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재산세 완화 조치 부유층 압력에 굴복한 것"
        2006년 06월 30일 01: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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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30일 오전 당정협의를 갖고 공시지가 기준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재산세 부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전날 밤 노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거래세, 재산세 등 서민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당정 간에 협의해 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부유층 압력에 대한 정치적 굴복

    전날 만찬에서 노대통령은 부동산 세제개편 얘기가 나오자마자 "6억원 미만의 주택에 대해서는 투기대책과는 다른 관점에서 서민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일사천리로 이튿날 오전 당정협의에서 정책으로 확정됐다. 청와대 만찬 이전부터 당정간에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런저런 경로로 당정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김근태 의장은 이날 의총에서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한나라당에서 억지 춘향 식으로 얘기 됐지만, 세금 폭탄이라는 말이 유권자와 국민들 가슴에 호소력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당이 전달한 지방선거의 민심을 노대통령이 수용한 결과라는 얘기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번 재산제 완화 조치는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혼란를 거듭하던 여권이 부유층의 세금폭탄론에 정치적으로 굴복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거래세 부담 완화도 추가 논의

    부동산 재산세는 세율과 과표적용률, 공시가격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이 가운데 세율이나 과표적용률은 변동이 없는데, 올 들어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평균 14% 인상되어 재산세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세금폭탄론’의 내용이다. 당정은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시지가 기준 3억원 이하 주택, 6억원~3억원 주택, 두 가지로 나눠 각각 재산세 상승률의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6억원 이상 주택은 기존과 동일하다.

    먼저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올 재산세 상승률이 전년도 재산세의 5%를 넘지 않도록 했다. 예컨데, 공시지가 2억원인 주택의 경우 올 공시지가 평균 상승률 14%를 대입하면 재산세액이 24만원에서 31만원으로 늘어나야 하지만 이번 조치를 적용하면 25만2천원으로 증가폭이 줄어드는 효과를 갖게 된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물가상승률이나 자연증가율을 감안할 때 사실상 재산세를 동결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 상승률이 전년도 재산세의 1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예를 들어, 작년 공시지가 4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재산세액이 74만원에서 88만원으로 인상되어야 하나, 이번 조치로 6만6천원의 세부담이 완화된다.

    당정은 이번 조치에 따른 수혜 대상 주택은 전체 869만 가구의 98.4%인 855만 가구(3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는 93.2%인 811만 가구, 3억원초과 6억원이하 가구는 5.2%인 44만9천가구)라고 밝혔다. 당정은 이와 함께 거래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가로 협의하기로 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에는 미봉책에 불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 정부는 각종 개발정책으로 투기를 부추기면서 세제만으로 투기를 잡으려 했기 때문에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이번 조치도 서민의 재산세 부담 완화라는 내용을 일부 담고 있지만, 부동산 투기와 극심한 부동산 고통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면서 몇 가지 보완책을 제시했다.

    심 의원은 "이번 조치가 자칫 잠잠해지던 투기수요를 자극하는 신호가 될까 우려된다"며 "6억이상 고가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보유세 강화 정책이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란 분명한 정책기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또 "공시가격 6억은 실제 거래가격기준으로 10억 가까운 고가주택이고, 이 중에는 1가구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세금을 걷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재산세 완화 조치는 주택 보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심 의원은 끝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인하하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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