 사업계획서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고 전제돼 있었다”면서도 “물론 ‘내국인을 1명도 못 한다’ 이런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양자의 입장이 상반되는 상황이라 향후 녹지가 제기할 투자금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서도 상당한 잡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제주도가 녹지와의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감당해야 할 비용도 막대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리병원 철회가 공식 결정됐음에도 원 지사 퇴진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 영리병원 허가 자체가 무리수였다”며 “원희룡 지사는 공론조사의 허가 반대 결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 허가를 강행했다가 결국 개설허가 취소를 통해 개설허가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했다”며, 원 지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범국본은 “설립허가 취소를 끝으로 영리병원 논란은 종지부를 찍고 당장 제주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허가 취소된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금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원희룡 지사가 마지막으로 결단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조건부 허가’가 녹지 측이 제기할 소송에서의 패소를 막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해명한다.

원 지사는 “녹지 측은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한국 정치 상황 때문에 (개원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제주도에 빨리빨리 처분만 해달라(고 요구했다). (녹지 측은) 아마 제주도가 공론 조사 결과 때문에 불허 결정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손해배상 (소송으로)으로 들어가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복지부가 사업계획서를 허가했는데 (제주도가) 불허를 해 버리면 100% 저희가 질 수밖에 없다”며 “그때 전면적으로 무조건 불허를 했으면 (녹지병원을) 다 떠안든지 다 손해배상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건부 허가 결정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었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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