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의 시선으로 담아낸
    사회주의 쿠바의 과거, 현재, 미래
    [책소개]『카미노 데 쿠바』(손호철 (지은이)/ 이매진)
        2019년 03월 30일 08: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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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로 가는 길
    ― 어느 로드 트래블러를 따라 떠나는 쿠바 혁명 60주년 여행

    1959년 1월 1일, 쿠바 혁명이 일어났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이끈 한줌의 반군은 사회주의 쿠바의 탄생을 선포했다. 세기가 바뀌었고, 60년이 흘렀다. 남은 ‘사회주의’ 국가 중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자본주의화의 길에 들어섰지만, 북한과 쿠바는 다른 길을 찾고 있다. 앤틱 카와 모히토의 나라 쿠바는 어디로 가는 걸까?

    쿠바 여행이 인기라지만, 아직도 쿠바는 낯선 나라다. 쿠바를 좀더 알고 싶다면 길 위에서 세계를 만나는 ‘로드 트래블러’를 따라 ‘쿠바로 가는 길(Camino de Cuba)’을 떠나자. 쿠바 혁명 60주년을 맞아 쿠바를 일주한 키다리 로드 트래블러는 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 교수다. 60년 전 카스트로와 게바라처럼 산티아고데쿠바에서 시작해 시에라마에스트라의 반군 사령부를 거쳐 아바나까지 가로지르며 쿠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사진과 글에 담아냈다.

    산티아고데쿠바에서 아바나까지
    ―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길 위에서 만난 쿠바의 과거, 현재, 미래

    키다리 로드 트래블러 손호철은 다른 길을 택한다. 지난 2000년에 남미 기행을 다녀와 여행 에세이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보다》를 낸 손호철 교수가 《카미노 데 쿠바》에서는 쿠바에 오롯이 집중한다. 아바나에서 차를 타고 산티아고데쿠바로 가는 ‘쿠바 혁명 패키지 여행’도 거부한다. 중앙에서 주변으로 나아가는 루트는 중앙의 시각, 정부군의 시각을 반영할 뿐 혁명의 의미에 걸맞은 주변의 시각, 혁명군의 시각은 아니기 때문이다.

    쿠바 혁명 60주년에 떠난 쿠바 혁명 루트 일주는 혁명의 시발점인 산티아고데쿠바를 출발해 반군 사령부가 자리한 시에라마에스트라를 거쳐, 산타클라라를 지나 아바나까지 이어진다. 쿠바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면서 반군 이동 경로에 없는 곳들도 들른다. 미국이 쿠바 혁명 정부를 무너트리려 기획한 피그 만 침공의 현장인 히론,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나라 잃은 한국인들이 머나먼 쿠바로 이민한 현장인 마탄사스다. 쿠바, 미국, 한국이 이 길에서 만난다.

    산티아고데쿠바는 ‘피델의 도시’다. 카스트로가 청소년기를 보내고, 1953년에 몬카다 병영을 공격하고, 1959년 1월 2일 발코니 연설을 하고, 2016년 90세에 세상을 떠나 묻힌 곳이다. 드라마 〈남자 친구〉에 나와 유명해진 모로 요새를 지나 바야모에서 쿠바의 국부 카를로스 마누엘 데 세스페데스를 만난다. 시에라마에스트라에서는 혁명 반군의 흔적을 좇아 산을 타고, 민물게 매운탕에 폭탄주를 마시며 카스트로와 빨치산 이현상을 생각한다. 사진 찍기 좋은 영화의 도시 카마구에이로 가는 길에서 쿠바의 오늘을 특징짓는 가난과 낙후를 목격하고, 사탕수수의 도시 트리니다드와 노예 노동의 현장인 로스잉헤니오스 계곡에서 억압과 착취로 얼룩진 쿠바의 어제를 마주한다.

    산티아고데쿠바가 피델의 도시라면 산타클라라는 ‘체의 도시’다. 혁명 유적이 전시된 열차박물관과 게바라 박물관을 비롯해 온통 ‘체’로 가득하다. 피그 만 침공의 현장 히론에서는 미국과 쿠바를 생각하고, 애니깽의 땅 마탄사스에서는 한국과 쿠바를 떠올린다. 아바나에서는 아직 가난하지만 여전히 변화하는 쿠바에서 ‘쿠바 스타일’을 지키며 즐겁게 살아가는 민중들을 만난다. 암보스 문도스 호텔, 별장, 바닷가 등 헤밍웨이 유적을 보는 즐거움도 빼놓지 않는다.

    “바스 비엔, 쿠바!”
    ― 함께하지 못한 길동무 노회찬에게 전하는 쿠바 이야기

    《카미노 데 쿠바》는 ‘잔존’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 함께 가려던 고 노회찬 의원에게 전하는 보고서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무대에서 첼로를 켤 그 사람은 이제 떠났지만, 즐거운 혁명의 나라 쿠바의 사회주의 실험은 노회찬이 꿈꾼 진보 정치의 미래를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아바나 혁명광장을 상징하는 게바라의 거대한 초상이 18년 전처럼 여전히 낯선 여행자를 반기고, 새로 들어선 미국 대사관 앞에 낯익은 성조기가 휘날린다. 쿠바 혁명 60년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아바나를 끝으로 쿠바를 떠나면서, 우리는 가난 속에서도 삶을 즐기는 쿠바 사람들과 라틴 사회주의에 작별 인사를 건넨다. “잘하고 있어, 쿠바(Vas bien, Cu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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