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 가난하지만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나라
    『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배진희/ 시대의창)
        2019년 04월 13일 06: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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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쿠바는 이색적 자연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증가하고 있는 한국인 여행자 수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고, 뮤직비디오와 TV프로그램의 배경으로 소개되면서 쿠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쿠바의 진짜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이 사는 곳’ 쿠바를 소개하고, 그 비결을 살펴본다.

    분단 후 지금까지 ‘색깔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에게 쿠바는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혁명가 체 게바라의 나라인 쿠바는, 그러나 남아메리카의 작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나 <식코>에서 볼 수 있듯, 작은 불편을 여유롭게 감내하는 사람 중심의 복지국가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안 되지만 쿠바인들은 의료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고, 남녀평등 순위는 세계 29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의료 시스템을 필두로 국제 원조에도 앞장선다. 저자는 ‘복지의 전제조건이 성장’이라는 우리의 상식을 깨는 쿠바에 약 1년간 체류하면서,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떻게 복지국가의 길을 걷고 있는지를 이 책에 꼼꼼하게 담아냈다.

    그들은 어떻게 복지국가의 길을 걷고 있을까

    저개발 국가인 쿠바가 보편적 사회보장 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 등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쿠바의 사회안전망을 이 책은 4부에 걸쳐 조망한다.

    먼저 1부에서는 쿠바가 이뤄낸 성과들을 살핀다. 서구 복지국가에서나 시행된다고 여겨지는 무상 교육, 기본 생활권, 무상 의료, 남녀평등, 노인복지, 사회안전망과 국제 구호 활동 등 쿠바의 진면목을 두루 살펴본다. 쿠바 정부는 GDP의 12.84퍼센트를 교육에 투자한다. 한국이 4.62퍼센트인 것을 보면 소위 말하는 ‘지독한 교육열’과 ‘진짜 교육’의 차이를 이 수치로도 느낄 수 있다. 다섯 살부터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쿠바에서는 정규교육이 끝나더라도 그만큼 체계가 잘 갖춰진 평생교육의 장 또한 마련되어 있다. 놀라운 사실은 어린이집부터 직장인이 다니는 교육기관까지 모두 무료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런 교육 시스템은 국민의 기본 생활 보장과 무상 의료 등과 더불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2부에서는 쿠바의 현 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들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함이다. 쿠바 혁명 당시 쿠바인들은 비참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쿠바인들은 자발적 성금이나 기금을 내 쿠바 재건설에 힘을 보탰다. 일반 국민의 세금을 폐지해 국가에서 부담해왔다. 그러나 2016년 10월부터 국영 기업의 직원은 임금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 및 교육 인력을 해외에 파견해 얻은 수익과 관광업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인다. 일부 허가된 자영업자들 역시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납부한다. 쿠바에 체류하는 동안 ‘외국인’이라 겪은 ‘바가지’와 ‘불편’ 등을 저자는 이 장에서 드러낸다. 그러나 쿠바 정부의 재정 문제와 산업 구조, 주택 상황, 교통과 통신, 가구 경제를 두루 살펴는 동안, 그 불평은 “없어도 사는 데 별 지장 없네”라는 독백으로 변한다. 우리는 행복의 기준을 엉뚱한 데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3부에서는 가진 것이 부족해도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비결을 쿠바의 역사와 정치 사회제도, 주요 지도자와 인물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살핀다. 그 비결의 근원은 바로 쿠바 혁명의 역사에 있다.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고, 교육을 통해 자유를 구가하려는 자세다. 미국이 쿠바를 압박하고 고립시켰지만 쿠바인들은 서로 더욱 결속하여 돌파구를 찾는다. 더불어 정치와 행정의 모든 절차에 국민 참여가 보장되어 노동자의 93.4퍼센트가 8만 5,301번의 회의를 통해 사회보장법을 만들기도 했다. 과거의 우리처럼 돈독한 이웃 문화 속에서 체 게바라 등 위대한 지도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결핍을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임을 보여준다.

    마지막 4부는 공존과 다양성의 공간으로서의 쿠바를 들여다본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규제와 자유, 불편함과 여유 그리고 내국인과 외국인이 공존할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살핀다. 결국 이러한 공존은 다양성이 표출되는 공간을 만든다. 이 공간에 ‘재미있게’ 등장하는 자본주의와 한국의 모습을 읽어본다.

    쿠바가 묻는다, 한국은 행복합니까?

    그동안 국내에 나온 쿠바 관한 출판물은 쿠바혁명과 외교관계 등을 다룬 것이거나 여행서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저성장 고복지’를 표방하고 출간된 책이 있지만, 외국인의 시선으로 써진 책이거나 ‘환경’이나 ‘자연’ 등의 관점으로 맥락을 분석할 뿐이었다. 이 책은 ‘저성장 고복지’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되 한국인 저자가 직접 쿠바에서 체류하면서 겪은 바를 사회학적 관점으로 톺아본다. 여기에 쿠바인들과 교류하고 인터뷰한 내용과, 그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사진까지 다양하게 수록해 쿠바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쿠바는 레게가 흐르는 낭만이 가득한 여행지가 아니다. 피 흘린 혁명의 역사를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 국민의 힘으로 이어가고 있는 위대한 실천의 공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었다지만 행복지수에서는 순위 밖으로 밀려 있는 우리에게, 쿠바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지만 잃어버린 것들을 재발견하게 하는 공간이자 큰 가르침을 주는 깨달음의 공간이다. 혁명 이후 쿠바인들이 조국을 재건하려고 분투하고 있을 때, 쿠바를 방문한 프랑스 작가 보부아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난생처음 폭력(혁명)을 통해 얻은 행복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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