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무상교육 재원 분담
    부처 간, 정부·교육청 이견
    재원, 현 정부 우호적 교육감들도 반발···상황 바뀌면 갈등 증폭 우려
        2019년 04월 10일 1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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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학년 2학기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재정 분담 비율을 놓고 각 부처 사이에 신경전은 여전하다. 교육부는 무상교육 확대를 위한 추가 재원을 요구해왔지만, 기획재정부는 세수 확대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늘었다며 추가 재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여기에 전국 시도교육청에선 정부 정책 시행에 따른 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겨선 안 된다며 전액 정부 부담을 주장하고 있다.

    전날인 9일 당·정·청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부담금을 제외한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액의 50%씩을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4천66억원)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 조달 방안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기획재정부, 교육부, 시도교육청 사이에 의견이 충분히 정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고교 무상교육 정책에는 공감하나,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국가정책과 관련한 재정부담을 시도교육청에 전가해선 안 된다며, 전액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상교육 당정청 협의 모습(방송화면)

    정부와 교육청 부담 약 2:1 정도
    김승환 “교육청 예산에서 부담하면, 결국 그동안에 쓰던 것 어디선가 빼내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김승환 전라북도교육청 교육감은 “(교육감들은) 정부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갖고 있다”며 “현재 교육감들 의견은 일단 2학기는 (시도 교육청에서 재원을 부담하는 방식의 무상교육으로) 가되 현재 예산의 문제가 굉장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정부와 계속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10일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최종적으로 교육부에서 한 말은 한 8(정부):2(교육청)정도 부담비율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교육청에서 일정부분 고교 무상교육을 해오고 있는 게 있기 때문에 (정확히 계산해보면) 66:34다. 2/3를 정부가, 1/3를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고정된 예산에서 무상교육 재원이 더해지면 인건비 등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1/3이 됐건 절반이 됐건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큼 다른 데에 쓰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만족해할 교육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전북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으로 부담해야 되는 예산이 650억 원 정도다. 이는 30학급 정도 학교를 두 개를 새로 만들 수 있는 굉장히 큰 예산”이라며 “그러면 이 예산을 그동안에 쓰던 것 어디선가 빼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감들이 계속 부담을 느끼는 것이 인건비가 해마다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학교 비정규직이 굉장히 많아서 날마다 이걸로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큰돈을 빼내게 되면 (인건비 문제에) 압박감을 굉장히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재정 분담, 정부 부처 사이도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생각 달라

    정부 각 부처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무상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교육부는 ‘전액 정부 부담’을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대는 기획재정부는 시도교육청이 분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기획재정부는 세수가 확대돼 (지방세 교부율이 늘어나니) 시도교육청 예산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런데 세수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1년 간 국가의 세입 예정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액 정부 부담으로 하는 것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고교 무상교육은 대통령이 대선 때 명확하게 내걸었던 공약이고, 그 공약을 가장 앞서서 시행해야 할 부처가 기획재정부다. 그런데 계속해서 브레이크를 거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와 성향이 일치하는 교육감들조차 반발하는 상황이라, 차후에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될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 어떤 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위험성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누리과정은 고교 무상교육 문제와는 좀 다르다. 어린이집은 교육부와 교육청 관할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시도관할이었음에도 교육청에 재정 부담을 하라고 하니 전면 거부하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고교 무상교육으로 교육청의 재정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문제 때문에 무상교육 정책이 좌초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제가 생각해도 (교육청에) 많은 예산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고교 무상교육을 더 늦출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교육청들의 어려움을 교육부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도 검토해 보고 있다. (재정 분담 문제) 때문에 (고교 무상교육을) 못 한다, 어렵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이같이 말했다.

    유 장관은 “교육부가 한 분, 한 분 다 교육감님들에게 다 설명을 드렸다”며 “불만 사항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절대 안 된다’ 이렇게 말씀한 분은 거의 안 계신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려가 있지만 방안을 같이 모색하고 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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