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좌우파 "블레어 선생님 도와주세요"
        2006년 06월 26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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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파 진영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선거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두 차례 만났다고 영국의 시사 주간지 <옵저버> 최신호가 보도했다.

    프랑스에서 시장주의자로 알려진 블레어 총리에 대해 우파 사르코지뿐 아니라 좌파 진영의 선두주자인 세골렌 르와얄까지도 호의적이어서 좌우파 유력후보들이 모두 블레어 총리를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옵저버>는 자크 시락 프랑스 대통령이 만나지 말 것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블레어 총리와 두 차례 비공식 만남을 갖고 정책과 선거운동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시락 대통령은 사르코지의 대선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6월 중순 부인과 함께 개인적으로 런던을 방문했다. 그는 코번트 가든을 방문해 샤를 드골 상에 헌화하고 존 리드 내무장관과 만난 것으로만 알려졌으나 사르코지의 측근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도 만났다고 <옵저버>는 보도했다. 이날 블레어 총리와의 만남에서 나눈 얘기들은 사르코지 장관이 돌아와 대중운동연합(UMP)에서 한 기조연설에 영감을 줬다고 이 측근은 말했다.

    그동안 ‘법질서’를 강조해 프랑스인들의 지지를 받았던 사르코지 장관은 경제정책이나 최근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공공부문 노조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사르코지 장관은 블레어 총리와 만남을 가진 이후 아쟁에서 열린 당 집회에서 유럽중앙은행을 강하게 비판하고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면세를 주장했다. 이는 장시간 노동을 장려해 35시간 노동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노조가 강력히 반대하는 정책이다.

    사르코지는 지난 2004년 봄 피터 만델슨 노동당 의원(현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의 주선으로 블레어 총리와 만났고 지난해 10월에도 런던의 한 호텔에서 사적인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를 후임자로 밀고 있는 시락 대통령은 사르코지 장관에게 블레어 총리와 사적인 만남을 갖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옵저버>는 보도했다.

    한편 사회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르와얄도 이미 “영국의 토니 블레어식 접근법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블레어주의에 대해 동감을 표시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또한 르와얄은 사회당의 핵심적인 정책으로 2001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주35시간 노동제에 대해서도 “미숙련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2007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사회당이 최근 발표한 정강정책 초안에는 “사회주의자로서 법과 질서는 가장 중요한 최우선 과제”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 아이디어를 제출한 사람이 다름 아닌 르와얄이었다. 르와얄은 심지어 청소년 범죄를 강력히 단속하고 비행 청소년은 신병훈련소에 보내야 한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과거 노동당이 “범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범죄와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강조했던 영국 블레어 총리의 ‘제3의 길’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프랑스의 좌파 일간 <리베라시옹>은 26일자에서 “계급투쟁과 프롤레타리아와 함께 사라진 것으로 생각됐던 ‘대중계급’이 돌아왔다”며 ‘법질서’에 대한 르와얄과 사르코지의 인기영합적인 발언은 좌우에 속하지 않은 유권자들에 대한 호소라고 분석하고 ‘대중계급’이 이들 정치인과 화해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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