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민주·정의·바른·민평 등, 환영 밝혀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여성들이 거리 나와 국가와 사회에 요구했기 때문"
        2019년 04월 11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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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를 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일제히 입장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관련 기사)

    헌재 판결이 나오기 전인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 국가와 사회에 요구했기 때문에 이 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승리의 메시지를 밝혔다.

    공동행동은 “임신중지의 경험은 특별한 몇몇 여성들의 경험이 아니다. 정말 수많은 여성들이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 감당해왔던 경험들이었다. 낙태가 불법이 아니었다면 혼자 감내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더 이상 어떤 허락도 처벌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낙태죄 형법조항 269조와 270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이를 도운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2012년 헌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며 4대 4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헌법재판관들은 압도적인 비율로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봤다.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특히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9명 중 3명이나 됐고, 2명의 재판관만 합헌 의견을 냈다. 나머지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시대적 변화 반영한 결정, 헌법불합치 결정 존중 법 개정 나설 것”

    정치권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범죄화한 구시대적 악법이 사라지게 됐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사회적 갈등을 절충해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미 OECD 가입국 36개 국가 가운데 31개 국가가 임신 초기의 중절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하고 있으며, UN인권이사회 등도 낙태죄 폐지를 꾸준히 권고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헌법재판관들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깊이 존중하며, 국회는 법적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속히 형법 및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오랫동안 지연된 정의가 이제야 이뤄졌다”고 밝혔다.

    최석 대변인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은 국가가 여성들의 신체를 출산의 도구로 간주하고 멋대로 옭아매던 매우 전근대적인 법률이었다. 국가나 사회는 어떤 경우와 어떤 이유로도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변인은 “자기 몸에 대한 것은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원칙이야말로 인권의 근간”이라며 “국회는 하루라도 서둘러 관련 법안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등의 관점에서 진일보한 판단”이라며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입법 작업을 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국가의 보완 역할에 대해서도 신속히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적절한 성교육, 피임 접근성 개선과 임신중지에 관한 사회 의료적 서비스 제공 등 정부가 정책적 보완 노력을 신속히 해나가야 한다”며 “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몫으로 제한하는 잘못된 남성 인식의 개선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낙태죄 폐지는 낙태에 가하는 사법적 단죄를 멈추라는 요구로서 타당하다”며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여성과 태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과 지원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도록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민중당도 이날 낸 논평을 통해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을 환영한다”면서 “낙태죄는 없어지지만,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은 과제로 남아있다. 국가와 법조계, 여성계,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당은 환영을 표하면서도 “헌법재판소라는 사법기관이 이런 결정을 내릴 때까지 정치는 무엇을 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는 낙태죄 폐지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아 왔고, 청와대는 국민청원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도 내놓지 않았다”며 “그야말로 정치의 부재 상태였고, 결국 낙태죄 폐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국회가 법개정 논의 과정에서 또다시 낙태죄를 변칙적으로 존속시키려 하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각 정치세력은 2020년 총선에서 낙태죄 폐지방안에 대해 책임있는 정책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계도 “한국사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호평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현행 낙태죄는 임신의 부담을 여성에게만 지워 여성만을 처벌하는 성차별이 내재되어 있는 법”이자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나 고통, 그에 수반되는 경제적 어려움, 학업포기나 경력단절 등 수많은 불이익을 사실상 임부에게만 온전히 전가하는 불합리한 조항”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법의 존치로 임신 중절 수술이 음지에서 이뤄지면서 여성의 생명과 안전은 위협 당했고, 여성에게만 임신의 부담을 지우는 불합리한 처벌, 부당한 낙인 등의 문제가 반복돼왔다”고 지적하며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국회는 임신중절과 관련한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건강보험의 급여화 등 관련 법령 정비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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