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사노위 공익위원안,
    사용자단체 요구 일부 수용
    일부 긍정 요소 있지만 양대노총 “반대”···경총도 "인정 어렵다"
        2019년 04월 15일 07: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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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 시 직장점거 점거 금지’ 등 사용자 단체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공익위원안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정당한 교섭과 투쟁을 탄압할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사노위 의제별위원회인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노사관계위)는 15일 브리핑을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 의제에 관한 공익위원 최종안을 제시하고 국회로 넘겼다. 앞서 노사는 수십 차례의 공식·비공식 협의를 이어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노사관계위 공익위원이 낸 권고안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관한 제도개선 방향성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온 내용은 단체교섭권과 관련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파업 시 직장 점거 금지’다. 사용자 단체의 ‘사용자 공격권’ 보장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결정이다.

    앞서 사용자 단체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라 ‘사용자 공격권’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대체근로 전면허용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요건 강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등을 요구해왔다. 5개 요구사항 전부가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노사관계위가 수용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은 현행 2년인 단협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노사관계위는 “현행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은 교섭비용 증가, 노사 자율 교섭 기회의 제약 등 합리적 노사관계 형성에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단협 유효기간 상한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단체행동권 제약의 우려가 있는 파업 시 직장 점거 금지에 대해선 “사용자의 사업장 출입권과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준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관계위 공익위원알 발표하는 모습(사진=노동과세계)

    이와 반대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노동계의 오랜 숙원과제였던 공무원·교원의 노동조합 설립과 해고자 노조 가입을 허용한 것이나,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개선도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

    우선 노사관계위는 ‘노조 아님 통보’ 제도를 규정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전교조는 이 시행령에 의해 수년째 법외노조 상태에 머물러 있다.

    노조 설립 및 가입 자격에 관해 해고자 및 실업자 등 노동자의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내용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를 개정하라고도 요청했다.

    가입범위를 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직무에 따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공무원노조법) 6조도 개정해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보장하라고 밝혔다. 노사관계위는 노조 가입이 가능한 공무원에 대한 직급 제한을 삭제하고, 퇴직 공무원의 조합원 자격을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교원의 노조 가입도 마찬가지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2조를 개정해 해고됐거나 퇴직한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노조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단체교섭권과 관련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정비하도록 한 것도 긍정적이다. 노사관계위는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개별교섭 동의 방식이 사용자가 임의로 교섭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노사관계 불안정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별교섭 동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사관계위는 특수형태고용노동자(특고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단체교섭권 등에 관한 구체적 방안은 향후 노사정 협의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 공익위원안 비판···ILO 협약은 협상 대상 아닌 기본적 노동기준

    노동계는 단협 유효기간 상한 연장과 파업 시 직장점거 금지 등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한 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최소한의 국제노동기준인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사용자단체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공익위원 의견은 국제노동기준에 한참 미달한다”고 평했다.

    민주노총은 “입법에 앞서 우선 비준해야 할 ILO 핵심협약은 기본 가운데서도 기본인 노동기준”이라며 “형편 없었던 국내 노동권을 최소한의 국제노동기준에 턱걸이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헌법으로 이미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축소시키고 사용자 노조 공격권을 보장하려는 국회 법 개악 시도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총력투쟁을 부를 뿐”이라고 경고했다.

    사용자 요구였던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 연장에 대해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정당한 교섭과 투쟁을 탄압할 빌미를 주는 내용”이라고 했고, 파업 시 직장점거 금지에 대해서도 “거론할 여지조차 없이 사용자의 노조 공격권을 대폭 늘려 민주노조를 고사시키려는 악독한 의견”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입장문을 내고 “공익위원 안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 및 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노동관계 법제도를 개선은 ILO에 가입한 회원국의 기본 의무사항이므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노동기준 비준과 관련 없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시 직장점거 금지’ 등 사용자단체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한 것은 명백히 현 제도를 후퇴시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애당초 ILO 핵심협약 문제는 사회적 대화로 풀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ILO 협약비준의 주체는 명백히 정부다. 정부는 더 이상 책임을 미루거나 방기하지 말고 하루 속히 ‘선비준-후입법’ 조치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일부 전향적인 방안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무원·교원의 노조 설립신고 제도 개선과 공무원·교원과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과 활동 보장, 특수고용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보장 등이 그렇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민주노총이 요구했던 내용을 전면적으로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개선이 절실했던 의제에 대한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며 “특히 업무방해죄 정비 의견이나 특수고용직 결사의 자유 보장, 사용자가 악의적인 노무관리 수단으로 삼았던 교섭창구단일화제도 개선 의견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경총도 반대, “경사노위 안 아닌 공익위원 안 공신력 갖추지 못해”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권고한 방안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15일 밝혔다. 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실체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공익위원만의 입장은 경사노위의 공식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한 상태로 공신력을 갖추지 못한다”라며 의미를 절하하기도 했다. 안 자체에 대한 비판적 입장과 함께 노동계의 반발에 대한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는 모양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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