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납북자 문제 정면 돌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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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28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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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북자 김영남씨와 어머니 최계월씨가 오늘(28일) 금강산에서 상봉한다. 지난 6월8일 북측이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6·15 이산가족 특별상봉 때 김영남씨와 남측 어머니의 상봉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권호웅 내각참사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이종석 통일부장관 앞으로 보내 온 지 20일만의 일이다.

    이번 ‘상봉’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북측이 납북자의 공개적인 상봉을 용인한 것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과정에서 14명의 납북자 가족과 14명의 국군포로 가족, 1명의 한국전쟁 당시 납북자 가족이 만남을 가졌지만, 공개적인 상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째, 지난 2월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북한이 “이산가족문제에 전쟁시기 및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 확인 문제를 포함시켜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는 문구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이다. 지난 2월의 합의는 낮은 수준이지만 북한이 최초로 ‘납북자의 존재’를 공식 인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영남씨는 DNA감정 결과,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의 남편과 동일 인물임이 밝혀져 한일 납북문제에 있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요코다 메구미씨의 딸 혜경씨의 머리카락과 한국 납북자 가족들의 DNA샘플을 하나하나 대조해서, 요코다 메구미씨의 남편이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씨임을 밝혀낸 바 있다. 그는 지난 1977년(당시 16세) 전북 군산의 선유도에서 납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봉 장소에는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와 사이에서 태어난 딸 혜경씨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납북자 문제에 있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인물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납북자 문제에 대해 북한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는?

    북한이 김영남씨와 모친 최계월(82)씨의 상봉을 추진하는 의도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우선, 북한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산가족 상봉 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납북자 문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선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코다 메구미(북한은 일본에 사망으로 통보했다)씨 유골 감정 결과 논란에 대해 ‘모종의 발언’을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지난 5월 16일  납북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왼쪽)씨와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씨가 만나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004년 말 북한은 일본에 요코다 메구미씨의 유골을 인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DNA감정결과 ‘가짜유골’이었다는 발표를 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북한이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을 발표했고, 영국의 과학전문잡지인 <네이처>가 ‘감정결과에 오류 가능성이 있다’(온라인판 2005년 2월2일)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유골의 진위를 둘러싼 진실공방에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당시 유골을 건네 준 장본인이 김영남씨였다.

    일본 사회 내에서는 요코다 메구미씨가 생존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생사불분명자로 통보한 사람들과 사망자로 통보한 납치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이런 상황에 매듭을 짓고자 할 것이다. 올해 2월 북일 정부대화에서 북한은 일본에 요코다 메구미씨의 DNA감정결과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또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마하고, 강화되고 있는 한일간 납북자 연대의 고리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그동안의 북한의 행태를 두고 봤을 때, 이러한 우려가 100%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코다 메구미씨의 남편이 한국인 납북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을 계기로 ‘납북자’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의 연대 움직임이 일층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4월말에 요코다 메구미씨의 어머니와 한국인 납북자들이 미 의회에서 증언한 것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북한은 남북한 사이의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제한적 조치’를 통해 국제적인 포위망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 상봉’이라는 형태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납북자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북한의 정치적 의도와 계산을 들어 일본의 납치피해자 지원단체들과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김영남씨와 어머니 최계월씨의 ‘상봉’을 반대했다. 특히, 일본의 납치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북한의 정치적 계산과 전략에 이용당할 뿐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추측을 근거로 남북이 합의한 ‘인도적 조치’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인도적 조치는 인도적 조치로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인 납치문제와 한국인 납북자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던 것에 관해서는 일본납치피해자 지원단체들과 한국의 반북보수단체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의 반북보수단체들은 납북자 문제를 한국 민간정부들의 대북화해정책과 진보세력을 비판하는 정치적 재료로 이용해왔다. 심지어는 납북자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반미․친미 논란과 뒤섞어 버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행태야 말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반 해 납북자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또한,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언론을 통해 “일본 단체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김영남씨 가족의 만남을) 천륜인데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또한, 김영남씨의 가족들은 일본 언론들의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쓸려 어렵게 성사된 만남이 허사가 될 것을 우려한 안타까운 심정의 발로라고 보야 할 것이다.

    이번 김영남씨 가족의 만남이 납북자 문제 해결에 있어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인도적 조치들을 점점 더 확대해 가야 하는 더욱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기도 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성과의 크고 작음, 혹은 성과의 유무에 대한 논란보다는 ‘피해자들의 입장’에 서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납북자 문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 납북자 문제는 남북의 분단과 냉전적 대결이 낳은 불행한 역사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해명되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이라는 하나의 국가권력이 힘없는 민간인에게 가한 범죄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 과정에서의 비공개 가족재회 정도로 머물러 있는 지금의 ‘제한적 조치’ 이상의 전향적 태도가 북한에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북한이 남북 사이에 남겨진 인도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나올 때 국제적으로 취해지고 있는 대북 인권 압력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이번 김영남씨 가족의 상봉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협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납북자 문제에 대한 ‘면피용’으로 사용하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그동안 미뤄뒀던 납북자들의 실태조사와 가족 및 귀환자들에 대한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부터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북한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미뤄뒀던 것은 책임방기로 밖에 볼 수 없다.

    납북자 문제의 합리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남측의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아갈 필요가 있다. 납북자 가족들은 생사확인과 재회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송환도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북한이라는 상대가 대하기 까다롭다는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다양한 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와 남북관계,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등 다양한 정치적 변수들에 의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였던 ‘납치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꼬이기만 하고 있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납북자 문제는 철저히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 말을 바꾸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조속한 시일 내에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끝내고, 아픔을 위무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납북자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의 납북자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원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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