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군 대장급 인사의 의미
    [기고] ‘안정’ 그릇과 ‘파격’의 내용
        2019년 04월 10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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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단행된 문재인 정부의 육군참모총장 등 대장급 인사는 예상을 뒤엎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사발표 직전까지 대다수 언론은 육군은 ‘안정’을, 비육군은 ‘변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정부의 인사기조는 예측과 달리 육군은 ‘변화’에, 비육군은 ‘안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육사 출신 참모총장의 재등장에만 치우쳐 금번 대장 인사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하나 세부내용을 검토해보면 대통령의 군 개혁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며 문재인 정부의 군부 장악력은 더욱더 견고해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금번 대장급 장성 인사에서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군내 기반이 확고해졌다는 점이다. 신임 서욱 육군참모총장과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그리고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정경두 장관이 합참의장 재직시 휘하 참모로써 호흡을 맞춘 인물들이다. 작년에 임명된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자유한국당’과 ‘대수장(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의 주요 공격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정 장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확고하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전임 송영무 장관이 임기 내내 군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정경두 장관은 앞으로 보다 좋은 여건 아래에서 업무 추진에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의 당면 중점과제인 ‘전작권 전환’, ‘국방개혁’, 그리고 ‘9.19남북군사합의’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육군참모총장의 소위 ‘기수 파괴’가 또다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48대 육군참모총장이 된 서욱 중장은 전전임 장준규 예비역 대장의 5년 후임이다. 이와 같은 군 고위급 인사는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먼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을 들 수 있다. 사건 공개 후 보여진 육군의 민낯에서 개혁의 지속을 통해 군통수권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인사적체의 해소이다. ‘기수 파괴’를 단행하면 고위장성급의 보직공석이 다수 발생해 대규모 인사수요가 발생한다. 이를 통해 국방개혁에 의한 대규모 장성 감축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4월 3일 발생한 ‘육사 출신 소령의 청와대 차량 돌진과 검거 후 재탈주 사건’도 쇄신에 무게감을 더해주었을 것이다.

    왼쪽부터 육군참모총장 46대 장준규(육사36). 47대 김용우(육사39). 48대 서욱(육사41)

    세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지상작전사령관에 비육사인 남영신 중장이 임명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지상작전사령부의 모체인 3야전군사령부 사령관을 육사 출신이 100% 독점해왔다는 점에서 대단한 충격일 뿐만 아니라 대장인사의 ‘신의 한 수’이기도 하다.

    정부는 육사 출신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함으로써 육사 출신들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대신 지상작전사령관에 비육사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육사는 군정권(인사)를 맡고 비육사는 군령권(지휘)를 책임지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육군의 권력분점 구도를 새로이 만들어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기무사 계엄령문건 사건’과 같은 특정군맥에 의한 군장악 기도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병력동원의 지휘책임을 가진 합참의장과 지상작전사령관이 모두 국방부 차관의 군후배임을 감안할 때 문재인정부의 군통수권은 더 강해졌다고 봐야한다.

    왼쪽부터 국방부 차관 서주석(학군19 단기). 합참의장 박한기(학군21). 지상작전사령관 남영신(학군23)

    네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의 발탁이다. 공군참모총장은 대체로 육군참모총장이나 해군참모총장에 비해 임관후임이 임명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예상하는 관측이 많았으나, 원인철 중장이 임명됨으로써 공군참모총장은 각 군 참모총장 중 임관기준으로 최선임이 되었다. 이번 인사는 합동군 내에서의 ‘기수 파괴’가 이루어진 것으로써 공군의 위상이 강화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차기 합참의장 구도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공군참모총장 원인철(공사32)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최병혁(육사41) 해병대사령관 이승도(해사40)

    청와대는 지난 2월 28일 국가안보실 1차장에 예비역 중장 출신을 앉힘으로써 국가안보실의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직전인 4월 8일에 군사령관급 장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더욱더 확고하게 군을 장악하였고 비육사 출신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였다. 대장급 인사의 혁신으로 인해 중장급 장성의 대대적인 후속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의 변화와 쇄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비육사 출신 중장의 과감한 발탁이 절실하다. 정부는 작년과 같은 육사 일변도의 중장 진급은 군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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