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산업,
포기할 수 없는 미래 산업
대우조선해양: ‘재벌경영’인가, 진정한 ‘공기업화'인가①
    2019년 04월 02일 03: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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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추진 선언으로 관련 동향과 해법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조선해양업계와 거제 및 부산경남지역 등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필자의 연재 기고 글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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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목차]

1. 들어가며
2. 포기할 수 없는 미래 산업―조선해양산업
3. 대우조선해양 부실화의 원인
4. 
재벌경영이 해답인가?
5. 
‘진정한 공기업화’ 만이 해결책이다

6. 노동자들의 대응

1. 들어가며

금년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지난 1월31일, 대우조선해양의 관리를 맡은 이동걸 산업은행 총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키로 한 MOU를 체결하였다고 전격 발표하였다. MOU는 일종의 양해 각서로서 정식 계약을 맺기 전에 우선 작성하는 문서인데, 이후 MOU 체결 12일 만에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을 인수후보자로 확정하였으며, 3월8일 정식 합병협정을 체결하는 등 양사의 합병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처음 1973년10월11일 대한조선공사가 옥포조선소 건설 공사를 시작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는데, 1994년 대우중공업에 합병되었다가 IMF 위기 때는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2001년에 조기 정상화에 성공한 후, 이듬 해 기업 이미지 제고와 해양사업 확대를 위해 명칭을 ‘대우조선해양’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 후 2005년에는 대한민국 최고기업 월드 베스트기업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1년엔 세계 최대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하역 설비인 ‘파즈플로 FPSO’를 건조하는 등 그간 한국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삼두마차의 하나로서 나름의 자기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잘 나가던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다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원래 2008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깊은 불황에 빠져들면서 한국 조선업계 전체는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 그중 대형 조선 3사는 때마침 찾아 온 고유가 덕택으로 잠시 이 불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산유국들이 심해에서의 석유채취를 활발히 전개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장비들을 제작하고 수출하는 해양플랜트 분야가 호황을 누렸던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유가가 다시 저유가로 돌아서고 산유국들의 재정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기존 발주했던 선박이나 해양 장비에 대한 주문취소나 납기연장 요청이 잇달으면서 불황이 본격화하였다. 그 후유증은 매우 커서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2016년 연달아 각각 2조2천억 원과 2조7천억 원의 막대한 당기순손실을 맛보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로 인해 다시금 자본 잠식상태에 들어갔는데, 동사의 파산을 막기 위해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2015년에 4조2천억 원, 2016년에 3조5천억 원의 두 차례 긴급 자금수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세계 조선업계는 그간의 심각한 불황을 탈출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2018년 각각 6458억 원과 3201억 원의 흑자를 내면서 이제 조금씩 회생의 서광이 비추기 시작한 터이었다.

이런 와중에서 발표된 양사의 합병 소식은 얼마간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1,2위를 다투는 두 조선소의 합병으로 조선업계에 초대형 매머드기업의 탄생이 임박하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도 대우조선해양이 거의 일방적으로 현대중공업에로 흡수되게 되었다는 ‘내용’이 한국 조선산업에 다소 관심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산업은행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55.72%의 지분은 현대중공업 보통주와 우선주와 맞바꾼 후 양사가 함께 설립하는 중간 지주회사인 ‘조선합작법인’에 현물 출자하게 된다. 그럴 경우 산은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모두 합해도 1521만7801주에 불과해 현재 정몽준 일가가 장악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에 비해 880만주 이상이 부족하게 된다. (아래 도표 참조)

출처: 현대중공업, 금융감독원 제공. <조세일보>에서 재인용

이에 따라 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권이 고스란히 정몽준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측에 넘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그간 13조 원이나 투입되었다고 전해지는 공적자금에 대해서도 산업은행 측은 지금으로서는 고작 2조 원 정도 밖에 건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것도 갖가지 옵션에 묶여 있어 즉각적인 현금회수가 불가능하며, 이후의 경영부담을 상당정도 함께 질 수밖에 없는 주식 맞교환 방식이다. 예컨대 산은은 5년 내 이 같은 주식의 1/2 이상을 매도하지 못함으로써, 현대중공업재벌이 완전히 대우조선 합병을 소화하여 경영정상화를 이룬 것이 확인될 때 까지 그 부담을 함께 지도록 되어 있다. 또한 그 이후 설령 매각하더라도 지배주주인 정몽준 일가의 경영권에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그것을 실행하도록 각종 제한 조처를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철저히 현대중공업에 봉사하는 방식의 합병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민중의 혈세를 그 만큼 투여했는데도 불구하고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이처럼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의 적은 부분밖에 건질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번 매각이 특혜매각이라고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조선 ‘빅3’ 가운데 지난 해 2018년 흑자 성적표를 받은 곳은 대우조선해양 뿐인데, 이 때문에 “조선업종 최선호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유한증권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대우조선해양이었기에 지금과 같이 서둘러서 헐값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더군다나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2년 치 일감을 일찌감치 확보해 논 상황이고, 또 그간 경영난을 초래했던 ‘소난골 드릴십’이 인도되어 조만간 1조원 이상의 현금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물론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이동걸 총재는 대우조선의 민영화가 공적자금 회수 목적만이 아니며,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와 조선산업 정상화를 위해서 이 시점에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전한다.(조세일보, 2월7일자) 아마도 그간의 한국 조선산업 불황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가 대형 3사간 과당경쟁으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어쨌거나 이를 정리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그리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주인 찾기’라는 논리도 분명 함축되어 있음직하다.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이동걸 총재는 시장논리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신봉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비록 3월8일 양사의 합병을 위한 정식계약이 체결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완전히 일단락 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독과점 위촉 여부의 심사는 제쳐두고라도, 특히 세계 조선업계의 독과점 관련 심사를 받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과 경쟁국가인 중국, 일본의 태도가 주목되며, 만약 이들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 한다면 합병은 무산될 수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거제와 경남일대의 관련한 하청부품업체와 주민들의 반발, 그리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예상되는 저항은 합병추진 주체들에게는 또 다른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합병저지를 위한 파업투쟁을 결의하였으며, 조합원들은 비교적 ‘강성’이라고 여겨지는 신상기 집행부를 지난 11월에 선출하여 앞날의 사태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도부는 얼마 전 3월초부터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의 농성과 국회 앞 집회를 벌였으며, 이후 4월부터 있을 것으로 보이는 현대중공업 측의 실사를 정문에서 저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사태의 추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욱 거세어 질 가능성이 있으며, 양사의 합병이 마무리되기까지에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소식은 우리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해볼 만한 꺼리를 제공한다. 과연 한국 조선산업의 미래는 무엇일까? 대우조선해양의 재차 부실화는 ‘공기업’의 숙명적인 운명을 보여주는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간 산업은행을 전면에 내세운 정부의 공기업 관리체계의 문제는 무엇이며, 소위 ‘주인 찾기’ 명분으로 그토록 비난받아 온 ‘재벌경영’에 다시 의지한다는 것은 과연 올바른 방향일까? 또 양사가 합병할 경우 지역경제와 한국 조선업계 전반의 생태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특히 관련 노동자들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등등, 하나하나가 모두 가볍지 만은 않다.

2. 포기할 수 없는 미래 산업―조선해양산업

우리가 대우조선해양 문제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먼저 한국 조선업계의 앞날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할 필요가 있다. 세간에는 조선산업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하는데, 예컨대 그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과잉생산에 빠진 거대한 굴뚝산업이자 낡은 사양 산업이라는 생각이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처럼 로봇이나 자동화설비에 의존할 수 없고 여전히 상당부분 직접적인 인간노동에 의존하여야만 하기에, 조선산업은 무언가 지금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시대와는 걸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또 업종 특성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 몇 차례 주도한 국가들의 ‘역사적 교체’가 보여주듯이 선진국일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중국 등 후발국가의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이제는 차츰 손을 뗄 때가 되었다는 논리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이런 상식들이 맞는 것일까? 이하에선 세계 조선시장의 추세, 그리고 지금 한국과 강력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의 관련 정책들을 보면서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로 하자.

알다시피 인간이 생활하는 육지면적은 지구 지표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모두 해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은 따라서 일찍부터 드넓은 바다와 맞서 씨름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왔다. 인류의 생산력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이 고도화할수록 대양을 넘어서는 국가 간의 교역은 빈번해졌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류의 조선기술 역시도 함께 발전하여 왔다. 특히 근세 이래 자본주의의 발전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세계시장의 성립은 국제무역과 국제교류를 전례 없이 촉진시켰으며, 조선업종도 명실상부한 독립적 산업분야를 이루면서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20세기 80년대 들어서서 전 세계는 ‘지구적 단일시장’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에 의해 주도되게 되었다. 비록 중간에 국제 경기변동에 따른 얼마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전반적 추세를 보자면 국제무역과 국제교류는 이후 유례없는 속도로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인류의 생산력발전을 위한 노력이 멈추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며, 당연히 조선업종도 그와 같은 가속적인 발전과 궤도를 같이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 대다수 국가의 원자재 및 수출입상품의 85% 이상이 선박을 통해 운송되는 관계로 인해, 각국은 국가안보차원에서도 중요한 기간산업인 조선업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세계에는 연근해 및 어업용 선박을 제외하고도 국가 간 교역에 사용되는 상선 2만 5천 척 전후의 큰 배들이 해양을 누비고 있다. 여기에다 조선산업은 전방산업인 해운업의 추세에 맞춰서 선박의 대형화, 친환경 등의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진화 중에 있다. 이처럼 상품의 국가 간 교역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조선산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의 경쟁상대인 일본과 중국의 조선산업 관련 정책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하 관련한 내용은, 박종식,2016,4, 논문 참조)

먼저 일본의 경우를 보면, 한국 조선기업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조선산업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조선산업의 쇠퇴로 인한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크다. 일본은 한때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차원의 지원을 중단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대형 도크를 폐쇄하는 것과 같은 설비 축소와 함께 조선업 숙련인력의 대량 이직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일본 조선산업의 쇠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과거 일본 조선산업의 호황을 주도했던 미쓰비시 중공업이나 가와사키 중공업은 자신의 주력을 항공우주· 발전설비· 철도 등의 업종으로 바꾸었으며, 이 때문에 이들 그룹 내에서 조선업 비중은 매출의 10% 이하로 낮아졌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일본 조선산업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었으며, 2000년대 이후 찾아 온 조선산업의 호황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한국에 뒤처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일본 정부는 일본 조선산업의 위상을 재규정하여 ‘사양산업’을 ‘필요산업’으로 바꾸게 된다. 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해양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 때문이었다. 해양을 둘러싼 국제환경은 지난 1990년대 이후 급격하게 변모하였는데, 해운 물동량의 증가, 해양산업의 범세계적 경쟁체제의 대두, 해운정보화의 도입 등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중요한 식량의 공급원 및 국가 간 교역을 가능하게 하는 물자의 수송로로서의 역할과 함께 앞으로 해양의 중요성은 정보화 시대인 오늘날에 있어서도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인류의 마지막 자원의 보고이자 아직까지 블루오션(Blue Ocean, 無경쟁시장)인 ‘해양 신성장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앞 다투어 나설 차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정부 역시도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깨달고 과거 조선산업에 대한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이 같은 해양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아래 <표1-1>에서 볼 수 있듯이,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 계획의 10대 핵심 제조업 분야에 항공우주 설비, 바이오의약 등과 함께 조선산업이 포함되어 있다.

위 박스 안의 ‘해양플랜트 및 첨단선박’ 중 조선산업 관련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사업내용들이 들어 있다.

– 심해탐사(subsea), 자원개발 이용, 해상작업 보장 장비 및 관련 시스템과 전용설비를 적극적으로 발전.
– 해저정거장, 대형 부유식 구조물의 개발 추진.
– 해양플랜트 테스트, 모니터링, 검증 능력을 형성하여 해양개발 이용수준을 제고.
– 크루즈선 설계 및 건조기술 수준 향상,
– LNG선박 등 최첨단 선박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
– 부대설비의 통합화, 지능화, 모듈화 설계 및 제조 핵심기술을 확보.

이렇듯 이웃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모두 조선산업이 미래산업으로서 갖는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그에 발맞추어 중장기적인 국가전략과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조선산업의 현황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기를 한국 조선산업은 중국에 비해 기술력은 앞서지만 인건비에서는 밀리고, 일본에 대해선 반대로 인건비에선 앞서지만 기술력에서는 비교적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설비와 인력 면에서는 현재 오히려 일본 조선산업에 앞서고 있는 상황이며, 기술력에 있어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박종식,2016년) 이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조선산업이 대형 조선업체들의 설비 축소와 함께 중형급 조선소 중심의 조선산업으로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또 중국과 비교할 때도, 설계기술, 품질관리, 노동자들의 숙련도에 있어 아직 일정한 격차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중국이 지금 많이 뒤쫓아 왔다고 알려지고는 있지만, 최근 나온 제반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아직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근본적으로 뒤바꾸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선 지난해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다시 세계 ‘수주 1위’를 되찾은 것에 대한 동아일보, 2018년9월28일자 기사 참조할 것)

한국이 지금처럼 세계 선박수주량 1위를 차지하면서 LNG, 대형컨테이너선과 같은 대형 건조선 분야를 휩쓸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직까지 저렴한 인건비가 유지되는 외에도, 2000년대 이후 독자적인 기술공법에 대한 개발과 축적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7년 삼성중공업은 초대형 선박 선체의 절반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뒤 거제조선소로 가져와 나머지 절반을 조립하는 ‘테라블록 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테라블록 공법’은 선박 절반에 해당하는 길이 150m, 무게 1만t 규모의 초대형 블록을 육상에서 만든 뒤 도크로 옮겨 블록 2개만으로 선박을 완성하는 최신공법이다. 삼성중공업은 일찍이 2001년 100여개의 블록을 10여개로 줄여 선박을 만드는 ‘메가공법’을 개발하였으며, 그것을 다시 5개로 줄이는 ‘기가공법’도 연이어 개발했다. 위의 테라블록 공법은 그 후속타인 셈인데,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신공법 도입으로 연간 초대형 선박 10여척을 추가 건조하는 효과가 발생하였다. 동시에 바지선에 블록을 실어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 자체를 해상에 띄워 예인함으로써 작업량 및 운송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세계일보, 2007.09.13)

이렇듯 현재까지 적지 않은 부문에서 세계 일류의 기술력을 갖추고 대형 건조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 너무 일찍 자진해서 조선산업을 포기하거나 스스로 그 위상을 축소시킬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 조선산업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 고려할 사항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조선산업의 전후방 효과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조선산업은 해운, 수산업, 방위산업, 기계, 철강, 전기, 전자, 화학 등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으며, 이들 분야의 생산과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를 지닌다. 아래 <표1-3>와 <표1-4>은 그 점을 잘 보여주는데, 생산유발계수에 있어서는 전기전자기기, 정밀기기, 기타수송장비 보다 높으며, 고용유발계수는 자동차나 제조업 평균을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국이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제조업 강국으로 손꼽히는 데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제반의 연관 산업이 비교적 균형을 갖추고 있으며, 소재, 부품, 완성품에 이르는 국민경제의 일괄 분업체계가 나름대로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분야 간의 긴밀한 유기적인 관계로 인해 어느 한쪽이 쇠퇴하면 다른 쪽에 필연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철강산업의 경우를 보면, 만약 자동차산업과 함께 그 큰 수요처의 하나인 조선산업이 쇠퇴하게 되면 국내 철강산업 역시도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된다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 때문에 섣불리 어느 한 산업만을 따로 떼어 고립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종합적인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조선소들이 밀집해 있는 부산, 울산 및 경남지역에는 관련 기자재 업체들이 90% 정도가 집결해 있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조선 클러스터(산업군집)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동남권의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한국의 전체 산업 경쟁력에 있어서도 강력한 기반이 되고 있다.

다만 조선산업의 향후 방향과 관련해서는 ‘고기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지향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금번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를 비롯해서 한국 조선업계 전체가 현재 부딪치고 있는 문제는 지금까지의 성장모델로는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가 더 이상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광대한 국내시장과 저임금을 기반으로 기술축적을 빠른 속도로 이루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 문제의 해결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점은 기존의 발전모델을 그대로 둔 채, 단지 양적인 생산시설과 인력조정만을 우선시하는 지금과 같은 합병방식에 반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호에서 다룬다.

[참고목록]

1.대한조선어학회,(2011), 『조선기술』, 지성사.

2.박종식,(2016,4), 「비전 없는 정부 주도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위험성: 한중일 조선산업 정책 비교」, 금속연구원 이슈페이퍼.

3.박종식,(2017,12),「2018년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큰 그림(big picture)을 그리자」, 금속연구원 이슈페이퍼.

4.전국금속노동조합,(2008),『조선산업의 글로벌화와 노동조합의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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