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호 경영권 상실
    전경련 “연금사회주의”?
    김경률 “미등기이사로 경영권 개입할 경우, 배임혐의로 고발할 것”
        2019년 03월 28일 11: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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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유감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주식회사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는 분들이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경련은 전날 낸 입장문에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안 부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도 반하는 결과일 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인 반대표를 행사한 것에 대해 “이번 심의 과정을 보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여론에 휩쓸려 결정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법원으로부터 어떠한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한 것은 책임 있는 공적연금의 자세라 할 수 없다”면서 “다분히 주관적이고 정치적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기업경영권을 흔드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경련·경총의 주장에 대해 “거대한 회사가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스스로 반증하는 말”이라며 “민주적이지 못하고 경제 민주화에도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소속 김경률 회계사도 같은 날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경총 주장과 달리 세계적인 의결권자문기구인 ISS라든가 각종 이와 같은 자문기구들은 다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의견을 표했다”며 “그럼에도 수탁자책임전문위에선 (조 회장의 연임문제를 놓고) 상당한 격론이 오갔다. (경총의 주장 자체가) 오히려 (의결권자문기구 등의 입장 등) 여론과 동떨어졌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주주총회 방송화면

    “미등기이사로 경영권 개입 경우, 배임혐의로 고발할 것”

    한편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의 연임 부결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의 상실일 뿐 경영권 박탈은 아니라고 밝혔다. 경영권을 내려놓으라는 주주들의 연임 반대 의견을 거스르고 대한항공 미등기이사로 남아 회사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조 회장 연임 부결을 위한 소액주주운동을 벌인 시민사회단체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경우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이기도 한 김경률 회계사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비유컨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도 국무총리 황모씨를 통해 수렴청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는 “이와 같은 경영형태는 20년, 30년 전에 있어왔던 것”이라며 “미등기 임원의 경영권 행사는 사실상 법적인 책임을 묻기도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정부 주도하에 ‘등기임원으로 들어와라’ 했던 것이 일련의 사회적 진보 과정이었다. 그런데 (조 회장은 이러한 사회적 진보를) 2, 30년 전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 변호사의 검토에 따르면, 이것 역시 배임의 소지가 있다”며 “주총과정에서 배제된 이사를 미등기임원으로 선임하는 행위, 이 자체가 배임의 여지가 있어서 만약에 이런 행위가 있으면 참여연대는 곧바로 배임혐의로 고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창진 사무장 또한 “땅콩회항 때도 조현아 씨가 명목상 물러났지만 보위자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 조양호 회장도 똑같은 꼼수를 노리고 있을 것 같다”며 “뒷방에서 누군가를 조종해서 본인의 사익을 추구하려는 행동을 멈추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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