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혁명의 역사-3
    인공지능 혁명과 인간의 미래
    [4차 산업혁명과 노동해방⑤] 인지 자동화의 시대
        2019년 03월 27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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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산업혁명의 역사

    2-1. 농업혁명 : 문명의 발생
    2-2. 1차 산업혁명 : 기계 혁명
    2-3. 2차 산업혁명 : 전기 혁명
    2-4. 3차 산업혁명 : 디지털 혁명
    2-5. 4차 산업혁명 : 인공지능 혁명

    앞 회의 글 “산업혁명의 역사-2 : 디지털 혁명, ‘정보 전환의 시대’로

    [필자 주] <붉은 오늘>은 붉은 어제를 되새김질 하고 있다. 어제가 없는 오늘은 없다. 그렇다면 내일은? 붉은 내일이 없는 붉은 오늘이 있을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과 노동해방>은 붉은 내일에 대한 토론을 제안한다. 토론을 알차게 준비하기 위하여 독자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 댓글과 반박, 비판과 비난, 그리고 부지런한 퍼나르기는 토론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첫 번째 오프라인 토론은 금년 5~6월에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심화학습 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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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제4차 산업혁명 : 인공지능 혁명

    2-5-1. 인공지능과 노동과정

    지금 우리는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3차 산업혁명의 혁명성이 ‘정보의 디지털화’에 있었다면, 4차 산업혁명의 혁명성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나는 인간의 노동과정에 대한 분석에서 찾고자 한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4차 산업혁명의 혁명성은 ‘지능화’에 있다. 3차 산업혁명이 생산자동화 시대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지자동화 시대로 될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지능화 기술’, ‘기계학습 기술’, ‘인공지능 기술’을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컴퓨터나 로봇은 스스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작동하는 절차와 방법은 미리 인간에 의하여 일일이 명령된 것이다. 그런 명령 다발을 ‘프로그램’라고 한다. 컴퓨터나 로봇이 맡고 있는 몫은 인간이 미리 주입한 명령 다발에 따라 순서대로 충실하게 작동하는 일뿐이다. 컴퓨터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계산을 실행할 수 있다면, 그것은 미리인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프로그램을 짜서 컴퓨터 안에 심어두었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기계일 뿐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작동할 뿐이다. 목적을 설정할 수도 없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모든 결정은 프로그램을 짜는 인간의 몫이다. 그러므로 컴퓨터가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한다면, 그것은 컴퓨터의 책임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짠 인간의 책임이다. 컴퓨터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런데 인간의 프로그래밍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목적은 쉽게 설정할 수 있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일일이 프로그래밍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목표지점만 일러주면 거기까지 스스로 알아서 굴러가는 자동차 만들기’라는 목적을 보자. 이런 목적을 설정하기는 쉽다. 목적은 꿈이며, 꿈에는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다.

    기존의 프로그래밍 기술로는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자동차가 목표지점으로 주행하는 동안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절차와 방법도 미리 프로그래밍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인간은 지금까지의 프로그래밍 기술과는 질적으로 구별되는, 전혀 새로운 프로그래밍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고, 불과 몇 년 안에 ‘완전자율주행차 만들기’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주어진 목표지점까지 주행하는 동안 맞닥뜨릴 수 있는 온갖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절차와 방법을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그래서 ‘기계학습 기술’이라고도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위력을 입증해준 한 가지 사례를 보자. 2014년 구글 딥마인드 개발팀은 ‘인간 최고 바둑기사를 이길 수 있는 기계 바둑기사 만들기’라는 목적을 설정하였다. 당시까지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것을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방송화면

    바둑판 위에서 맞닥뜨린 수 있는 상황의 수는 1.43×10⁷⁶⁸에 달한다고 한다. 튜링의 컴퓨터가 독일군의 암호문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1.5×10²⁰개의 경우만 계산하면 되었다. 그것과 비교한다면 딥마인드 팀의 알파고에게는 대략 10⁷⁴⁰배 더 많은 상황에 대응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기존의 프로그래밍 기술로는 절대 불가능한 과제였다.

    그러나 알파고 개발팀은 대다수 전문가들의 선입견을 깨뜨렸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장면은 기존의 기술과는 질적으로 구별되는, 전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온 세상에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열쇠는 기계학습 기술이었다. 튜링의 컴퓨터가 계산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기계학습 기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기존의 컴퓨팅 기술의 단순한 연장선상에 있는 기술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기존의 컴퓨팅 기술과는 질적으로 다른, 전혀 새로운 기술이라고 봐야 할까?

    나는 전혀 새로운 기술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오늘날 인간의 생산기술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획기적인 변화로 ‘인공지능 기술의 상용화’를 꼽고자 한다. 그리고 나는 인공지능 기술이 조만간 모든 생산기술의 기반기술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노동과정에 다시 한 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나가고 있다. 다른 어떤 기술도 이만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인공지능기계가 등장하기 전까지 모든 기계는 무지능(無知能) 기계였으며, 노동과정에서 실행 역할만 수행하였다. 컴퓨터조차도 인간이 미리 명령해준 것에 따라 실행하는 역할만 수행하였다. 로봇의 동작이 아무리 복잡하고 정교하더라도 그 중에 로봇 스스로 선택한 동작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동작은 인간이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일일이 명령해둔 것이었다.

    무지능기계의 경우, 노동의 목적은 인간의 머릿속에 있고, 기계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무지능기계는 실행 절차와 방법을 스스로 학습하지 못한다. 기계가 차례대로 실행해야 할 모든 동작을 미리 일일이 명령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출발점부터 도착점까지 이르는 길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미리 예측해야 하는 것도 인간이고, 각각의 상황에 기계가 실행해야 할 동작을 일일이 명령해야 하는 것도 인간이다. 기계가 작동을 완료한 뒤에 목적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시행착오가 발생할 경우 실행 절차와 방법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것도 인간이며, 수정된 절차와 방법을 다시 기계에게 명령하는 것도 인간이다.

    시행착오를 통한 검증과 수정은 인간이 세상을 학습해나가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시행착오 학습을 통하여 인간은 환경에 적응해왔고, 이런 학습과 적응을 통하여 인간은 진화해왔다. 그에 반하여 무지능기계는 학습도 적응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인류는 학습과 적응을 생명체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여겨왔다. 기계는 무생명체이기 때문에 학습도 적응도 할 수 없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오늘날 학습과 적응을 할 수 있는 기계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의 혁명성이 있다.

    인공지능의 학습·적응 알고리즘은 다름 아닌 인간의 학습·적응 알고리즘을 모방하고 있다. 처음에 인공지능기계는 도착해야 할 목표지점만 인지하고 있을 뿐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모르는 채 막무가내로 작동을 시작한다. 일단 한 차례 작동을 끝낸 뒤에 기계는 실제도착지점과 목표지점을 스스로 비교해본다. 양자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기계는 실행 절차와 방법을 스스로 수정한 뒤 다시 한 차례 작동할 준비를 하는데, 이것을 ‘역전파’라고 한다.

    노동과정 흐름도 ④ (인간+기계+컴퓨터+인공지능)

    역전파된 입력 값을 가지고 기계는 다시 한 차례 작동을 한 뒤, 결과와 목표를 다시 비교해본다. 이런 식으로 결과와 목표가 일치될 때까지 되풀이함으로써 기계는 마침내 적절한 절차와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이처럼 기계가 스스로 실행 절차와 방법을 학습하여 찾아내도록 만드는 기술을 ‘기계학습 기술’이라고 한다. (노동과정 흐름도 ④ 참조)

    인공지능기계의 탄생과 더불어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지금까지 인간은 먼저 구체적인 목표지점을 설정하고,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실행 절차와 방법을 기계에게 일일이 명령해주었다. 목표지점을 새로 설정할 때마다 실행 절차와 방법을 기계에게 새로 일일이 명령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먼저 기계에게 모든 목표지점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학습능력을 심어준 뒤에, 필요할 때마다 구체적인 목표지점만 설정해 주면 된다. 그러면 기계가 스스로 길을 찾아내면서 거기까지 가게 된다. 이것이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이다.

    이처럼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기계는 지금까지 존재해온 모든 기계와 질적으로 구분된다. 계산기계에 불과하였던 컴퓨터와도 질적으로 구분된다.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노동 중에서 계산노동만 대신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여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노동 중 학습하고 적응하는 노동까지 대신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인공지능 덕분에 인간은 앞으로 계산하고, 학습하고, 적응하는 고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두뇌노동의 대부분을 기계에게 떠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5-2. 자율주행차

    인공지능기술은 이미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우리가 저마다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이미 인공지능 기술이 작동하고 있다. 스마트폰 음성비서는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 검색엔진에도 인공지능이 작동하고 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도 인공지능을 담고 있다. 스마트폰 통역앱은 인공지능의 결정체이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인공지능을 만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쉽게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 그것은 우리의 감각이 무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무딘 감각을 깨뜨려줄 사건이 곧 벌어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아무리 감각이 무딘 사람도 인공지능의 존재와 능력을 몸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이다.

    오늘날 자율주행차는 자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구글 웨이모가 만든 자율주행차는 시험주행 단계를 넘어서서 2018년 11월부터 일반승객을 상대로 호출택시 시험영업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나에게는 여전히 남의 일처럼 여겨진다. 아마 내가 직접 타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내가 직접 타보게 된다면 비로소 실감이 날 것 같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보통사람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존재와 위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첫 번째 큰 사건으로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인간이 생활 속에서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최초의 인공지능로봇으로 기록될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로봇이라고? 우리는 인공지능로봇이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등장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머리에 굳은살처럼 박여 있는 ‘인간중심주의’ 착각이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정에 천지창조 장면을 그릴 때도 그랬다. 사람들은 신이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고, 화가는 그 선입견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수많은 로봇 공학자들이 가급적 인간과 닮은 로봇을 만들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중심주의 착각을 벗어날 수 있는 빠른 길이 하나 있다. 트랜스포머 <범블비>를 보면 된다. 범블비 자동차는 로봇일까 아닐까?

    과연 자율주행차는 나의 생활과 우리의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키게 될까? 별로 어렵지 않게 예측해볼 수 있다. 우선 자율주행차는 나를 운전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다. 핸들을 붙들고 몇 시간씩 긴장해야 하는 고생으로부터 벗어나서 그 시간에 책을 읽든, 동영상을 보든, 잠을 잘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체된 차량행렬에 갇혀서 짜증을 내면서 투덜거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와 더불어 교통체증이 사라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는 운전과 관련된 골치 아픈 잡무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줄 것이다. 자동차보험을 고지서를 받지 않아도 되고, 펑크를 때우지 않아도 되고, 세차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자율주행차는 나의 생활만 변화시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산업구조까지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2017년 5월 미국에서 출간된 보고서 <교통 다시 생각하기 2020~2030 : 교통의 근본적 혁신과 내연기관 및 석유산업의 붕괴>는 완전자율주행 전기차의 발전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동안 미국 사회에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교통 다시 생각하기>의 몇 대목만 간추려 보자.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문화를 거의 없애버릴 것이다. 자율주행택시가 소비자에게 보다 싼 가격으로 맞춤형 교통서비스(MaaS)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개인은 많은 비용을 들여서 자동차를 구매할 필요도, 보험을 가입할 필요도, 주차장을 확보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차량 유지비용, 에너지 가격, 금융과 보험 비용이 대폭 낮아지게 된다. 자율주행차 덕분에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만에 1마일 당 교통비용은 신차를 구매해서 사용할 경우 지금 교통비용의 1/4~1/10로, 기존 차량을 이용할 경우 1/2~1/4로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교통비용 감소는 가구 당 연간 5,600달러의 교통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텐데, 이것은 약 10%의 임금 인상률에 해당한다.

    오늘날 개인소유 자동차의 하루 가동률은 4%(=1시간)인데 비해서, 호출형 교통서비스 자동차의 가동률은 40%(=10시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가동률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차량 숫자가 줄어들더라도 주행거리는 늘어날 수 있다. 그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어서, 신차 판매량은 2020년 1800만대에서 2030년 560만대로 줄어들 것이다. 10년 만에 1/3 이하로 떨어지는 셈이다.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는 사라질 것이다.

    2021년부터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의 총 자동차 수는 2020년 2억4천7백만 대에서 2030년 4천4백만 대로 떨어질 것이다. 10년 만에 자동차 수가 지금의 1/5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다.

    4천4백만 대 중 개인소유 자동차의 비중은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호출교통서비스(Taas) 자동차가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주행거리로 따지자면, 호출교통서비스 자동차가 전체 주행거리의 95%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완전자율주행 전기차의 상용화가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호출교통서비스 사업자의 독과점 가능성, 일자리 감소, 그리고 정부수입 축소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완전자율주행 전기차의 상용화는 특히 환경에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교통 분야는 미국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6%를 차지하고 있는데, 자율주행 전기차 호출교통서비스의 발전 덕분에 2030년에는 지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만약 <교통 다시 생각하기>의 예측대로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만에 자동차 생산량이 1/3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면, 이제 미국에서 자동차 제조업은 사양산업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해야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화물자동차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안전할까? 택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그리고 이런 일이 과연 미국에서만 일어나게 될까?

    아마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당분간 수출용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대다수 나라들에서는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미국보다 좀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달리 말해서, 미국보다 좀 더 늦게까지 구식 자동차를 사용할 것이다. 그런 만큼 수출용 자동차의 생산도 좀 더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일단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입증되고 본격적인 상용화가 시작되고 나면 그것이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지구 전체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대폭 축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자동차 제조업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사용산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지 않을까? 그때가지 몇 년이나 남았을까?

    좀 더 급진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고, 좀 더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2030년까지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보고서도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자동차 제조업을 획기적으로 축소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에 반하여 자율주행택시 업체들은 점점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구글, 애플 등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여 자율주행택시 사업에 진출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우버, 디디추싱 등이 노리는 것도 실은 이 사업이다. 카카오도 시작은 카풀 사업으로 하지만, 목표는 자율주행택시 사업이다.

    장차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율주행택시 업체들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택시 업체들의 주문을 받아서, 그 업체들의 로고를 붙여서 납품하는 식으로 생존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폭스콘과 미국의 애플 사이에 맺어져 있는 관계와 흡사한 관계가 장래에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자율주행택시 업체 사이에 맺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산업 전체의 판도를 뒤집어엎어서 새로 짤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연관산업의 판도까지 뒤흔들 것이다. 나아가서 도시의 모습까지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율주행차’라는 실물 하나만 놓고 그것이 불러일으킬 변화를 살펴보았다. 만약 이런 변화가 자동차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생활과 경제생활 전반에 걸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변화를 ‘혁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없을까?

    2-5-3. 인간의 미래

    나는 자율주행차를 ‘혁명적’이라고 본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혁명적’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엄청난 변화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생산력을 얼마나 증대시키게 될까? 구글의 알파고는 튜링의 컴퓨터보다 생산력이 몇 배나 될까? 계산은 전문가들에게 맡겨두기로 하고 나는 두 개의 그래프를 비교해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Maddison, A (2008), Historical Statistics of the World Economy

    인류의 역사에서 생산력이 발전해온 자취를 추적한 그래프를 보면 1~3차 산업혁명의 위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거의 수평선을 유지해오던 생산력 곡선과 인구 곡선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부터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어마어마한 생산력 발전도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오게 될 그것과 비교해보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3백 년 동안의 수직 상승 곡선이 오히려 수평선으로 보일 정도로 된다는 것이다.

    Jeremy Howard, 2015, TED, The wonderful and terrifying implications of computers that can learn

    이른바 ‘기하급수적 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연과학이나 공학 쪽 전문가들이 많다. 사회과학이나 경제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어쩌면 실물은 양 극단의 중간쯤에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생산력은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생산력 발전을 토대로 인간의 노동과 삶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까? 기업을 어떻게 되고, 시장은 어떻게 될까? 정부는 어떻게 되고, 세계는 어떻게 될까? 노동조합은 어떻게 되고, 시민사회는 어떻게 될까? 세계는 어떻게 되고, 지구는 어떻게 될까?

    필자소개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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