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은행 헐값매각 커넥션 있다"
        2006년 06월 27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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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의 은행지분을 헐값에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거대한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국계 펀드-외국계 펀드에 근무하는 한인 2세-국내 모피아-국내 법무법인/회계법인>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이 커넥션이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의 헐값 매각을 주도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한국의 은행지분을 헐값에 사서 비싸게 되파는 커넥션 있다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론스타의 불법 매각 건에 대해 질의하던 중 "론스타 뿐만 아니라 김병주씨의 칼라일 펀드가 한미은행의 지분을 승인받는 과정에도 불법이 있었다. 칼라일의 제이슨 리와 론스타의 스티븐 리가 친형제이고, 한국과 미국내 자문사들이 같다"며 "한국의 은행지분을 헐값에 사서 비싸게 되파는 커넥션이 있지 않냐는 의혹도 가지게 된다"고 제기했다.

       
    ▲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사진=이상경 의원 홈페이지)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서 "칼라일의 한미은행 매입으로 알려졌던 동 매각건은 박태준 전 총리의 사위인 칼라일 아시아 김병주 회장이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수장과 박태준 전 총리의 비호하에 불법으로 진행한 ‘성공’으로서 이를 스스로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었다.

    당시 이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2001년 영자 경제전문지 ‘파이낸스 아시아’와 인터뷰를 했고 그 내용이 ‘한미은행 인수 과정’을 다룬 커버스토리로 기사화된 적이 있는데, "그 인터뷰에서 김병주 회장은 자격이 되지 않는 칼라일이 한미은행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서 어떻게 박태준 전 총리를 등에 업고서 ‘이헌재 장관 등’ 재경부와 금감위 수장에 로비를 하면서 금감위와의 끈질긴 승부를 벌이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은행매각을 주도했던 세력은 동일하다

    이 의원은 지난해 또 다른 자료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과 2000년에 있었던, 뉴브리지캐피탈의 제일은행 인수와 칼라일의 한미은행 주식 인수는 모두 케이만 군도를 통해서 사모펀드가 인수를 신청했던 건으로, 두 가지 모두 동일한 미국계 법무법인의 법률자문과 대리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과 2004년에 있었던, 론스타와 씨티은행의 외환은행과 한미은행 인수에는 또 다른 미국계 M&A 전문 법무법인이 법률자문과 대리를 맡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어 "론스타코리아의 대표를 지냈던 스티븐 리 전 한국대표는 칼라일 펀드 이사이자 아시아부동산펀드 대표인 제이슨 리의 친형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머니투데이 2005년 10월 6일자 기사를 인용하며, "결국 김대중 정부에서 은행매각을 주도했던 세력과 참여정부에서 은행매각을 주도했던 세력은 각각 동일한 세력일 뿐만 아니라, 이들끼리도 아주 가까운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당시 이 의원에 따르면, 뉴브리지의 제일은행 인수와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 등 "이 모든 거래에는 금융기관을 전문으로 담당하고 있는 정계성 변호사가 이끄는 ‘김&장 법률사무소’가 국내의 법률대리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2003년과 2004년의 매각 건에는 삼정회계법인(KPMG)이 재무분야를 조력하고 있었다."

    론스타는 외국계 자본의 연합군, 외환은행 인수는 외국계 펀드간의 담합의 산물

    이 의원은 이 같은 수직적 커넥션 이외에 외국계 펀드 상호간의 수평적 커넥션도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징후가 포착됐다고 한다.

    이 의원이 26일 밝힌 바에 따르면, 외환은행 불법 매각 건에 대한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바, (외환은행이나 금융당국이) 론스타 이외의 어떤 곳에도 매각 타진을 하지 않은 것, 다시 말해 론스타 이외에는 외환은행에 투자를 희망하는 곳이 한 곳도 나서지 않은 것도, "외국계 펀드나 금융기관들이 일종의 ‘담합’의 형태로 매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이 의원은 지난 2003년 11월-12월경 나온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를 들었다. 이 의원은"당시 블룸버그 통신은 ABN암로와 도이치방크가 론스타 펀드를 통해서 외환은행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매각해서 동경에 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공시내용을 보도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서 "론스타의 경우 금감원에 제출한 100% 론스타 지분의 복잡한 지분구조와는 전혀 다른 지분구조를 가진 외국계 자본의 연합군이라고 봐야 한다"며 "론스타의 입찰 경쟁상대로 알려진 도이치방크나 ABN암로 등이 론스타Ⅳ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외환은행 매각대금의 입금 경로도 ‘연합군설’을 뒷받침한다. 이 의원실에서 금감위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약 1조원에 이르는 외환은행 매입 대금은 4개의 외국계 은행의 서울지점을 통해 외화로 들어온 뒤 한화로 환전됐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입금 경로가 여러가지라는 얘기는 전주들이 여러 사람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론스타의 경쟁상대라던 씨티뱅크가 외환은행 매각의 자문사로 밝혀진 것도 이들간에 ‘담합’이 있었을 개연성을 시사한다.

    외국계 펀드의 담합과 로비, 정부와 금융당국의 협조가 국부유출의 주범

    결국 "우리나라 시중은행이라는 훌륭한 매물을 놓고서, 외국자본은 한국계 전문가들의 친절한 계획과 로비, 자본 서로간의 협력, 한국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의 협조 속에서 한국국민이 부담하는 공적자금으로 은행의 부실을 털어낸 뒤 단기매매차익을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라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론스타 건에 대한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론스타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론스타를 직접 조사해서 로비 의혹을 밝히고 광범위한 먹이사슬의 구조를 파헤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투기자본-고위관료-법률자문사의 3각동맹이 은행 헐값 매각의 몸통"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검찰 조사와 국정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의원의 "(커넥션에 대한) 인지.조사 혹은 조사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윤철 감사원장은 "금시초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면 (직권조사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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