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좌파들은 왜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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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1월 24일 10: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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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주의 이론과 실천이 최초로 수립되고 실험됐던 역사를 간직한 유럽의 좌파는 동구권 몰락 이후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파를 능가하는 강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좌파세력이 강한 국가를 들라면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발달한 북유럽 국가들이나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들 수 있다.

    이탈리아 좌파의 요새 ‘북은 사변형’

    2001년 선거에서 우파에 정권을 내줬던 이탈리아의 좌파연합당은 2006년에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당인 우파를 물리치고 다시 정권을 획득했다. 이탈리아의 좌파가 장기간 정권을 잡을 정도로 거대한 정치세력을 형성한 역사적 배경에는 ‘붉은 사변형’이라 불리는 4개 지역 대중들의 절대적 지지 때문이다.

    피렌체를 수도로 하는 투스카니주, 페루기아를 수도로 하는 움브리아주, 앙코나를 수도로 하는 마르체주, 볼로냐를 수도로 하는 에미리아-로마냐주가 변함없는 좌파의 강고한 요새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볼로냐 대학이 세워진 볼로냐시는 ‘레드 볼로냐’로 불릴 정도로 좌파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 공산당의 사상가 그람시의 진지전과 기동전의 개념도 이탈리아의 정치지형을 조금이라도 공부해보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2001년 선거에서 좌파연합인 올리브나무당은 네 개주와 다른 두 개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파에 완패당했다. 정권을 잡은 2006년도의 선거 결과를 보면 붉은 사변형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지역을 휩쓸었다. 그 중에서도 좌파의 토대가 되는 네 개주의 선거 결과 좌파가 우파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의석을 획득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2001년의 선거 결과를 보면 좌파가 이탈리아 전역에서 수세에 몰리게 되자 네 개주의 대중들이 아예 좌파에 몰표를 주는 현상도 발견된다. 당시 선거 결과를 보면 네 개주에서는 좌파가 30석을 획득하고 우파는 겨우 10석을 건지는 압도적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이탈리아의 선거판은 잘 사는 북부의 밀라노 지역과 마피아가 지배하는 남부의 시칠리를 기반으로 하는 우파와 중부의 네 개주를 기반으로 하는 좌파와의 싸움이라 해도 무방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에 나선 이탈리아 노동자들.
     

    우파 파시스트의 테러 공격

    이탈리아의 경우 중부의 네 개주에는 우파가 아예 포기했을 정도로 좌파가 강력한 진지를 구축했음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나 외국의 파시스트 세력들은 공산당과 좌파의 확고한 기반인 볼로냐를 깨뜨리기 위해 테러공격을 일삼은 적도 있다.

    광주학살이 일어났던 1980년에는 볼로냐 기차역이 폭탄테러 공격을 받아 거의 1백 명의 볼로냐 시민들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볼로냐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어 협박하기 위한 우파 파시스트들의 테러사건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좌파의 연합으로 정권을 되찾았지만 그리스에서는 오랫동안 단독으로 집권해왔던 사회당이 두 번이나 연거푸 패배했다. 반면에 그리스공산당은 오히려 의석수를 더 늘렸다.

    지난 해, 9월 16일에 있었던 그리스총선에서 이변이라면 그리스공산당(KKE)의 약진을 들 수 있다. 그리스공산당은 2007년 9월 16일에 열린 선거에서 1990년 이후 최고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는 5.9 %의 지지율로 12석을 획득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8.2%의 지지율로 10석을 더한 22석을 획득했다.

    집권 우익정당인 그리스의 신민주당에 2004년에 권력을 내준 바 있는 그리스사회당(PASOK)은 지난 번 선거와 대비해 지지율은 2.5%, 의석은 15석이나 잃는 참패를 경험했다. 반면 군소정당들로 분류되는 그리스공산당이나 신좌파당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좌파의 분열과 우파의 어부지리

    지난 선거(2004년)에서 6석에 불과했던 신좌파당은 2007년 9월 선거에서 14석을 획득했다. 1974년 군부독재가 무너지면서 집권을 거듭해왔던 거대여당인 그리스사회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선명한 좌파노선을 견지하는 좌파 정당들로 지지도가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공산당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지역은 사모섬으로 18%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그외의 지역은 대체로 10% 내외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사모섬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그리스내전 기간 동안 공산당 소속의 게릴라활동이 활발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사모섬의 대중들은 그리스공산당에 15%의 지지율을 보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18%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그리고 아테네와 인접한 항구도시로 부두노동자들이 밀집한 피레아도 공산당의 굳건한 기반으로 지난 2004년 선거에서는 11%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지난 해에는 15%로 상승했다. 

    그리스의 선거지형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득표율 44.9%를 획득한 우파는 득표율 51.1%로 과반수 이상을 획득한 좌파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좌파 내부의 감정적 대립으로 인해 선거에 대비한 연합당의 창출에 실패하면서 우파가 어부지리로 정권을 잡는 이상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어쨌든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좌파들에 대한 대중들의 투표성향은 세대가 바뀌어도 끊임없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좌파의 지역적 근거지를 구축해야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사례는 진보정당운동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보정당이 선거를 통해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나 이탈리아처럼 확고한 지역적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 대선에서 전국적 득표율 3%을 기록한 바 있는 진보정당은 마창지역이나 울산지역에서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울산에서의 8.4%의 득표율은 완전한 절망적 수준은 아니다. 여러 명의 시의원과 구의원을 배출한 울산이나 창원은 여전히 전략적 근거지로 구축돼야 할 지역임에 틀림없다. 전략적 근거지의 의미는 진보정당 출신이 출마하면 반드시 당선되는 지역으로 보수정당들이 포기한 지역으로 ‘민중의 해방구’를 말한다.

    또한 권영길 의원이 당선된 창원지역 또한 진보정당의 근거지로 확실하게 구축해야 할 지역임은 틀림없다. 그 밖에도 독재에 항거했던 부산, 마산이나 광주항쟁의 근원지인 광주는 무엇보다도 진보정당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임이 틀림없다.

    특히 진보정당운동이 지금처럼 약화된 원인에는 ‘광주의 실종’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전남지역을 민주화세력을 가장한 김대중을 비롯한 지역 토호들에게 뺏긴 것은 진보진영의 치명적 손실이다.

    울산과 마산 등 노동계급이 밀집돼 있는 곳을 전략적인 근거지로 들 수 있다 하더라도 낮은 득표율을 고려한다면 볼로냐나 피렌체 같은 이상적인 근거지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근거지를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확산과 이를 위한 의식적인 정치활동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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