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LA 교사 파업과 승리
    [번역] 우리는 어떻게 이길 수 있나
        2019년 04월 08일 03: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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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노동사회교육원이 회원 등에게 보내는 메일 내용을 교육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미국의 노동운동 활동가 네트워크인 Labor Notes에 실린 미국 LA 교사노조의 파업에 대한 글을 번역한 것이다. 글 원문의 링크 주소는 아래 각주에 첨부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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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교사파업-1: 교사들이 큰 승리를 거두고 공교육 사유화를 막아내다

    바바라 마델로니(1)

    비에 흠뻑 젖은 흥겨운 파업 끝에 LA의 3만 4천 교사들은 어떤 노조도 이루지 못했던 승리를 쟁취했다. 전직 투자은행가인 교육감 보이트너(Austin Beutner)를 압박하여 그가 거부해온, 교섭조차 거부했던 쟁점들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LA는 학급 규모를 제한하고 2022년까지 대부분의 학급에서 학생 수를 4명 줄여야 한다. 학교 이사진들의 다수가 민간위탁 학교를 선호하고 있으나, 전국 2위 규모의 교육구에서 주 전역에 걸쳐 민간위탁 학교(2)를 동결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양호교사와 사서, 상담교사도 더 늘릴 것이다. 성적 비교 평가를 위한 일제고사를 줄이고 학생들에 대한 무작위 경찰 조사도 축소한다. 이민자 보호기금을 설립하고, 30개 학교의 예산 통제권을 지역사회로 넘기게 될 것이다. 교육감 보이트너가 원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그림이다.

    일간지 《LA 타임즈》와 온라인 신문 《캐피탈&타임》은 작년 11월 그의 계획을 폭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그는 LA 교육구를 몇 개의 학군으로 나누어 서로 경쟁시키려 했다. 성과가 낮은 학교는 저가 주식을 팔아 치우듯 팔아버릴(민간위탁) 생각이었다. 올해 1월 22일, <연합교사노조> LA지부의 사무국장 겸 교섭책임자 아이노우에(Arlene Inouye)가 잠정합의안의 핵심 사항들을 검토하는 동안, 교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시청사 밖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LA 교사들이 쟁취한 것들

    (1) 학급 규모 축소. 교육구청이 학급 규모를 제한하는 합의를 무시할 수 있게 한 고약한 1-5조항이 폐지되었다. 학급 규모 제한이 가능해졌고, 규모를 초과하면 학급을 더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4학년에서 12학년까지는 향후 3년에 거쳐 학급당 인원을 4명씩 줄여가야 한다.

    (2) 모든 학교에 정규직 간호사를 둔다. 2년에 걸쳐 300명의 간호교사가 더 채용될 것이다.

    (3)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모두 정규직 사서를 고용해야 한다. LA 교육구는 82명의 사서를 추가 채용할 것이다.

    (3) 민간위탁 문제. 교육이사회는 주(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민간위탁 학교를 동결하는 안을 지지할 것이다. LA에서 바로 동결한다는 내용은 아니지만, 커다란 정치적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노조는 민간위탁 학교와 공립학교가 병존하는 지역에서 더 큰 주목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4) 2017~2018년도 소급 인상 3%, 올해 3%, 합계 6%의 임금인상도 확보했다. 앞으로 임금인상 교섭이 다시 재개될 것이다.

    (5) 시험 축소. 교육구청과 노조가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표준화된 일제고사를 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6) 상담교사 증원. LA 교육구는 17명의 상담교사를 더 충원하여 중고등학교 학생 500명당 1인의 상담교사를 배치할 것이다.

    (7) 무작위 학생 조사 축소. 이 제도를 폐지하는 학교가 14개에서 28개로 늘어난다.

    (8) 녹색 공간 확대. 학교마다 녹색 공간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 팀을 구성한다.

    (9) 이민자 보호기금. 이민자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용 전화와 법률가들을 확보한다.

    (10) 지역사회 학교. 30개의 학교를 지역사회 학교로 지정하여 예산을 늘려 지원한다. 지역 주민들이 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역 코디네이터(노조가 맡는다)와 함께 예산을 집행한다.

    교사노조는 기업의 공세 앞에서 물러서거나 걱정만 하지 않고 공세적으로 나와, 공립학교에 대한 재정 확충을 요구하며 파업 투쟁을 전개했다. (1/24/2019 사진=Labor Notes)

    노동조합과 교육구청, 시장이 함께 시와 주의 더 많은 교육 예산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가세티(Eric Garcetti) 시장은 2020년 선거에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먼저다!> 운동과 함께 하기로 동의했다. 성공하면 캘리포니아에서 재산세의 구멍을 막고 110억 달러를 학교와 다른 공공서비스 지원에 다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LA교사연합(UTLA)> 위원장 알렉스(Alex Caputo-Pearl)는 청중들에게 이 파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있었던 가장 중요한 시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어떤 한 지도자의 힘으로 승리한 게 아니다. 몇몇 지도자들 때문도 아니다. 우리의 승리는 시 전역에 걸친 900개의 학교에서 학부모들, 학생들, 지역사회 조직들과 함께 행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오후에 각자 학교로 돌아가 잠정합의안의 내용을 검토, 동료들과 함께 토론하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일부 교사들은 너무 서두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지만, 합의안은 81%의 찬성으로 가결되고 교사들은 1월 23일 일터로 돌아갔다.

    노조의 요구에 대해 교육구청은 적자 상태라고 엄살을 떨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매년 적립금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적립금을 LA 학생들을 위한 학교 예산으로 돌리라고 교육구청을 압박했다.

    그들은 어떻게 승리했나?

    파업 첫날부터 매일 아침 엄청난 숫자의 교사들이 학교마다 모여 피켓 시위대에 합류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함께였다. 이어 파업 조합원들과 지지자들은 시내 집회장으로 향했는데, 참가자는 첫날 5만을 기록한 후 계속 늘었다.

    거리는 흥에 넘쳤다. 일주일 내내 노래와 춤과 연설과 합주단의 연주, 멕시코 전통음악인 마리아치스(mariachis)가 도처에서 울려 퍼졌다.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교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판쵸 우의를 걸치고 노래 가사와 피켓 구호를 휴대폰 전등으로 비추며 행진했다. 커피숍과 버스, 가게들, 공항의 렌터카 업소들 등 모든 곳에서 이 파업과 파업 요구 사항들이 화제에 올랐다.

    LA 지역 60만 학생들의 학교 수업을 계속하기 위해 교육구청은 민간 파견업체들로부터 대체 인력을 조달했는데, 파업 기간 중 정상 임금의 두 배를 주고 동원해야 했다. 하지만 LA에서는 대체교사들의 일부도 노조원들이다. 그 대부분은 대체 근무에 응하지 않았다. L.A 교사들이 어떻게 그들의 조합을 재정비하고, 모든 학교에서 이 파업을 준비해 나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공세적으로 나가라!

    LA는 선출직 학교이사회를 두고 있는 미국 최대의 교육구다. 1위의 뉴욕 교육구와 3위의 시카고 교육구는 시장이 이사진을 임명한다.

    학교이사회는 매년 선거비용 기록을 갱신해왔다. 지난 선거에서 기업 측은 교육개혁을 명분으로 1,300만 달러의 선거비용을 지출했고 그 대부분은 월마트의 소유주인 월튼 일가(一家)와 엘리 브로드(3)가 낸 돈인데, 이들은 민간위탁 학교, 교육 바우처(4), 그리고 사유화를 지원하는 미국 최대의 기부자들이다.

    이런 재정 지원으로 그들은 학교이사회의 다수를 확보했다. 그리고 전임 교육감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자 그들은 보이트너를 새 교육감으로 선임한 것이다. 그러나 돈으로 내세운 이사진들과 교육감은 강력한 전통적인 파업투쟁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이 드러났다.

    교육이나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다’는 말에 익숙해있었다. <LA 교사연합>은 이를 믿지 않고 그 뒤에 사유화의 음모가 있음을 밝혀냈다. 노조는 기업 측의 공세에 물러서거나 움츠리지 않고 공세를 취했으며, 완전한 공공재정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운동을 조직했다.

    교사들을 큰 승리를 쟁취했고,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투쟁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위원장 알렉스는 이 승리가 “파업이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구축을 위해 해야만 할 일임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 LA 교사파업-2 : 이 세상은 우리가 만드는 것

    렌터카 카운터의 사내가 내 티셔츠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요일(3/5) 아침이었고, 나는 방금 다시 LA로 다시 날아 돌아오는 길이었다. 매사추세츠에서 온 사람이 웬일로 ‘LA 교사연합’ 티셔츠를 입고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는 교사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와서 함께 했었고, 이 파업이 전국적으로도 중요한 것이어서 이제 두 번째 지원 방문을 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동료 노동자가 끼어들었다. “전국적으로 중요하다니, 왜 그런가요?”

    “민간위탁을 이용해 공립학교를 사유화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노조는 공교육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지요.”

    “정말요?” 앞의 남자가 다시 묻는다. “하지만 그들이 공교육을 무너트리면 민주주의도 따라서 무너지는 거지요.”

    동료가 말한다. “교사들이 꼭 이겨야 하겠네.”

    LA 교사들은 실제로 이겼다. 그러나 렌터카 사무실에서 보았듯이, 그들은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이겼다. <LA 교사연합>은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민간위탁 학교 문제를, 사유화를, 그리고 교사 노조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거짓을 폭로하다

    민주당과 공화당, 기업가 등 온갖 사람들이 공립학교는 실패했고 이기적인 노동조합은 무능한 교사들을 감싸고 있다고 20년 동안 말해왔다. 파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LA 교육감은 이런 상투적인 이야기들을 되풀이했다. 그는 교사들이 지나치게 봉급이 많고 학교 교육은 실패하고 있으며 공립학교와 민간위탁 학교를 경쟁시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LA 교사연합>은 그건 거짓말이며 그 배경에는 기업의 이익이 도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5) 교사들이 전직 투자은행가인 LA 교육감과 맞서 싸우는 한편에서, 노동조합은 이것이 지역사회와 탐욕스런 기업의 충돌이기도 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민간위탁 프로그램은 투기자본 경영자들과 부자 투자가들이 부추기고 있고, 그들은 LA 학생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파업까지의 수년 동안 교육 종사자들과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한데 묶어서 민간위탁 학교들이 공립학교 학생들의 학습 및 휴게 공간을 빼앗지 못하도록 맞섰다.

    그리고 교육구청이 이들의 공동 요구(민간위탁 줄일 것, 무작위 학생 조사 중단 등)를 거부하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은 이 문제에 대한 토론에 들어갔다. 학교 재정을 줄이고 있는 자가 누구이고, 학교를 뺏고자 하는 자는 누구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이길 수 있는가

    개인 회사들이 어떻게 공공 재정을 농락하는지를 밝히고, 작업장 조직화를 더 큰 정치운동으로 연결시키는 것, 사회변화를 위해서는 그런 분석이 필요하다. 많은 노조들이 정치교육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그 대부분은 선거정치를 위한 워크숍 같은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서 세 가지 나쁜 교훈을 얻었다. 첫째, 우리의 힘은 무엇보다 투표에 있다. 둘째, 투표는 특정 개인을 위한 것이다. 셋째, 우리는 기존 체제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힘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

    나아가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경제 문제나 인종차별 문제 등을 교육할 경우에도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투쟁과 연관시켜야 한다.

    나는 교사였다. 듣고 배우는 것과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는 우리 자신에 대해 깨닫게 되느냐 아니냐다. 함께 행동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 이 세상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고.

    교사들은 LA 주민들에게 학교 사유화의 이면에 기업의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려주었으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노동자들에게 이기는 방법을, 노동을 멈춤으로써 이길 수 있음을 가르쳐준 것이다. 지금 노동운동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치교육이 곧 그것 아니겠는가?

    <각주>

    1) Barbara Madeloni : <메사츄세츠 교사연합> 위원장을 지내고 2018년부터 Labor Notes 그룹의 교육담당 스탭으로 일하고 있음.

    2) 영어로는 Charter School인데, 공립학교 중에서 민간에게 위탁하여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하도록 하는 일종의 대안학교인데 한국의 대안학교와는 성격이 다르다. 공립학교의 학업 성과가 낮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민간에게 위탁, 수월성 교육을 통해 학업 성과를 높인다는 것으로, 한국의 내용적으로는 ‘자립형 사립학교’와도 유사하다. 미국 전역의 초·중등학교 약 4천 여 곳으로 확대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민간위탁’ 학교로 번역한다.

    3) Eli Broad(1933-)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신의 자선 사업가로, 억만장자이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다.

    4) 교육 쿠폰을 발급하여 학교가 아닌 개인 학원 등에 등록하여 수강할 때 비용으로 내게 하고, 이를 정규 교육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

    5) 미국 교사들의 임금을 보면 같은 학력과 자격을 갖춘 전문직 종사자와 비교해서 여성 교사의 경우 15.6%, 남성교사의 경우 26.8%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2000-2017년 사이 교사들의 평균 실질임금은 1.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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