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현 "워싱턴 노딜,
    한미회담 접점 못 만들어"
    트럼프 "북 의사 확인해 알려달라"
        2019년 04월 12일 12: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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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취임 후 7번째 한미정상회담이 11일 열렸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를 회복하는 등 북미대화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이견이 있는 비핵화 방안의 절충점으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안(굿 이너프 딜)’을 제안했으나 사실상 미국을 설득하는 데엔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고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회담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속한 북미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나와 굉장히 강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희망하건대 우리는 아주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낳기를 바란다”며 “이 문제(한반도 비핵화)는 지역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되긴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개성공단 재개나 대북 제재 완화 등에 관해서도 모두 부정에 가까운 뜻을 밝혔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번째 회담 계획에 관한 질문에 “열릴 수 있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적절한 딜(합의)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관광 재개를) 올바른 시기에 나는 큰 지지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 유지 여부와 관련해선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절충안 수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스몰딜들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이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 정부가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절충안까지 마련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번의 하노이 회담에 이어 이번 한미정상회담도 ‘워싱턴 노딜’”이라며 “전혀 한미 간에 접점을 만들지 못했다”고 평했다.

    정 전 장관은 12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북미 3차 정상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개시키기 위해 미국이 내놓은 빅딜안과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를 연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굿 이너프 딜’이라는 목표까지 설정해서 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단계를 밟아서 서서히 하자’는 식으로 정리했다. 빨리 안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의중을 확인하지 않고 미국으로 간 거라 확실한 타협을 하는 것은 사실 힘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기대했던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그러면 (미국에) 왜 갔냐고 질문할 수 있다. 지금의 결과를 보면 미국에 가서 동력을 살려놓고 다시 북한에 가서 북한의 의중을 알고 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한국으로 초청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추동한다, 이런 것 같다”고 해석했다.

    남북미 협상안을 비공개에 부치는 물밑협상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패가 던져지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이 보이는 자존심 싸움이 된다”며 “전체 회담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좋지만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비공개 특사를 통해서 북한과 미국의 의도를 좁히는 노력을 한 후에 공개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북미 간 대화 재개의 여지는 남아있다.

    정 전 장관은 “조금 기대를 걸 수 있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한테 ‘북한의 의사를 좀 빨리 확인해서 나한테 알려달라’고 주문한 것”이라며 “지난번 하노이회담 끝나고 가면서 비행기 안에서 했던 이야기도 똑같다”고 짚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이번에 또 그 주문을 강조했다는 건 문 대통령이 북쪽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줬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3차, 4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바로 가기에는 시간이 없지만, 중간에 특사는 갈 수 있다. 메시지를 줬다면 (특사가) 김정은 위원장한테 전달해 반응을 받아올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한테 은밀하게 쥐어준 메시지의 내용이 5월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하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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