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중독보다 잠복된 비만-발암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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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26일 05: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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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내 식품산업은 대상과 CJ 그리고 청정원이 3강을 형성하고, 케이터링(단체 급식, 출장 요리, 출장 연회 산업)에는 에버랜드와 LG 그리고 CJ가 3강을 형성한다. 그리고 후속 업체들이 호시탐탐 정상을 노리는 구도이다. 시장의 특징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어서 공동대응도 잘 안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서로 공격하지도 않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발암물질 아질산나트륨 막 써

    누가 뭘 잘 못했다고 하면 보통은 “쟤도 그래요”라는 전법을 사용하고, 특정 물질이나 관리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 즉각 소송관계로 돌입하는 것을 불사하는, 그래서 괜히 건드리기에는 피곤한 넘들이다.

    누가 더 치사하냐라고 물으면 답하기가 참 어려운데, 나는 대상을 꼽겠다. ‘미원’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면 대개 1주일 이내에 대상에서 소송절차를 준비하겠다는 팩스가 날라든다.

    2.
    CJ가 식품산업에서 일으켰던 최고의 사건은 육류가공품에 발색제로 표시되어 있지만 사실은 표백보다는 방부제 효과 때문에 사용하는 아질산나트륨 때의 일이다. 국내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햄 등 육류가공품은 거의 없는데, 이걸 빼면 금방 상하기 때문에 억지로 쓴다고 하면서 안 쓰는 제품은 사실상 없다.

    과다 복용하면 발암물질이 체내에서 생성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히 어린이들이 먹는 제품에는 조심을 해야 하는데, 발색제라고 하면서 그냥 막 쓰고, 체중에 대한 권고기준 없이 그냥 막 사용하는 분위기이다.

       
    ▲ 식중독 사건으로 급식사업에서 전면 철수할 것으로 알려진 CJ푸드시스템 직원들이 26일 서울 한 고등학교에 음료수와 후식을 배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J가 문제가 된 것은 웰빙 열풍을 타고서 자기들은 방부제 안 쓴다고 광고를 했던 사건 때문이다. 2년 전의 일이다. 아질산나트륨을 쓰는 거야 식품안전 정책이 획기적으로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대처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웰빙 식품’이라고 이런 걸 허위 광고하는 것은 좀 심각한 문제가 된다.

    여기에 CJ가 딱 걸렸다 (유시민 장관이 복지부 장관이 되면서 사람들이 허탈해했던 것은 식품안전에 대한 정책이 이로서 다음 정부에서나 해결될 일이라는 전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서울환경연합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CJ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되었는데, CJ가 억울하다고 내세운 이유들은 다른 회사도 전부 그렇고, 그래도 CJ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는 점과, CJ 내에서 식품부가 전체의 10%도 안 된다는 점 등이었다.

    민변 변호사 식품안전 쪽에 활동하지 않는 이유

    물론 그렇기는 한데, 불매운동 1달 후에 CJ가 주가가 10% 이상 빠지면서 협상이 들어왔다 (이 때의 CJ와의 협상으로 학교급식 운동하는 단체들과 서울환경운동연합 사이의 관계가 서먹해지는 부작용이 생겨난 것으로 알고 있다.)

    3.
    케이터링이라고 하는 단체급식이 식품산업의 새로운 장르로 생겨나면서 LG는 연세대학교 구내식당을 잡았고, 뒤늦게 에버랜드가 교차보조에 의한 가격보조 방식으로 서울대 구내식당에 진출하였다.

    이렇게 큰 대학의 구내식당에 들어가는 것은 초등과 중고등 학교의 케이터링을 잡는데 현실적으로 상당한 도움을 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내식당들에서도 크고 작은 식품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데, 이런 사건들이 생겼을 때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에버랜드나 CJ와 손배소를 포함한 엄청난 소송을 각오해야 한다.

    다른 종류의 기업들보다는 워낙 네트워크에 의한 파급력과 이미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개별 대응방식으로 명예훼손에 대한 소송과 영업방해와 같은 법적 대응을 아주 선호한다. 이것도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특징 중의 하나라면 특징이다.

    그래서 케이터링의 문제가 많아도 간접적으로 지적하는 방법이 선호된다. 재판? 식품안전 쪽에서 활동하는 민변 변호사가 있는 줄 아시는가? 잘못 말려들면 꼼짝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다.

    4.
    직영과 위탁의 장단점에 대해서 소소한 비교를 하기는 하면서 위탁의 우수성을 홍보하기는 하는데, 이건 근본적으로는 음식에 대한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약간 전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에 중앙형 시스템을 쓸 것인가 아니면 분산형 시스템을 쓸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윤 문제를 넘어서 음식에 대한 철학의 문제

    식중독이라는 위험은 식사와 관련된 위험 중에 가장 원초적인 문제이면서도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는 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어떠한 직영급식을 하든 위탁급식을 하든 식중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특히 가공식품에 가까와질수록 식중독은 쉽게 표현하면 방부제의 함수로 바뀌어버린다. 여기에 약간의 고민이 있고, 자연식품에 가까울수록 선도관리가 어려워지므로 식중독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재료 검수단의 기능을 아무리 높이더라도 조그마한 식탁을 꾸리는 집안에서의 식사와 같이 완전히 안전한 것은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어떻게 줄이느냐, 그리고 위험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게 되느냐에 대해서 전혀 다른 작동방식이 움직이게 된다. 이런 점에서는 직영이 위탁보다는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

    분산형 시스템은 분산단위별로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하면 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유통사고에 대해서 보다 기민한 대처가 가능하지만, 현재와 같이 몇 개의 대기업에 대한 이미지만으로 만들어진 3~4개의 독점에 의해서 구동되는 중앙형 시스템은 보다 근본적인 위험을 언제나 내포한다.

    식중독은 때로는 대단히 위험할 수 있지만, 사실상 케이터링에서 식중독은 말초적이기는 하지만 ‘증상’에 해당한다. 식재료 선택에 있어서 발생하게 되는 보다 구조적이며 장기적인 위험은 식중독보다 더 위험하게 따로 존재한다.

    구조적 비만이나 발암물질의 지속적 복용 같은 문제들은 단기간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길게 보면 식중독보다 훨씬 위험한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런 종류의 문제점을 각 단위별로 개선해 나가기에는 중앙형이 훨씬 적응이 늦다.

    처음에는 편하지만 길게 보면 직영이 유리하다는 것은 경영과 관리기법상 이런 위기관리라는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5.
    직영이 좋은 줄 알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이유들이 있다.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어떻게 직영으로 인해서 각급 학교에서 떠안아야 하는 추가적 비용들, 예를 들면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했을 때 현재 발생하는 식품재료비의 인상 문제 그리고 당장 학교에서 발생하는 관리자에 대한 선임비용 문제 같은 것들이 현재까지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무상급식과 사회적 지지의 문제

    대략 업계에서는 5%라고 추정하기도 하는 위탁업체 선정을 둘러싼 리베이트 지급 같은 말초적 요소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학교급식을 둘러싼 소위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 26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이 학교급식직영화를 요구하며 직영급식(왼쪽)과 위탁급식을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길게 보면 사회 공동육아라는 관점에서 무상급식 체계로 가는 것이 옳기는 한데, 선진국에서도 완전 무상급식은 단계적으로 실현된 편이다. 케이터링에 의한 위탁급식은 진화과정을 거쳐 독점체계를 굳히고, 대량공급에 의한 원가절감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음식에 관해서는 여전히 분산형이 중앙형에 비해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식품 스캔들이 생길 때마다 언론에서는 ‘영세성’을 사고발생의 원인으로 몰아가는데, 일견 타당한 것 같지만 영세한 것이 문제라고 특정 자본에 몰아주었다가는 중앙형 독점 때문에 생기는 다른 구조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지금 보고 있는 CJ 학교급식 사고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물론 이걸 덩치를 키우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면 당연히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직영체계로 전환하면서 필요한 지원체계를 정비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무상급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되지만, CJ의 위탁을 에버랜드나 LG 같은 곳으로 바꾸고, 정부의 관리감독만을 강화시키는 형태로 진화하게 되면 몇 년 후에는 이보다 몇 배는 무서운 대형 케이터링 사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뭘 먹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작은 단위에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화의 길이다. 가깝게는 일본 그리고 멀게는 독일까지 전부 이런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CJ 철수한 곳에 에버랜드나 LG 들어오게 하면 안된다

    ‘지산지소(地産地消)’-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유통운동-라는 개념이 3년 전부터 소위 급식하는 동네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첨단인데, 별 거 아니기는 하다. 학교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동네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이자는 것인데, 직영에서는 이렇게 지산지소로 진화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대형 케이터링에 의한 위탁체계에서는 절대로 이곳까지는 진화하기가 어렵다.

    마침 CJ가 학교급식에서 철수하겠다고 하지만, 앞으로 기본 시스템을 어떻게 구상할 것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또 다른 결과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직영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선한 결과를 만들 것이고, 시급하게 대체 직영업체에 대한 업체선정 발주를 내는 방식으로 대처했다가는 더 무서운 시스템으로 우리의 학교급식이 걸어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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