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학력 조사 결과,
    무언가 빠진 것들이 있다
    가정배경과 그 영향력 없어···학교 행복도 늘었는데 미달은 왜?
        2019년 04월 11일 10: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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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지난달 28일 발표된 이후 ‘일제고사 부활 아니냐’ 논란이 있다. 과연 어떨까.

    중3과 고2 대상의 평가 결과는 심각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었다. 특히 수학은 중학교 11.1%, 고등학교 10.4%에 달했다. 학생 열 명 중 한 명이 미달이었다.

    일제고사 부활은 아닌 듯

    문재인 정부는 이와 함께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내놨다. 모든 학생 대상의 진단 의무화, 두드림학교와 보조인력 확대, 학급당 학생수 줄여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등이 그 내용이다. 여기서 진단 의무화가 ‘일제고사 부활’ 논란을 낳았다.

    진단은 지금까지 학교나 교사 재량이었다. 대부분 해왔고, 일부는 하지 않았다. 이게 ‘모든 학생에게 의무 실시’로 바뀐다. 진단 도구나 방법은 학교나 교사 자율이다. 시험도 있고, 시스템 활용도 있다. 교사 관찰도 있고, 교육청 개발 프로그램도 있다. 가령 초등 저학년 담임교사가 지금까지 관찰로 했다면, 그 방법을 계속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교마다 교사마다 진단 도구나 방법, 시기가 달라진다. 이건 한 날 한 시에 같은 문제를 푸는 일제고사가 아니다. 서열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물론 일말의 여지는 남아 있다. 학교나 교사 재량이지만,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지니고 있는 기관이 교사 재량을 인정하지 않고 특정 평가를 강제하면 불미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일제고사로 변질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가정환경의 영향력이 안 보인다

    정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했다. 교과별 성취수준이라고 해서 국어가 어떠니 수학이 어떠니 밝혔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별, 대도시와 읍면의 지역별 성취수준도 살폈다.

    정의적 특성도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과목에 자신있고, 그게 생활에 도움될 것이라 여기고, 그 과목을 좋아하고,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면 공부를 잘 한다. 각각 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이라고 한다.

    수학을 보면, 기초학력 미달 중학생의 정의적 특성이 많이 낮다. 낮음 비율이 자신감 45.7%, 흥미 42.8%, 학습의욕 33.8%다. 보통이상 중학생보다 3~4배 많게는 10배 가량 낮다. 고등학생도 비슷하다. 미달 학생은 자신감과 학습의욕이 상당히 낮다. 재미도 없고 무기력한 것이다. 이렇게 분석되면 맞춤형 방안을 찾게 된다.

    그런데 분석마저 없는 것이 있다. 가정환경이다. 부모의 교육 수준, 직업, 부, 사회자본 등 학생 가정배경을 살피지 않았다. 사회 경제 문화 지표라고 부르거나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으로 칭하는데,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분석되지 않았다. 그 흔한 소득수준별 데이터도 없다. 소득 낮을수록 미달 학생이 많은지 적은지 알 수가 없다.

    학교 변인도 마찬가지다. 학교 평균 SES, 학교가 위치한 지역, 기초생활수급권자 비율, 학교풍토, 교장의 리더십 등도 없다.

    이래서는 미달 학생이 누구인지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뒤처지는 학생이 누구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 정부 분석에는 비어 있다. 가정배경의 영향력을 사람들은 체감하고 있는데, 정부 발표에서 찾아볼 수 없다. 분석이 없으니 맞춤형 방안도 없다.

    이건 설계의 문제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박근혜 정부의 전수에서 문재인 정부의 표집으로 바뀌었다. 전에는 줄세우기를 염두에 뒀다면, 이제는 연구 목적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성적에 무엇이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는 게 목적이다. 여기에 맞게 제도가 설계되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다소 부족한 것 같다.

    학교생활 행복도 높아졌다는데 갸우뚱?

    지난 3일,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모 언론에 기고를 했다. 평가 결과에 대해 “지난 4년간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는 높아진 반면, 2017년에 비해 기초 미달 학생 비율이 중학교 국어 수학 영어와, 고등학교 영어 과목에서 유의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결과는 설명대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학교생활 행복도는 ‘학교가 즐겁다’, ‘선생님이 좋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낸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다’를 묻는다. 이게 높으면 일반적으로 공부를 잘 한다. 일찍이 어른들은 “학교 재밌니” “즐기면서 공부해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 결과는 의아하다. 학교생활 행복도가 높아졌는데, 미달 학생이 증가했다. 왜 그럴까. 학교생활을 잘 하고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는데, 미달은 왜 늘어난 걸까. 의문이다.

    이런 궁금증까지 포함하여 국가 차원이나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기초학력을 다각도로 현장연구하고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 교육과정평가원의 학습부진 학생 종단연구와 함께 답을 찾아갔으면 한다. 기초학력은 교육불평등이나 수저계급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의당 교육담당 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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