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위성 실험, 한 번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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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27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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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받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정치’

    북한의 인공위성(혹은 미사일, 이하 ‘인공위성’으로 통일) 발사 실험 준비를 둘러싸고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준비 상황이 어떠한지, 연료주입을 완료했는지, 나아가 발사하고자 하는 인공위성의 제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만 분분할 뿐 확인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워너(공화당)는 6월 25일 “백악관과 접촉을 하고 있지만, 북한이 미사일에 연료주입을 끝냈는지, 북한의 의도가 뭔지 정확한 상황을 모른다”고 말하였다. 백악관 역시 정확한 사태 파악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정부의 북한 인공위성 발사 문제에 대한 언급은 대부분이 ‘만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하는 가정형이 대부분이다. 부시 대통령 역시 6월 26일 북한에게 미사일의 의도가 무엇인지, 또 탄두에 무엇이 탑재되어 있는지 국제사회에 설명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적어도 확실한 것은 이종석 장관이 6월 23일 언급하였던 것처럼 북한이 단순히 과장과 위협 차원에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를 전제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총련계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6월 21 ‘<대포동> 소동은 미국의 자작 자연극’이라는 기사에서 북한이 준비하는 것이 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며, 미국의 탄도미사일 주장은 허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공위성이냐, 탄도미사일이냐 하는 것은 논쟁의 핵심이 되지 못한다. 인공위성과 탄도미사일의 차이는 매우 작기 때문에, 인공위성을 탄도미사일로 변환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다. 문제의 본질은 조선신보의 언급처럼 인공위성 발사가 “유관국들 사이에 ‘안보상의 문제’로 되는가 어떤가에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발사하고자 하는 것이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결국은 ‘미사일 정치’인 것이다. 북한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미사일 정치’가 성공할 것인지는 섣불리 결론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미국의 새로운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북미 직접대화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만약 북미 직접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면, 평양의 지도부는 그에 대비한 퇴로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긴장 조성을 통한 협상의 전략

    이종석 장관은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발사를 염두에 둔 준비와 발사는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 평양의 지도부가 발사를 실제로 원하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사일 발사를 북한의 ‘협박’ 전략으로 이해하는 편이 현실적인 것 같다.

       
    ▲ 98년8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1호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북한은 2002년 핵 문제가 불거진 이래 북한은 미국과의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많은 말과 행동들을 만들어냈다.

    아직까지 뇌리에 생생한 ‘서울 불바다’ 발언 역시 북한의 의도적 전략의 산물이었다. 북한은 2003년 4월 북․중·미 3자 회담 직전에 “8천여 대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 논란에 휩싸인 성명을 발표한 바 있었고, 3자 회담장의 복도에선 켈리 국무부 차관보에게 “우리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그 직후 공식석상에서는 부인하였다).

    북한은 지금도 여전히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 전쟁에는 전면 전쟁으로”, “천백배의 보복”, “행성에서 전쟁의 근원을 송두리째 소멸해버릴 강력한 자위적 조치”를 강조하며 극단적인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의 인공위성 발사 문제 역시 북한은 관심권에서 멀어진 미국을 다시금 핵 문제 협상의 장으로 이끌고, 북미 직접대화를 하기 위한 ‘협박’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북한은 극단적인 표현과 행동을 매우 효과적이고 능동적으로 구사하고 있으며, 핵 문제 등에서 결코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 김정일 위원장은 “군사에서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고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하여 적을 기만하여야 합니다. 적을 기만하는 것은 여러 가지 꾀를 써서 적들로 하여금 아군의 기도를 알 수 없게 하고 적을 속여 넘긴다는 것을 말합니다. 머리를 써서 적을 감쪽같이 속여 넘겨야 적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불의에 타격을 안길 수 있는 유리한 기회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현재 북한이 추진하는 전략 역시 긴장 조성을 통한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미사일 위협과 대미 협상

    약소국인 북한의 입장에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은 몇 가지 없다. 미국이 요구하는 개혁·개방(그것은 체제의 변환regime change을 의미한다)을 받아들이거나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 이 2가지라 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미국에 도전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작은 나라인 이북’이 유일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도전을 하기 위해 취한 전략이 비대칭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북한으로선 상당한 군사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도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 달리 표현하자면 미국이 북한을 상당한 골칫거리로 생각하도록 하되, 미국을 분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상당한 군사적 능력이 없으면 북한은 관심거리가 되지 않으며, 도를 넘어서면 미국은 실제로 북한을 타격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고 좁은 영역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움직여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남한과 일본을 인질로 삼아 미국의 대북 공격의 비용cost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은 “분렬되고 작은 나라인 이북이 미국과 군비경쟁을 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 이북은 미국이 엄청나게 값비싼 항공모함이나 이지스함을 만들 때, 단 한방에 그것들을 수장해 버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값 싼 미싸일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북한은 실제로 미사일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음을 이미 지난 98년에 보여주었다. 98년 8월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서 3단계 추진로켓과 인공위성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난 7년간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사일 기술을 진보시켜왔을 것이다.

    북한은 아마도 한국과 일본 전역, 그리고 태평양 상의 주요한 미군 기지를 사거리 범위 안에 두는 미사일 전력을 구축하고 있을 것이다.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느냐는 논쟁거리이긴 하지만 북한은 적어도 초보적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느냐 역시 논쟁거리이지만, 그러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자체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핵무기 위협은 미국과 그 동맹국인 일본 등에게는 실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군사적 능력은 미국의 대북 타격을 억지하는 수단이자 협상을 강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미사일 발사, ‘절망감의 표현’인가

    그러므로 북한이 지금 미사일 능력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것은 종래의 전략에서 이탈하는 것이라 하겠다.

    미사일 발사는 ‘절망감의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듯이, 현재의 북미, 남북관계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실제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대북 정책을 새롭게 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실제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정도로 발전하거나, 핵 탑재 미사일 기술의 개량에 따른 위협 범위의 확대 등이 실제로 확인된다면 미국이 참을 수 있는 도를 넘어서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은 올해 초 발간한 4개년 국방검토QDR 2006과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의 실질적 미국 본토 공격 능력에 대하여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럴 경우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높아지며 핵·미사일의 협상 수단으로서의 성격은 사라질 것이다.

    윌리엄 페리 전국방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체니 부통령이 선제타격에 반대한 논거는 그것이 효과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북한의 기술 수준이 초보적이었기 때문이다.

    맨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미국은 아직까지 북한의 미사일 능력 자체에 대한 신뢰할만한 근거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그것을 보인다면 전혀 다를 것이다. 역으로 북한의 공개된 미사일 능력이 별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미국은 관심조차 두지 않고 대북 압박을 지속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기존 전략에 비추어본다면, 인공위성 발사 실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북한은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을 실제로 입증하기보다는 능력을 감추면서 미국과 남한, 일본에게 위협 인식을 지속적으로 유포시키려 할 것이다. 그것이 핵·미사일을 협상 수단으로 삼으면서도 미국의 대북 타격을 억지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략적 딜레마와 모순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미국과 협상하려고 한다. 북한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미국으로 하여금 첫째, 북한을 공격하는 이득보다 피해가 크다는 점, 둘째, 북한의 위협을 군사적으로 제거하는 것보다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저렴하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 2005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창건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군 간부들이 열병식을 사열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이 협상 수단으로 삼고 있는 군사적 능력은 미국의 대북 타격을 억지하는 데는 유용하겠지만, 미국을 포괄적 관계정상화로 이끄는 데는 취약하다. 군사적 수단이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북한이 핵 문제가 해결되는 그 시점까지 지금과 같은 비대칭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선 경제적인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자립으로 경제를 재건하기가 곤란해진 현재 상황에서 대미 압박 전략과 경제재건 전략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선 ‘단기간’ 해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대미 전략과 경제재건 전략은 상충 관계를 피하기가 어렵다.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 경제의 재건을 논의할 수 있겠지만, 부분적인 남북 경협 역시 북한의 비대칭 전략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북한이 이러한 정책적 딜레마를 어떻게 관리·통제하느냐에 따라서 북한의 대미 전략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북한의 성공 혹은 실패는 남한과 한반도 내에 살고 있는 인민 전체에게 심대한 고통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갈수록 대북 관계를 관리·통제하려는 미국에 맞서 북한 역시 임계점에 가까운 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미국의 대북 타격과 같은 군사적 선택의 가능성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좀 더 여유롭게 사태를 관측하고 있지만, 북한의 극단적 조치가 지속될수록 국내 여론의 향배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 전체에 미칠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다. “우리 민족끼리 평화와 통일을 위해 힘을 합쳐나가야” 할 “민족공조”가 내부로부터 와해될 것이며, 통일의 길 역시 저만치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북협력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향하여

    평양 지도부는 여전히 남한을 ‘동반자’로 인식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연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대남관계를 단순히 관리 차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한을 동반자이자 전략적 협력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정권 교체와 그에 따른 정책 및 기조의 혼선은 불가피하지만 6·15 공동선언이 조성한 남북협력의 흐름은 남한의 어떠한 정치세력이 집권한다 한들 되돌리기 어렵다. 평양의 지도부가 남한의 특정 세력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불편한 심기는 남한 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고려한다면 지나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평양이 남한의 특정 세력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수단적 인식 역시 남한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평양의 지도부는 남한 사회의 역동적 변화와 잠재력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남북협력을 전면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남북협력의 질적 발전은 북한의 군사적 수단이 채우지 못하는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지름길이 된다.

    군사적 수단을 통한 대미 억지력의 확보가 미국으로부터 관계 정상화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다. 군사적 수단은 가파른 긴장의 비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군사적 수단을 설혹 사용한다 하더라도, 북한 지도부는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남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

    비대칭 억지 전략과 평화협력 전략의 다소간 어려운 조합은 바로 한반도 문제가 안고 있는 복잡성과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것을 푸는 데에 남북한 지도자들의 공동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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