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의 파괴적 혁신
[4차 산업혁명과 노동해방⑦] 정보자본주의의 현재
    2019년 04월 11일 10: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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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차 산업혁명과 정보자본주의

3-1. 신자유주의 대 정보자본주의

3-1-1. 신자유주의 쇠퇴
3-1-2. 정보자본주의 축적체제

3-2. 정보자본주의 현재

3-2-1. 패권 이동 : 플랫폼 기업
3-2-2. 자본구성 변화 : 유형자산 대 무형자산
3-2-3. 플랫폼의 마술 : 네트워크 효과
3-2-4. 플랫폼 기업의 파괴적 혁신

3-3. 정보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3-3-1. 플랫폼 노동
3-3-2. 인간은 필요 없다?
3-3-3. 기술적 실업 : 특이점?

[필자 주] <붉은 오늘>은 붉은 어제를 되새김질 하고 있다. 어제가 없는 오늘은 없다. 그렇다면 내일은? 붉은 내일이 없는 붉은 오늘이 있을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과 노동해방>은 붉은 내일에 대한 토론을 제안한다. 토론을 알차게 준비하기 위하여 독자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 댓글과 반박, 비판과 비난, 그리고 부지런한 퍼나르기는 토론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첫 번째 오프라인 토론은 금년 5~6월에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심화학습 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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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노동해방⑥] 패권 장악한 정보자본

3-2. 정보자본주의 현재

3-2-1. 패권 이동 : 플랫폼 기업

왜 자본이 정보산업으로 몰리고 있을까? 그 이유를 찾아보기 위하여 동일한 업종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는 두 기업을 비교해보자. 전통적 소매유통기업 ‘월마트’와 온라인 소매유통기업 ‘아마존’이 있다.

2017년 현재 월마트는 총자산 2천억 달러, 자기자본 779억 달러, 매출액 5천억 달러, 당기순이익 99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에 1만1천 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 수는 2백3십만 명이나 된다. 미국에서만 1백4십만 명의 노동자가 월마트에서 일하고 있다. 매출과 고용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단연 세계 1위 기업이다.

그에 비하여 아마존은 총자산 1천3백억 달러, 자기자본 277억 달러, 매출액 1천8백억 달러, 당기순이익은 30억 달러에 불과하다.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으며, 노동자 수는 57만 명 정도이다.

요컨대, 겉모습을 두고 보자면 월마트가 아마존보다 몇 배나 더 큰 기업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크게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매출액 성장률을 비교해본다면, 아마존은 매년 30% 정도씩 성장하고 있지만, 월마트는 겨우 2~3%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실적 차이는 그대로 주식가격에 반영된다. 10년 전에 월마트와 아마존의 주식가격은 거의 똑 같았다. 10년이 지난 2017년 현재 월마트의 주가는 겨우 1.5배 수준으로 올라 있는 반면에, 아마존의 주가는 거의 20배 수준으로 올라 있다.

이러니 판도가 바뀌지 않을 수 있을까? 돈은 돈 되는 곳으로 몰린다. 겉으로 보자면 아마존은 월마트보다 훨씬 작은 기업이지만, 자본은 월마트가 아니라 아마존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 결과 2015년에 아마존의 주가총액이 월마트의 그것을 넘어서게 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 두 개의 기업을 비교해보고 세상의 변화를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두 기업이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아마존은 전형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지식정보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고 있는 엔진이라면, 오늘날 그 엔진을 경제적으로 실현시키고 있는 형식은 플랫폼이다.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적 확산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앞서 살펴본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에 들어 있는 7개 정보산업 기업 중 6개는 모두 스마트폰의 대량보급과 더불어 오늘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생산과 거래가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에 상응하여 자본은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이용하여 이윤을 올리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화, 민영화, 유연화 등등 신자유주의 전략은 한물가고, 이제 플랫폼으로 노다지를 캐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주식시장 전체를 두고 보더라도,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 상승속도는 전체 상장회사 평균 상승속도를 훨씬 상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들이 자본주의 경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플랫폼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3-2-2. 자본구성 변화 : 유형자산 대 무형자산

정보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커져가는 동시에 자본의 내부구성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도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지식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그 결과 자본구성 중에서 기계와 설비 등 유형자산의 몫은 줄어들고 지식과 정보 등 무형자산의 몫이 늘어나고 있다. 무형자산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는 플랫폼 선점 전략에서 파생된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90년경에 이미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넘어섰으며, 이런 추세는 점점 더 강화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특히 대자본일수록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S&P 주가지표에 등록되어 있는 500대 기업을 보면, 전체 자산 중 무형자산의 몫이 40년 전에는 17%에 불과했지만, 2015년 현재는 84%까지 늘어나 있다.

이처럼 지식, 정보 등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몫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추세를 강조하기 위하여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자본 없는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또는 무형의 지식이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을 강조하기 위하여 ‘인지자본주의’ 또는 ‘정보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자본구성의 획기적인 변화는 자본주의 회계전문가들의 골치를 아프게 만들고 있다. 기존의 분류기준과 척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일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것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잣대는 아직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9월 14일, 한국회계기준원 세미나에 모인 회계전문가들은 이런 고충을 털어놓았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기업과 시장환경을 고려할 때, 무형자산에 대한 재무정보의 질은 획기적으로 향상돼야 한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가 바로 무형자산에 관한 정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재무보고의 원칙과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기업들의 회계처리에 있어서도 무형자산에 대한 부분은 일관적이지 않고, 규모별 사업 관행이 다르기 때문에, R&D 관련 정보의 의미도 다르다. 무형자산의 회계처리 기준이 이대로 괜찮은지, 회계정보는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뉴스웨이 2018-09-16)

이런 방법론상의 한계를 감안하면서 살펴보더라도, 미국 S&P 기업들과 비교해볼 때, 한국 기업들의 무형자산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현재 31%에 불과하다. 전통적 굴뚝 산업이 여전히 한국 경제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3-2-3. 플랫폼의 마술 : 네트워크 효과

앞서 언급했듯이, 세계 최대의 소매업체 아마존은 단 하나의 매장도 없다. 세계 최대의 택시회사 우버는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없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기업 페이스북은 단 하나의 콘텐츠도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숙박사업자 에어비엔비는 단 하나의 건물도 없다.

자산도 없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어마어마한 기업으로 될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어떻게 어마어마한 기업으로 계속 군림할 수 있을까?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이런 기업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점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이들은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플랫폼’이란 외부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가리킨다. 플랫폼 사업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용자들이 서로 꼭 맞는 상대를 만나서 효율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데 있다. 이런 교환을 통하여 이용자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플랫폼은 21세기 들어 새로 생겨난 현상이 아니다. 농경 시대의 장터도 플랫폼이었다. 장터는 농부와 대장장이가 서로 만날 수 있는 약속된 마당이었다. 농부는 쌀의 공급자로 장터를 이용하였고, 대장장이는 쌀의 소비자로 장터를 이용하였다. 한편, 대장장이는 농기구의 공급자로서 장터에 나타나고, 농부는 농기구의 소비자로서 장터에 나타나서 서로 연결되기도 하였다.

오늘날 성남 모란시장 빈 마당이나 서울 남구로역 빈 마당에는 새벽마다 건설인력 시장이 열린다. 이것도 플랫폼이다. ‘노가다’들은 품을 팔려는 공급자로, ‘십장’들은 품을 사려는 소비자로 플랫폼을 이용한다.

현대적 플랫폼과 전통적 플랫폼 사이의 질적인 차이는 디지털 기술에 있다. 디지털 기술은 플랫폼의 범위, 속도, 편의성, 효율성을 엄청나게 확장시키고 있다. 전통적 플랫폼과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전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변화를 제때에 제대로 활용하면서 오늘날 플랫폼 기업들이 번창하고 있다.

전통적 기업과 달리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는 지식정보기술이 추동하고 있는 21세기 경제를 대변하는 개념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거대기업들은 ‘공급측 규모의 경제’에 기초해서 생겨났다. ‘공급측 규모의 경제’란 대량생산을 통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단위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공급측 규모의 경제는 선진 공업국 대기업들에게 엄청난 비용우위를 제공하였고, 후발 경쟁자들이 따라잡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21세기 인터넷 시대의 거대기업들은 ‘수요측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겨났다. ‘수요측 규모의 경제’란 소비자 집단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소비자 개개인에게 더 많은 가치를 가져다주는 현상을 가리킨다.

수요측 규모의 경제는 정보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추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급측 규모의 경제가 소멸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공급측 규모의 경제는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차별화 요인이라는 지위를 상실했을 뿐이다. 오늘날 시장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수요측 규모의 경제이다.

수요측 규모의 경제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네트워크 효과의 원천이자 결과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21세기에 새로 생겨난 현상이 아니다. 그것의 역사는 플랫폼의 역사만큼 오래된 것이다. 오늘날의 네트워크 효과가 특별한 이유는 지식정보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디지털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데 있다.

네트워크 효과는 단면 네트워크 효과와 양면 네트워크 효과로 구별할 수 있다. 단면 네트워크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로는 전화를 꼽을 수 있다. 전화를 가진 사람의 수가 적다면 그것을 구매하더라도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에 반하여 전화를 가진 사람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전화의 사용가치도 커질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전화의 사용가치는 전화가입자 집단의 규모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처럼 소비자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용가치도 커지는 현상을 ‘단면 네트워크 효과’ 또는 ‘직접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양면 네트워크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로는 아마존 오픈마켓을 꼽을 수 있다. 아마존에 입점하는 소매업자들은 땅도, 건물도, 판매원도 필요 없다. 인터넷으로 가입하여 매장을 개설하고 상품을 업로드 하면 된다. 그러면 전세계 모든 소비자들이 찾아볼 수 있다. 따로 광고비를 들일 필요도 없다. 물류에 신경쓸 필요도 없다. 택배로 부쳐주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오픈마켓은 개인 또는 군소업자들에게도 대기업과 동등한 시장진입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수많은 공급자들이 몰려드는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17년 현재 아마존 오픈마켓에 실제로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 외부공급자 매장만 세어보더라도 전세계에 걸쳐서 176만 개가 넘는다.

이처럼 공급자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통하여 더 값싸고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거꾸로, 아마존으로 몰려드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소매업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팔 수 있다. 공급자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소비자가 공급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공급자집단의 규모와 소비자집단의 규모가 함께 커지면서 플랫폼 이용자들의 사용가치도 커지게 되는 현상을 ‘양면 네트워크 효과’ 또는 ‘간접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21세기 플랫폼 기업들은 주로 양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 앱스토어 플랫폼에서는 앱 개발자들이 공급자 집단, 앱 사용자들이 소비자 집단으로 참가하고 있다. 애플이 2008년 7월에 처음 앱스토어를 열었을 때 거기에 업로드 된 앱의 수는 500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공급자 집단의 규모가 작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곧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기 시작했고, 불과 10년 만에 앱스토어 규모는 4천4백 배로 커지게 된다. 2017년 1월 현재 앱스토어 플랫폼에는 2백2십만 개의 앱이 업로드 되어 있으며, 그동안 누적 다운로드 수는 1천3백억 회를 기록했다.

페이스북 플랫폼에는 이용자들이 저마다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로 참여하고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누구나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2004년에 페이스북이 처음 시작될 당시 이용자 집단은 5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가 부지런히 작동한 결과 2018년 현재, 매일 한 번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람만 세어보더라도, 이용자 집단의 규모는 15억 명이나 된다.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플랫폼은 자연적 독점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플랫폼 기업의 의도적 전략이 추가되면 독점화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는 전세계 PC운영체제 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다. 구글은 전세계 검색 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 효과는 승자독식 경향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업종마다 초독점기업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어나가거나 틈새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네트워크 효과는 수요측 규모의 경제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거나 넘어서기 어렵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후발주자에게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구글은 야후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더 나은 검색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야후를 넘어설 수 있었다.

다른 사례를 보자. 카카오는 다음 또는 네이버보다 훨씬 늦게 출발한 후발주자였다. 그러나 2010년 출시한 ‘카카오톡’이 스마트폰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에 딱 맞아 떨어지는 킬러앱으로 자리 잡는다. 사용자 수가 2011년 4월 1천만 명을 넘어서더니 2012년 3월에는 4천만 명을 돌파하였다.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단숨에 제패한 뒤 카카오 택시, 카카오 대리운전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갔다.

한편, 데스크탑 인터넷 시장에 머물러 있던 다음은 시대의 흐름을 놓친 벌을 받아야 했고, 2014년 카카오에게 통째로 잡아먹힌 뒤 국세청 기업명단에서 이름이 지워지게 사라지게 된다. 네이버는 2011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출시하면서 카톡에 맞섰지만, 국내시장은 이미 카카오가 독점한 뒤였다. 네이버는 국외로 눈을 돌려 라인을 일본과 동남아시아에 출시하였고, 거기서 대박을 터뜨린다.

3-2-4. 플랫폼 기업의 파괴적 혁신

기술은 그 자체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못한다. 지식정보기술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은 경제로 전환될 때 비로소 세상을 변화시켜나가게 된다.

오늘날 전통적 기업들을 무너뜨리고, 시장 판도를 뒤집고, 경제지표를 무력하게 만들고, 노동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힘의 실체는 플랫폼 기업이다.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의 넓이와 깊이는 이른바 ‘포드주의 생산방식’이 ‘신자유주의 생산방식’으로 변화된 것보다 더 근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자본주의 시장의 경쟁구조와 자본주의 기업의 조직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먼저 경쟁구조의 변화를 보자.

지금까지는 땅, 설비, 기계, 인력 등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만 시장에서 공급자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그런 자산이 없는 개인들도 시장에서 공급자로 활동할 수 있다. 플랫폼은 거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를 마감하고 있다. 거대기업과 개인공급자가 플랫폼을 통하여 동등한 시장접근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플랫폼 위에서는 막대한 고정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전통적인 기업들이 그런 비용이 필요 없는 군소공급자들에 맞서서 1:1로 경쟁해야 한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를 따르자면, 전통적인 기업들은 주로 ‘다섯 가지 경쟁요소’ 모델에 따라 경쟁전략을 수립해왔다.

1) 시장 신규 진입자의 위협
2) 대체 제품 또는 대체 서비스의 위협
3) 구매자의 교섭력
4) 공급자의 교섭력
5) 라이벌 기업들 사이의 경쟁 강도

전통적 기업의 경쟁전략은 경쟁자들이 자신의 영토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높은 성벽을 쌓아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드는 데 있었다. 요새를 관제고지 삼아 시장을 지배하는 데 있었던 것이다.

벌써 전통적인 다섯 가지 경쟁요소 모델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과장일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의 등장은 경쟁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두 가지 새로운 요소가 기존의 경쟁전략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첫째, 플랫폼 기업들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하여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둘째, 플랫폼 기업들은 ‘요새·관제고지’ 전략을 내버리고 ‘생태계 조성과 협력’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제 요새를 철통같이 세우고 내부자원을 일사분란하게 통제하는 전략으로는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렵게 되었다. 오히려 풍부한 외부자원을 찾아내어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전략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한편, 플랫폼 기업의 번창은 자본주의 기업의 조직구조와 운영원리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기업들은 공장, 사무실, 설비, 원료, 직원 등 모든 자산을 기업 내부에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의 힘은 그런 자산의 규모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른바 ‘공급측 규모의 경제’가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좌우한 것이다.

전통적 기업들은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기 위하여 피라미드식 통제체제를 갖추었다. 꼭대기에는 경영자가 있고, 그 밑에는 중간관리자들이 있고, 가장 밑바닥에는 생산직 또는 사무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의사결정은 일방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었다. 테일러가 정립한 ‘구상과 실행의 분리’ 원칙과 포드가 확립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20세기 내내 경영자들의 행동을 지배해왔다.

전통적 기업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상품(제품 또는 서비스)을 기획 및 디자인 하는 일이다. 이어지는 일은 그 상품을 생산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그 상품을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이다. 이처럼 기업의 가치창출 활동이 단선적으로 흘러간다는 뜻에서 전통적 기업을 ‘파이프라인 기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파이프라인 구조는 기업을 확장해나가는 데 많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진다. 전통적인 기업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규모를 확장해왔다. 첫 번째는 파이프라인의 길이를 늘여서 확장하는 방식이다. 위로는 공급업체를 인수하고 아래로는 유통업체를 인수하였다. 이런 방식을 ‘수직적 통합’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파이프라인의 굵기를 넓혀서 확장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추가하여 기업을 확장하였다. 이런 방식을 ‘수평적 통합’이라고 부른다. 두 가지 방식은 저마다 많은 비용을 요구하지만, 확장의 성공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와 달리 플랫폼 기업은 공장도 필요 없고, 사무실도 필요 없다. 설비도 필요 없고, 원료도 필요 없다. 인력도 거의 필요 없다. 앞서 살펴봤듯이, 2017년 현재 월마트는 1만1천 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지만, 아마존은 단 한 개의 매장도 없다. 월마트는 2백3십만 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만, 아마존은 57만 명을 고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월마트가 갖지 못한 자산을 갖고 있다. 수백만에 달하는 외부공급자 집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핵심자산은 기업 내부에 있지 않고 기업 외부에 있다. 플랫폼 기업의 규모는 기업 외부에 있는 공급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의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전통적 기업이 대량생산과 공급측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시장을 지배했다면, 플랫폼 기업은 양면 네트워크 효과와 수요측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전통적 기업을 넘어서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매트릭스 식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다. 마치 한 개의 뇌세포가 여러 개의 축삭돌기를 통하여 여러 개의 뇌세포에 연결되어 있듯이, 플랫폼에서는 각각의 이용자가 저마다 다른 모든 이용자들과 연결되어 있다.

플랫폼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공급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을 형성하여 양면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데 있다. 일단 두 집단이 형성되고 나면 땅짚고 헤엄치기다. 상품(제품과 서비스)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일은 공급자들이 알아서 한다. 상품을 찾아내는 일을 소비자가 알아서 한다. 거래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사이에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플랫폼 기업의 가치창출 활동은 단선적 파이프라인을 따라 흘러갈 수 없다. 플랫폼에서는 매트릭스를 형성하고 있는 복잡한 선을 따라 가치가 창출되고 이동한다. 수많은 공급자와 수많은 소비자 사이에 얽혀 있는 잠재적 연결선을 활성화시키는 일은 기업 내부자의 몫이 아니라, 기업 바깥에 있는 공급자와 수요자 자신들의 몫이다. 플랫폼 기업이 하는 일은 꼭 맞는 공급자와 꼭 맞는 소비자가 서로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뿐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플랫폼 기업은 상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상품을 직접 유통하지도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이,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기업과 비교해볼 때, 플랫폼 기업의 질적으로 새로운 점이다.

플랫폼 기업은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도 않고, 가치를 직접 생산하지도 않는다. 자산은 기업 바깥의 이용자들이 보유하고 있고, 가치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한다. 그러므로 플랫폼 기업은 자산을 운용하고 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중앙집중식 통제체제를 갖출 필요가 없다. 그런 수직적 통제체제는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 집단과 소통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 집단과 함께 상생적 생태계를 구축하기에 적합한 수평적, 분산적 조절체제를 갖추게 된다.

플랫폼 기업은 확장하기 쉽다. 공급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이 커지는 만큼 플랫폼 기업의 규모도 확장되는 것이다. 확장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 양면 네트워크 효과를 작동시켜서 공급자들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거꾸로 소비자들은 공급자들을 끌어들이도록 만들면 된다.

플랫폼 기업에서 인적 관리의 초점은 ‘직원’에서 ‘시민사회’로 이동하게 된다. 내부자원의 효율적 통제가 아니라 외부효과와 생태계의 관리가 리더십의 핵심이 된다. 기업의 재무원칙도 변한다. 전통적 기업은 주주 가치와 기업보유 자산을 중시해왔다. 플랫폼 기업은 이해당사자 가치와 생태계의 상생발전을 중시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하여 외부의 공급자 집단과 수요자 집단의 행동을 조작하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주 구사하고 있는 ‘끼워 팔기’ 정책은 악명이 높다. 페이스북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을 조작하여 트럼프를 당선시켰다는 추측도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닌 듯하다. 이런 크고 작은 불상사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이 파이프라인 구조가 아니라 매트릭스 구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뒤집히지 않을 것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과연 삼성은 자신의 경영을 바꿀 수 있을까?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삼성 등 대다수 전통적 기업들은 아직 땅, 공장, 설비 등 막대한 고정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고정자산을 보유한 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할까?

<플랫폼 레볼류션>의 저자들을 따르자면, 고정자산을 이용하여 창출하는 가치를 고정자산의 소유권으로부터 분리한다면 가능해질 수 있다. ‘소유권 = 독점권’이라는 공식을 버리고 ‘소유권 없는 이용권’이라는 공식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재용이 삼성에 대한 경영권을, 정의선이 현대자동차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닐까?

변화의 규모와 속도가 혁명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 상대적 기준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기존의 틀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중요한 거시지표들 중 하나로 ‘국내총생산’(GDP)를 꼽을 수 있다. 이 지표는 자본주의 경제의 건강상태를 측정하기 위하여 개발되었고, 20세기 내내 그런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뒤에 우리는 이 지표가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사소한 사례 하나만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최근 경기가 좋아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저물가 미스터리’의 원인으로 아마존 효과를 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존 효과’란 온라인 거래가 오프라인 거래를 대체하면서 나타난 경제적 현상을 가리킨다. 아마존 효과는 물가뿐만 아니라 임금과 고용에도 영향을 끼쳐서 기존의 경제이론을 무력화시켜버릴 정도라고 한다.

오늘날 인터넷은 ‘온라인 거래 확대 → 시장의 정보비대칭성 축소 → 상품가격 하락 → 물가상승 둔화’라는 경로를 만들어내면서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거래가 확대되면서 크고 작은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공개적인 가격경쟁을 수행해야 한다. 그로 인해 상품가격이 낮아지게 되고, 기업의 이윤은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편, 온라인 거래의 확대는 도소매업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온라인거래 확대 → 오프라인 도소매업 매출감소 → 도소매업 고용감소’의 경로가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8년 12월, 한국은행은 <온라인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이라는 이슈노트를 출간했는데, 이 보고서는 아마존 효과를 실증적으로 확인한 최초의 보고서라고 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온라인 소매판매액은 2017년 80조원으로, 전체 소매판매액의 18.2%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1.6%이던 것이 매년 1% 정도씩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2014년 이후를 대상으로 삼아 계산해보면, 온라인 거래의 확대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을 연평균 0.2% 하락시키고, 도소매업 취업자 수를 연평균 1만6천 명 감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장하준의 유명한 명제 하나를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는 2010년에 이른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였다. 4대 인터넷 서점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명단에 오른 것이다. 이 책에서 장하준은 이렇게 주장하였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이렇게 주장한 시점이 2010년 또는 그 직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땐 그럴 수도 있었지” 하고 넘어갈 수 있다. 다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가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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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노동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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