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인에겐 ‘조세 천국’
    퇴직금 과세 완화 특혜 줘
    종교인 퇴직소득 특혜 ‘반대’ 65.8%
        2019년 04월 03일 12: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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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가 종교인 퇴직금 과세 완화를 추진하면서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종교계에서도 ‘종교인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종교인 퇴직금을 과세대상에서 일부 제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종교인 퇴직소득세 특혜법)이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종교인 과세가 시작된 2018년 이전에 재직해 적립된 퇴직금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개정안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1일 대표발의한 후, 바로 다음 달에 기재위는 만장일치로 법안을 처리했다.

    이번 종교인 퇴직소득세 특혜법이 국회를 통과돼 실행될 경우 같은 퇴직금액이라도 종교인은 일반 노동자보다 많게는 수십배 적은 세금만 부담하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총선을 앞두고 종교인의 표를 의식해 조세형평성을 원하는 다수 여론의 요구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30년을 목사로 근무하고 2018년 말에 1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은 종교인 A씨의 퇴직소득세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총 506만원이다.

    반면 같은 액수의 퇴직금을 근로소득자가 받았다면 총 1억 4718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종교인 퇴직소득세법 통과시 종교인이 일반 국민보다 29배나 세금을 적게 되는 셈이다.

    대형교회 목사 퇴직금, 부르는 게 값…많게는 수백억도
    안기호 목사 “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는 대형교회 특혜법”

    일부 종교계도 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가 ‘대형교회 특혜법’이라는 지적한다.

    안기호 목사는 “종교인 과세 완화법은 일부 욕심 많은 대형교회 성직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특혜법”이라며 “이런 악법은 절대 통과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3일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소형교회에 소속된 대부분의 성직자들의 경우 교회가 정상적으로 적립한 퇴직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형 종교단체들의 경우는 다르다. 소위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적게는 수십억부터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이같이 말했다.

    조세형평성을 내팽개친 국회 기재위, 일부 종교계는 종교인 퇴직소득 특혜법이 ‘형평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공무원 등의 경우에도 퇴직소득 과세 시행일 이후 최초로 발생하는 소득부터 적용됐다는 점과 퇴직 시점에 따라 종교인 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예컨대 2017년 말에 퇴직한 종교인은 퇴직소득에 대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지만 2018년 12월 31일에 퇴직한 경우 30년 치에 대한 퇴직소득을 전부 내야 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간 근로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아온 종교계가 이제와 퇴직소득에 대한 형평성을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종교인의 근로소득은 여전히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일반 근로소득자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안 목사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과 똑같이 형평에 맞춰 과세하지 않고 기타소득으로 돌려서 특혜를 받는가, 왜 이 부분에 대해선 형평성 있게 하지 않는가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아전인수 격으로 주장하지 말고 공무원 선례를 따르려면 먼저 이 부분(근로소득)부터 형평성 있게 한 다음에 (퇴직소득에 대한 형평성을) 주장해야 한다”면서 “나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형평성을 주장하면 안 된다. (퇴직소득 특혜법을 옹호하는 종교인의 주장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공무원 등이 퇴직소득 과세 시행일 이후 최초로 발생하는 소득부터 적용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이전에 근로소득을 다 내왔다. 그러나 성직자들은 근로소득 자체를 아예 안 내왔던 사람들”이라며 “그런 특혜를 받아놓고 지금 와서 형평성 있게 하자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종교인 퇴직소득 특혜법, 10명 중 6명 이상이 ‘반대’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오마이뉴스> 의뢰로 2일 실시한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발생한 모든 퇴직금에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반대 응답이 65.8%로, ‘2018년 1월 이후에 발생한 퇴직금에만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찬성(20.9%)의 세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13.3%.

    국민 대다수가 종교인도 예외 없이 다른 직종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 평등주의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보수층을 포함한 모든 이념성향, 정당지지층, 지역, 연령에서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여론이 대다수이거나 우세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반대 74.1% vs 찬성 12.9%)과 정의당(70.2% vs 14.7%) 지지층, 진보층(74.7% vs 16.6%)과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경북(76.5% vs 13.9%)과 50대(71.8% vs 20.5%)에서도 반대 여론이 70% 선을 넘었다.

    바른미래당(반대 68.0% vs 찬성 29.5%)과 자유한국당(61.1% vs 25.8%) 지지층과 중도층(66.4% vs 18.1%)과 보수층(61.1% vs 29.5%)에서도 60% 이상이 종교인 퇴직소득 특혜법에 반대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6,858명에게 접촉해 최종 505명이 응답을 완료, 7.4%의 응답률을 나타냈고,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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