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례후보 대폭 늘려 대통령 임기 중반 선출
        2006년 06월 29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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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29일 개최한 학술토론회 ‘6월민주항쟁과 한국 민주주의 현주소’에서 2부 첫번째 발제를 맡은 박명림 교수(연세대)는 우선 한국의 민주화를 통해 무엇이 성취되었고, 그럼에도 한국 민주화는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를 분석했다.

    박 교수는 우선 성취의 측면에서 한국 민주화는 빠른 탈권위주의화와 민주적 공고화를 가져왔으며, 문제의 측면에서는 정치의 사법화, 분점정부의 반복, 헌정문제의 빈발과 미해결,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긴장과 충돌, 노동의 배제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시장국가를 넘어선 사회국가, 헌정민주주의를 넘어선 민주헌정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음은 발제문 요약.

    헌정민주주의와 민주헌정주의 : 민주헌정 20년의 성찰과 대안
    박명림 교수(연세대 국제대학원)

    1987년 이후 오늘날까지 한국의 민주주의는 빠른 탈권위주의화와 공고화의 길을 걸어왔다.

    민주주의 자체는 위협받지 않고 20년 동안 동일 헌법에 의한 민주정부 수립이 반복됐다(탈군사화-문민화). 87년 이후 시민적 참여의 기본적 제약은 사라지고 정치적 경쟁과 선거는 민주적이고 공정했다. ‘민주적 게임의 룰’이 확립된 것은 한국 민주화의 가장 큰 성과이다(참여의 확대).

    개인 자유와 시민권은 중대한 제약 없이 신장되고 확대됐다(시민권의 원칙). 권력분립의 진전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제도와 관행으로서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종식됐다(권력분립).

    한국의 민주화는 다음의 세 수준에서 몇 가지 주요 현상과 중첩돼왔다.

    국제수준에서 민주화는 빠른 탈냉전,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화와 중첩됐다. 탈냉전과 세계화와의 일치는 한국 민주화의 방향을 좌우한 결정적인 요인이다.

    한반도/남북관계 수준에서 민주화는 남북관계 개선, 접근 및 북핵 위기의 반복이라는 2중성과 병행해서 진행됐다. 과거 일관되게 권위주의에 유리하던 북한요인의 영향은 탈냉전 이후에 긍정과 부정의 이중적 요인으로 바뀌었다. 2002년 대선에서 보수·안정·친미 후보 대신 민주·평화·개혁 후보가 당선된 것은 민주주의의 내부 요인이 북한요인과 미국요인을 극복하기 시작한 사례였다.

    국내수준에서 한국의 민주화는 시장화, 지역화, 양극화, 탈정당화와 중첩돼 진행됐다. 권력이 급속히 시장으로 이동했고, 지역 균열은 한국정치와 선거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기능했다. 최근 들어 지역주의는 일정하게 동요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해체의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

    양극화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이념적 양극화의 두 수준에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인 중산층 및 건강한 시민계층의 붕괴와 민주주의로부터의 이반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의 주체가 과거 정당 중심에서 민주화 이후에는 정당을 포함한 시민단체, 법원, 언론으로 4원화됐다. 시민단체, 법원, 언론의 영향력 확대가 정당정치를 크게 위축시켰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영역은 넓어진 동시에 좁아졌다는 독특한 특성을 보여왔다.

    이제 한국민주주의는 헌법과 제도가 매우 중요한 단계에 돌입했다. 헌법이 말하고 제도가 중요해졌다(constitution speaks 또는 institution matters).

    정치의 사법화, 법률가의 지배 불러

    87년 이전에 헌법과 제도는 정치·인치의 장식물에 불과했지만 민주화와 함께 사법부의 역할증대 및 정치사회적 이슈의 사법적 처리 비중의 급증이 동시에 진행됐다.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 대통령 탄행, 신행정수도, 호주제, 이라크파병, 새만금-천성산 등 환경문제, 직업선택의 자유(안마사 사례), 성별 선택(성전환 인정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일상의 많은 핵심 사안들이 정치적 토론, 정책결정, 심의 타협방식이 아닌 사법기구, 법률, 법원, 소송에 의해 최종 향방이 좌우되면서 고전적 의미의 정치와 민주주의 영역이 크게 축소·위축되고 있다. 사법사회, 소송사회가 되면서 법의 지배를 넘어 법률가의 지배가 되려하고 있다.

    87년 민주화 이후 한 번도 정상적으로 대통령 배출 정당과 의회 다수당이 일치하는 단정정부를 가져본 적이 없다. 이는 행정부·대통령과 의회, 지배당과 반대당의 관계를 항상 불안정하거나 또는 자주 교착상태나 마비상태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헌법이 민주주의를 제약

    87년 이후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민주정부들은 중간평가 공약, 3당 합당, 내각제 개헌 합의, 내각제 개헌 약속(DJP), 재신임 추진, 개헌 공약(노무현), 탄핵파동 간튼 ‘헌법적’ 사태에 예외 없이 직면했다. 인위적 재편이나 헌법적 약속(권력구조 변경 등), 탄핵파동 없이 여소야대-분할정부를 정상적으로 극복한 정부는 없었다. 이는 제도가 정치를, 헌법이 민주주의를 제약하는 문제점을 분명히 드러내 준다.

    또한 한국의 민주화는 △정당체제의 불안정성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긴장과 충돌과 긴장 △정당의 정책·역할·능력을 평가하는 정당선거·정책선거의 실종 △노동의 배제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적 대안가치는 ‘시장국가를 넘는 사회국가’와 ‘헌정민주주의를 넘는 민주헌정주의=민주적 법치주의’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첫째, 사회화와 인간화를 위한 사회국가의 지향이 절실하다.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양극화의 극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데, 이는 시장국가를 넘어 사회국가 지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4년 중임제 변경, 임기중 ‘중간평가’로 비례대표 선거 실시

    둘째, 헌법과 제도의 변개를 통해 ‘헌정민주주의’를 넘어 ‘민주헌정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현재의 헌정제도로는 능력 있고 안정적인 민주정부를 안출하기 어렵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대안은 민주화와 헌법화의 괴리가 아니라 민주화의 헌법화에의 침투와 반영이다. 그리하여 헌법과 법치가 민주주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민주주의가 헌법과 법치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임기의 4년 중임제로의 변경하고, 대통령선거와 지역대표 국회의원선거의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의원을 지역대표의 1/2수준으로 대폭 증가시켜 ‘중간평가’로서 이들 비례대표선거를 정당명부제를 통해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하는 방안 등은 주권 충돌과 책임성의 문제를 극복하고 민주성, 안정성, 효율성을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는 대안의 하나이다.

    셋째, 정당 역할의 복원과 확장이 필요하다. 정당(체제)의 이념 및 대표 스펙트럼의 확대, 시민사회와의 괴리 극복, 능력과 책임성의 제고를 위한 정치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넷째,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평화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냉전과 남북적대로부터 오랫동안 규정을 받아왔는데,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이 문제는 한국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남북관계의 평화화를 통해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와 부(負)의 관계가 아니라 정(正)의 관계에 놓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민주화가 남북관계 개선의 요인의 하나였다면 이제는 남북의 평화구축이 민주주의 발전의 요소로 기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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