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별노조 막아라" 경-언 합동작전
        2006년 06월 28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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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노조를 필두로 한 금속산업연맹 10만 5천명의 산업별노조 전환투표가 한참인 가운데 이를 훼방하기 위한 재벌신문과 회사의 협동작전이 일사분란하게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보다 훨씬 더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해온 문화일보는 현대자동차노조의 산별전환 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노조 産別전환, 조합원에도 득될 것 없다"는 사설을 실었다. 문화일보는 이 사설에서 "노조원 4만여명의 현대차와 조합원이 수십 명밖에 안되는 협력업체가 공동교섭을 벌이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라며 "대기업 조합원들로서는 조합비와 인력을 상부조직에 넘겨주는 대신 ‘하향 평준화’된 교섭결과를 받아든다면 만족스러울 리 없을 것"이라고 썼다.

       
     
     

    현대차노조 파업 욕하다 갑자기 조합원 걱정

    정당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현대자동차노조의 파업에 대해 24일 "이번 파업은 노조가 설립된 1987년 이래 1994년 한해를 제외하면 올해로 19년째, 1995년 이후 12년 연속 파업"이라고 비난했던 문화일보가 갑자기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이 손해보는 것을 걱정하는 사설까지 쓴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문화일보는 금속산업연맹의 산별노조 전환투표 이틀째인 27일 "산별노조 땐 ‘정치투쟁’ 편중 …경쟁력엔 부담"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문화일보는 이 기사에서 "대규모 사업장 ‘실익없다’ 기피도"라는 노골적인 중간제목을 달아 산업별노조 전환을 강력하게 끌고 가고 있는 현대와 기아자동차노조 등 대기업노조 조합원들을 자극했다. 이어 문화일보는 28일자에 "선진국은 산별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29일에는 "도요타의 길이냐 GM의 길이냐"라는 연재를 실어 현대자동차노조의 산별전환을 막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금속산별노조의 막강한 힘을 두려워하는 재벌신문

    동아일보도 28일 "産別노조, 결국 조합원 어렵게 할 惡手"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산별전환 투표를 방해했다. 경제신문들은 "산별노조, 파업과 낭비만 부추긴다"(한국경제), "산업별 노조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서울경제) 등의 사설과 칼럼을 실었다.

    조합원들이 자기 조직을 선택하는데 재벌신문사들이 허겁지겁 특집연재와 사설까지 실어가며 호들갑을 떨고 투표에 개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속산별노조가 막강한 교섭력을 갖고 정부와 사용자단체에 맞서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게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만 열면 "대기업노조의 고임금과 기득권"을 욕하다가 갑자기 "대기업노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산별노조는 안된다"는 ‘해괴망칙’한 논리를 대고 있는 것이다.

    사측, 재벌신문 사설 복사해 배포하다 사과

    사용자들은 기회가 왔다는 듯 재벌신문들의 산별노조 반대 기사를 복사해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다 사과문을 내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산별전환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는 조합원 2천명의 ㈜로템은 27일 오후 회사 관리자 2명이 2개 부서에서 한국경제신문 사설을 복사해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다 노조 간부들에게 적발됐다. 28일 오전 노조 간부들이 공장장을 찾아가 강력히 항의하자 공장장이 이에 대해 사과했다. 노조는 "사과로 끝낼 수 없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담당과장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김성일 총무부장은 "산별노조 전환이 가결되는 분위기가 되니까 방해책동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산별노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회사 관리자가 산별노조 반대 유인물 돌려

    현대자동차는 27일 오전 울산공장 도장 2부에서 회사 관리자 한 명이 한 대의원이 발표했던 산별노조 반대 유인물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하다 노조 간부들에게 적발됐다. 2공장 대의원회는 사측에 강력히 문제제기를 했다.

    노조에서 산별전환 방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천명하자 현대자동차는 내부적인 방해공작보다 외부적인 방해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노조 엄길정 선전실장은 "울산에 지방신문이 3개가 있는데 5∼6월 내내 노동조합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고, 현대자동차 전면광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즉, 지역신문에 광고를 주면서 정몽구 회장 살리기와 노조비판 기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엄길정 선전실장은 "한 대의원의 반대 유인물에는 별다른 동요가 없고, 오히려 대의원 결의사항을 대의원이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분위기가 좋아서 산별노조 전환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28일 검찰은 쌍용자동차 노조간부 비리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고, 법원은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10억의 보석금을 받고 풀어줬다. 이 두 가지 사건이 산별노조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속산업연맹 임두혁 수석부위원장은 "사용자들이 길들이기 쉬운 기업별노조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산별노조 방해공작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산별전환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쌍용자동차 비리에서 보듯이 기업별노조가 갖고 있는 노사담합구조를 뛰어넘기 위해서도 기필코 산별노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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